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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기원 - 아기를 통해 보는 인간 본성의 진실
폴 블룸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흥미로운 책이다. "아이를 통해 보는 인간 본성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원제는 <JUST BABIES>인데, 아이들?이라고 해석했었는데, 이 책의 번역자 중 한 분인 최재천교수님의 아마존 유튜브를 보고 원제에 두가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선과 악은 그 자체로 놓고보면 명확한 개념이지만 이것을 우리 안으로 끌고왔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저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던 인간의 근원은 선인가 악인가를 저자는 아기를 통해 관찰했다. 책의 이런 시작이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롭기도 했지만, "가능했을까?" 싶은 의구심이 진하게 들기도 했다.
9개월된 아이들에게 언덕을 올라가는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과 방해하는 사람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은 도와주는 사람에게 더 선호를 보였다고 한다. 이런 선호가 3개월의 아이들에게서도 보였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꽤나 인상적이였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그 결과는 어떻게 변해가는가?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굉장히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2장의 <공감과 연민> 제목만으로는 이타심의 발현에 대한 부분을 말하고 있지만, 재밌는 부분은 아이들이 보여주는 상대에 대한 공감에 대한 원인? 이유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분명 '낯설지 않은' 어른들을 도와주는 등의 긍정의 경향은 분명 이타심의 발현인 셈.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전제는 '낯설지 않은'이라는 것. 이건 본능일까? 그럼 본능은 선함을 전제로 하는 것일까?
그런 아이들의 소위 선해보이는 행위에 대한 부분이 3장의 <공정, 지위, 처벌>에 가면 평등에 대한 개념에서 오홋.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등이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 역시 개개인의 의견이 나뉘고, 많은 생각들이 오가지만, '결과'만 놓고 평등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과'의 평등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내가 가지는 몫, 나의 이기심과 맞물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1장과 2장의 '선'한 측면의 아이들의 본성은 진짜일까 하는 질문이 일기시작하는 장이다.
평등, 결국 공정에 대한 의미는 어른들에게도 제각각으로 다뤄진다. 주어진 전제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리고 상대에 따라서 그러했다. 이런 공정에 대한 부분은 지위에 따라 그리고 그 공정을 해쳤을 때의 처벌까지도 맞물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입법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처벌을 통해 얻으려는 이득은 결국 공정성을 지키고자 함인데, 그 적정선이 어디쯤인지 누가 답을 가지고 있을까.
3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에 대한 결론이 앞선 1,2장과 다르다르다는 점.
4장인 타인들, 5장 몸은 결국 우리가 공감과 혐오의 대상을 어떻게 단정짓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인종적 편향이 6세쯤에 정립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부분의 빈틈은 아이들이 그때까지 노출된 환경에 의해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말한다. 결국 다인종 학교를 다닌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가진 온갖 선입견, 편향적 사고의 근원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된 사실임을 짐작 할 수 있는 파트였다. 몸에 관한 부분도 그러했다. 배설물, 죽음, 부상 이런 생각만으로 눈이 찌푸려지는 그림이나 사진에 아이들은 어른과 같은 감정을 갖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해 어른들이 갖는 혐오의 감정은 유전학 적으로 살아 남기 위한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는 측면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글쎄. 결국 그런 부분을 어떻게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역사적 측면을 읽고있자면, 혐오와 도덕이 왜 함께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일으킨다.
<선악의 기원> <JUST BABIES>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어떤 이분법적 결론을 말하고자하는 책이 아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아이를 통해 근원을 파악해 보기도 하고, 사회 역사적으로 우리가 '도덕적'이라는 기준을 어떻게 세워왔는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기준의 근거가 무엇이였는지를 설명한다.
결국 그 근거는 우리가 앞으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그것은 변할 수 있고, 그 변화가 우리가 더 인간으로 나아가는 방향이며, 그래야만 '선'한 인간으로써의 도덕적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은 결국 선과 악 모든 측면을 가지고 태어나며, 결국 '선'한 인간으로써 도덕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은 타인에 대한 연민, 그리고 도덕적인 사고에 대해 끊임없이 다채롭게 생각해야 함을 알았다. 그러기에 인간은 진화하는 생물인지도.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