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미래 - 오래된 집을 순례하다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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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집이라는 의미를 나는 오롯이 부동산이라는 재물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대체로.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집은 무엇인지. 그것이 그저 재물로써의 개념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또 누군가가 살아가는 공간으로써 나의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던 요즘 이 책을 만났다.


책은 건축가로써 저자가 한국의 고택, 절 또는 서원들을 다니며 그 건축들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무슨 목적으로 지어졌는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그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이였다. 그것은 그 공간에 머물렀던 이들의 생각과 목적이 담겨있으면서도, 주위를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오로지 사람을 위한 목적으로만 지어지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아주 오래된 선조들의 공간은 안과 밖을 두루 고민하여 지은 흔적이 역력하달까.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졌고, 우리가 그 건축들을 여전히 아름답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유수의 명망있는 사람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집을 지어 주변을 흐트리지 않으면서도, 깊이 박히지도 않는 공간(식영정, 정철)이 있고, 제자 육성과 당시 지식인들의 공부를 도왔던 서원은 그 목적이 충실하면서도, 소통이 가능하게 단정하고 단아한 공간(병산서원, 도산서원등 )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의 학교와 전혀 다르다는 것.. 이 책에서 학교, 교도소가 거의 같은 구조로 지어졌음을 꼬집는다.)


책에서 소개되는 오래된 공간에서 뭐랄까 내가 느낀바로는 지금과 많이 닮은 곳이 하나 있었다. 운현궁. 집이면서 집이 아닌 곳. 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아버지이자 섭정가로써 머물렀던 곳인데, 보통 우리네 집들이 안과 밖의 조화를 고려하여 지었던 집들과 달리, 이 집은 방이 방을 둘러싸고, 그 밖으로 마루가 쳐져있다고 한다. 경호와 안전을 위해 그런 구조였다고 하는데, 그 안에 있는 그는 그곳은 집이 였을까 감옥이 였을까.

나는 경호와 안전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폐쇠적으로 만드는 그곳이 지금의 소위 부촌을 짓는 행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엇만을 오롯이 지키기 위한 폐쇄성. 배타적 측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집들. 어떤 집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우리의 건축은 폐쇄적이지도, 누군가를 배척하지도 않는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바람이 흐르고, 물길을 막지않고, 누군가 쳐다보는 눈길조차 막지 않는다. 그것이 당시 건축기술의 한계였다 하더라도, 좋은 풍경은 나만 보고, 내 가족만 보게 만들수 있는 권력가들이라 할지라도(서울 제외) 그리 짓지 않았는 것이다. 때로는 자연 속에서 보일듯 보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그곳으로 이르는 길은 또한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래서 우리의 고택은 마치 풍경같은 느낌이랄까. 


재밌다. 오래전에 보았던 절, 고택들이 생각나며, 아. 그랬지. 라는 아련함이 들며, 지나쳐 스치듯 보고 왔던 그 곳을 문득 다시 돌아보고 싶어졌다.


굿.


“그리 넓지 않은 바위에 먼저 새긴 사람은 적당한 여백을 남겨 뒤에 오는 사람을 배려했고, 나중에 새긴 사람은 적당히 앞사람을 넘어서지 않고 공생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소수 서원은 서로 간의 배려하는 마음과 존경을 담은 집이었다.” p. 92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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