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 인슐린 발견에서 백신의 기적까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동물들 ㅣ 서가명강 시리즈 33
장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동물이 만드는 지구 절반의 세계" 나는 과연 이 제목의 무게를 알고 있었을까.

서가명강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수의학 관련 책이 나왔다. 수의학이라. 처음 읽을 때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생각하며, 동네의 동물병원, 일요일마다 하는 동물 농장을 떠올리며 읽기시작했는데, 책을 다 읽을 때에는 숙연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너무 고마워서.

수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동물을 치료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수의학은 생물학에서 생명과학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었다. 

 한가지 주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것이 생물학이라면, 인수전염병 등이나, 인간에게 필요한 약등을 연구하는 분야에도 수의학은 관여하고 있다. 이번의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시에 엄청난 동물연구가 이뤄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의학만큼은 아니겠지만, 수의학 역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의학의 비임상분야는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하는 신약 및 백신 개발의 연구에 집중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 특히나 DNA 연구 등에 기본으로 동물 실험이 기반이 되며, 당뇨병이 걸린 원숭이에게 돼지의 췌도세포를 인식해 이식된 췌도세포에서 정상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니, 인간의 당뇨병의 극복에도 한발자국 나아간 셈이다. 지금 당뇨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인슐린 역시 비글에서 추출된 것이 그 처음이라고 한다. 인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박멸시킨 천연두 백신 역시 소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는 동물의 장기까지 인간에게 이식되고, 아직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기에 연구단계에 머물러있지만, 동물에게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동물의 내부에서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이정도면 거의 구세주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책을 읽으며 인간에게 동물이 없었더라면, 사실 인류의 중요한 혁명 중 하나인 농업혁명 역시 시작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부터, 인류 문명이 지금까지 이어졌을 조차 보장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별 생각 없이 보았던 동물이 이제서야 다시 보인다. 다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인간의 생명을 구한 많은 결과에 우리는 그 과학자들만 기억한다. 물론 그 분들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위해 죽어간 동물에 대해서 적어도 고마움은 가져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과 그 결과를 위해 죽어가야 했던 동물들에 숙연함이 들었다.

 나아가 인간은 자연을 통해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음에도 오로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너무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는 가장 해악한 종이 되어가는 요즘이다. 그래서 지구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는 동물은 물론, 자연 생태계 전반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는 저자의 끝맺음이 깊게 머리에 와 박힌다.

미안해. 그리고 너무 고마워.

진짜 추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