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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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라.. 제목만 듣고서는 여자가 가장이 된 시대를 말하는 건가? 모계사회? 그런 소설 내용인가..했는데, 책의 첫부분을 읽고, 내가 제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부장, 가모장이 아니라, 딸이 가장이 된 가족의 이야기였다. 조금은 다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있는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책을 다 읽었을 때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가족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느 가족과 다를게 없네. 싶은 생각이였어서.ㅎ


장편소설이라고 되어 있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슬아이고, 낮잠출판사라는 출판사의 사장이면서 작가이기에, 실제 이슬아 작가님 에세이인가??? 싶었는데 진짜 소설이였다..ㅋㅋㅋ 뭔가 소설같지 않은 느낌 적인 느낌 ㅋ 낮잠 출판사는 슬아의 어머니 복희씨와 아버지 웅이씨가 직원으로 일한다. 아버지는 출판사의 청소 및 사장님 운전 등의 각종 잡무를 담당하며, 어머니는 메일작성, 식사담당 등 전반적인 비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은 딸 슬아를 대표님으로 대하며, 슬아의 집에서 근무하고,  함께 생활한다. 업무시간에는 철저하게 서로를 공적으로 대하고, 존대하며, 호칭을 부른다. 그리고 대표인 슬아는 두분에게 월급과 보험, 각종 직원혜택까지 제공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이다.


가녀장. 집과 회사의 생계를 책임지는 슬아는 글을 써서 회사를 꾸려가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매일이 마감인 긴장 속에서도, 그래도 즐겁다는 글쓰기. 그런 딸을 바라보는 부모는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라 칭하면서도, 퇴근후에는 방에서 테레비나 넷플릭스를 본다. (오.. 쿨해..)

그런데 뭔가 다른 가족이야기인가 싶다가도, 내 가족의 일상과 묘하게  닮았고, 모부세대와 30대의 다른 간극이 보이기도 하면서도,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인지부조화에 혼란스러운 부모와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이 각자를 이해해가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가족의 매일이라는 생활은 비슷하다. 자고, 일어나고, 생활하고, 밥먹고, 그 안에서 때로는 갈등도 있지만, 잔잔한 웃음도 있고, 매일이 같은 날이지만 그래도 문득 서로를 바라보며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는. 거창한 에피소드로 가족을 다시보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잔잔한 흐름 속에서 나의 가족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달까. 어느새 그 흐름 속에 흠뻑 빠져있게 만드는 그런 책이이였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가이자 출판사 사장으로써 슬아가 책을 인쇄할 때, 인쇄소에서 책의 제작에 관여하는 에피소드 부분이였다. 그 부분을 읽을 때, <가녀장의 시대> 의 표지, 폰트, 색등을 다시 유심히 보게했달까…. 책 한 권이 그저 작가의 글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구나….어떤 일이든 익숙해지면, 쉬워질 것 같았는데, 나도 일을 하면서 뭔가 완성해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요즘. 책을 출판하는 일도 그러하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대요. 단지 어느 시점에 포기하는 것 뿐이래요…” p.163


“이제 슬아는 책이 양면테이프보다 열 배는 두려운 것임을 안다. 그 두려움을 알게 된 것에 안도한다. 책을 사랑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자들이 출판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p.173



그리고 책속의 슬아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법이 있는 에피소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게하고, 어느 순간 그 것을 글로 쓰게 한다는. 사실 책을 읽는 것과 말하는 것, 그리고 쓰는 것중 가장 어려운게 쓰는 것인데, 글쓰기란 결국 나의 일상의 일부가 되게 하는 그 방식이… 아.. 글은 이렇게 시작하는 거구나.. 그렇다면 내가 글을 쓰기위해 일상을 관찰하고, 나의 행동, 타인의 행동을 돌아보게 한다는 사실. 그런 것들이 생경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재밌었다. 

 소설의 이야기도 그러했지만, 뭔가 소설을 통해 나와 나의 가족, 나의 이야기가 책 속 이야기와 섞여서 뭔가 슬아네 가족과 나의 가족이 얽힌 또다른 이야기도 덤으로 읽은 느낌이랄까. 새롭네. 오.


추천!


”선생님은 먼저 선에 날 생이 합쳐진 말이잖아요. 먼저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요.“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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