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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제노사이드” 정말 무서운 말이다. 특정 인류나 집단을 인위적으로 ‘말살’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 우리는 이 학살을 가까운 과거로부터, 보았고, 어쩌면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지도.
책은 그런 말살에 대한 픽션이다. 픽션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담고 있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국적도 다양한 용병으로 이뤄진 집단이 인간 전체를 절멸시킬지도 모르는 바이러스를 가진 아프리카의 한 부족을 절멸시키기 위해 콩고로 들어간다.
그리고 일본의 한 대학원생 겐토는 이제 막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다. 그리고 겐토에게 전달된 아버지의 메시지. 아아이스크림이 뭍은 책을 찾아라. 그 책은 어렸을 적 아버지의 책에 겐토가 아이스크림을 뭍혀 얼룩이 남았는데, 아버지는 그 책을 찾으라한다. 왜지? 별볼일 없는 과학자였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 대해 그닥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겐토는 그 책을 찾았지만, 그곳엔 또다른 수수께끼만이 남았다.
아버지가 남긴 정체불명의 돈과 노트북. 아버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사건과 미국 백악관의 기밀 사항인 하이즈먼 리포트. 대체 이 전혀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이 어떻게 맞물리는거지?라는 말그대로 ??만 가득안고 출발하는 책은 스토리의 흡입력으로 책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퍼즐조각들이 맞춰지면서 또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인간은 대체 어떤 종족인가?라는 질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요즘 가장 핫한 AI를 생각치않을 수 없었다.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는 컴퓨팅 기술. 그리고 그런 AI가 탑재된 로봇. 우리는 우리와 같은 또하나의 종족을 만들고 싶으것일까? 그것이 우리와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고, 언젠가 우리를 뛰어넘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에겐 없을까? 소위 불쾌한 골짜기에 다다른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우리의 제어아래까지만 발전시킬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 하지 않은가. 연구의 제한이 있다? 그 제한은 가능한가?
만약 인간의 유전학적 본질을 조작한다면. 그래서 지금의 호모사피엔스를 뛰어넘는 또 다른 종이 나온다면. 우리는 그 종을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우리가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모든 것의 궁극은 인간을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뛰어넘는 무언가에 대한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사실 과학적 기술의 발전은 도덕성과는 별개라 생각한다. 그것을 다루는 인간 그 자체 인격의 문제이지. 그렇다면 인격이 도덕적이면 그가 다루는 것은 모두 옳을까? 아닐것이다. 사실 사람이 내리는 판단은 사실 상대적이다. 내가 옳다고 타인에게 옳은것은 아니니.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p. 415
전쟁, 말살과 같은 역사 속에서 우리는 지금에 이르렀다. 호모사피엔스의 시작에서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의 종족이 소위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고, 현재까지는 전체 인류의 역사 중에서도 고작 몇만년이다. 그렇다면 폭팔적으로 발전하게 된 인간 역사의 시작엔 무엇이 있었을까? 또다른 종의 시작으로 인간의 역사가 다시 비약적으로 움직이는게 지금이라면. 우리는 그 종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그 종의 등장이 강대국에서라면, 아니면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문명 어디쯤에서라면.
정말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이 책 속에서 작가가 말하는 잔학성인걸까?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일찍이 지구상에 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네” p.472
책의 스토리도 놀라웠지만, 작가가 던지고 있는 질문도 개인적으로는 놀라웠다. 답 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한 질문이니까.
사실 그 종의 등장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해볼때, 그 아이들에게 인간은 어떤 종이라고 말해야 하는걸까?
답은 정해져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왜냐고, 지금의 사회 시스템이 우리를 선하게 살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인지를 잘 모르겠어서.
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