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니키 얼릭 지음, 정지현 옮김 / 생각정거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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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당신의 수명이 들어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이 상자를 열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게 하는 책. 궁금했다. 부제역시 "상자를 열어보시겠습니까?" 였으니까.


어느날 아침 22살이 넘은 모든 성인들의 집앞에 상자가 배달되었다. 그사람의 이름이 적힌 상자. 그리고 그 앞에는 <이 안에는 당신의 수명이 들어있습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평소와 같은 아침을 맞은 니나는 핸드폰 잠금장치를 풀자마자 동료편집장들의 단체방 메시지가 잔뜩 쌓여있는 것을 확인한다. 한마디로 아노미 상태. 뭐지?  다들 상자 이야기 뿐. 니나는 불안함을 가지고 문을 열었다. 역시 상자가 있었다. 전세계에 배달된 상자. 어디서 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도 없다. 심지어 CCTV에조차 잡히지 않았다.

상자를 열면 끈이 있었다. 누구의 것은 짧았고, 누구의 것은 길었다. 그 끈이 어떤 물질인지 알 수도 없었고, 그 끈은 불에 타지고 끊어지지도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은 그것이 수명을 나타낸다는 것임을 알았다. 국가 역시 그 사실을 숨기고자 했으나 숨길 수 없었다. 짧은 끈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병원은 일상 진료를 보기 힘들만큼 어려워진다. 내 수명이 왜 짧은지를 알고자하는 사람들로 인해. 보험사는 짧은 끈을 가진 사람의 보험을 들어주지 않았고, 은행은 대출해주지 않았다. 직장은 짧은 끈의 사람을 해고했다.

사회는 점점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누군가를 확인했고, 누군가는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수명을 나타낸다는 것이 확실해질 수록 국가는 그것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사회는 분열되어지고 있었다.


짧은 끈을 가진 사람은 그 자체를 인정할 수 없었고, 병원에서 아프지 않은 사람을 받아주지 않기로 결정한 어느날, 병원에서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던 이는 총기 난사사고를 일으키고, 그는 그자리에서 사살되었다. 의사 행크는 도대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앤소니 부부는 서로의 긴 끈을 보고 안심했고, 그들에 대항하는 이가 짧은 끈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이용해 경선을 이기려한다. 짧은 끈을 가진 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안정되겠냐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그리고 짧은 끈을 가진 사람들을 선별하여, 위험한 짓을 하지 못하게 모든 끈을 공개하라는 법안을 제출한다.

미국 건국 때부터 나라를 지켜낸 명문가의 잭은 집안의 기대에 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사실 그는 군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집안의 기대에 왔을 뿐. 하지만 그의 친구 하비에르는 정말 나라를 위하는 사명감을 가진 군인이 되고자하는 이였다. 그런 두사람에게 배달된 상자. 군대는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모든 군인에게 끈을 공개하라 명령한다. 잭은 길었고, 하비에르는 짧았다. 길어야 몇년정도? 잭은 하비에르에게 끈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니나와 모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나, 둘의 끈의 길이는 판이하게 달랐다. 둘은 그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었다. 니나는 모라에게, 모라는 니나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알수가 없다.

샘은 그의 끈을 본 여자친구가 떠났다. 그토록 사랑했는데.


책 속의 내용은 나의 수명을 알게된 인간 사회가 어떻게 혼란 속에서 분열되고, 그 상황이 다시 안정되고, 스스로와 타인을 받아들이면서 그 시간을 치유해 나가는지를 그리고 있었다.

 수명을 안다는 것은 나 개인적으로는 그 끈의 길이 보다는 내가 그 삶을 얼마나 잘 살아낼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겠구나 싶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회적 시스템은 앞으로 얼마남지 않은 사람에게 뭔가를 투자하기는 힘든것이니까. 그리고 그것을 자신에 이득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사회적 세력들로 인해 점점더 혼란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전쟁처럼 말이다.


내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 나의 수명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중 무엇이 더 나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길고 짧음의 문제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삶의 질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했다. 그것이 길든 짧든. 그리고 수명이 안다면 나는 지금을 어떻게 살아갈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지금처럼 살까? 아닐까? 아. 모르겠다. 하지만 머리 속은 계속해서 도돌이표를 돌리는 느낌이다.


당신이라면, 상자를 열어보겠는가?

다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어떤 인생이든 한번 뿐이고, 끈의 길이보다는 나의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래도 어렵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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