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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뭔소리야. 말도 안되는 제목이네. 철학서인가...했는데 과학분야로 카테코리화 되어있어 놀랐다! 뭐지...싶은 마음ㅇ 많은 북튜버들의 추천이 있었고, 베스트셀러 였음에도 이제서야 읽었다. 책은 저자와 저자가 알아가는 데이비드 스타조던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사람이 삶을 지탱해가는 그 근원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답을 데이비드의 생애에서 찾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어렸을적부터 무언가를 파고들고, 연구하는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것은 꽃이였다가 물고기로 옮겨갔다. 그는 물고기를 찾고, 분류하기 시작한다. 다윈의 이야기대로 어류를 찾고, 진화상의 친연성에 따라 생물을 분류해간다. 그러다 그는 그가 아꼈던 아들을 잃고, 그가 평생을 걸쳐 찾았던 어류의 표본들이 지진으로 다 무너져 내렸을 때에도 그는 그 표본을 포기하지 않았다. 표본의 살갗에 이름을 꽤매고, 물을 뿌리고, 무너진 표본의 보존을 위해 학교에 에탄올과 강철 선반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패하는 표본을 보면서도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의 의지는 정말 미친사람처럼 보일 정도 였다. 저자도 나도 궁금했다. 데이비드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그의 역작들 사이에서도 포기하지 못하는것, 그가 하는 일의 사명을 잃지 않는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 근원을 "거짓말"에서 찾는다. 일종의 자기기만.
"사람의 내면에 있는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보다 더 위대하다" p.133
이 말속에 숨겨진 모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 그래서 그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고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 실제로 정신분석학 에서 타인에게 행하는 또는 자신에게 행하는 긍정적인 작은 거짓말은 두려움을 잠재우고, 인간이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자기 암시?! 어렵고, 하기 힘든일을 앞에두고 아자아자 화이팅! 이라는 말은 내가 정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나 스스로에 주는 주문일까..이것도 자기기만의 일종인가.
이렇게 데이비드의 삶을 통해 삶을 이끄는 원동력에 대해 알아가는 책인가보다...싶을 때 반전이 등장한다.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는 여기부터는 혼돈이다. 대체 뭐지?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삶의 길에 대해 궁극적인 물음표가 던져지는 시점이다. 여기서부터 책의 제목의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저자는 데이비드의 삶을 통해 그가 세웠던 어떤 기준이라는 것이 잘못된 것 일수도 있다는 말. 그것은 곧 인간이 지금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상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떤 목표는 삶의 원동력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녔나...하는 의구심이 스물스물 기어오르면서, 지금부터 등장하는 것이 정말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였음을 알게되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어류를 찾고 분류하는데 쏟았던 데이비드라는 과학자가 잘못된 생각을 향해 가면서 부터이다. 그의 마지막은 그의 삶 전체를 부정당하고도 남을만큼 편향적이고도 불쾌했고, 혼란스러웠다. 대체 왜. 그는 생각을 믿어버린 것일까. 결국 그는 그 자신의 생각에 어떤 의문도 없이 그것이 옳았다 믿으며 그의 삶은 끝이 났지만, 그가 그토록 오롯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잘못되었던 것이였음을, 그의 전 생을 바친 어류라는 분류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이 발견되면서부터, 작가의 진심이 등장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을 이 책을 읽기전까지는 사실이라고 믿지 않았던 나처럼. 책 속 인물들과는 달리 내게 물고기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책 한권으로 나는 그 사실을 쉽게(?) 받아 들인 것일 수도 있지만, 물고기가 세계의 전부였던 이들에게 이말은 어떤 의미였을지.
누군가의 물고기와 같은 나 또한 내가 믿는 진리가 있다. 이것만큼은 내가 생각하는게 맞아.라고 믿는 무언가. 그런 믿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틀릴수도 있다는 열린 생각. 누군가의 일생을 바친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오롯히 그 자신의 생각속에 갖혀있으면 안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다양성이라는 생명의 대전제를 잊지 말라는 것을 저자는 데이비드의 생을 통해 우리에게 말한다. 그 말을 이 제목 하나로 표현한 저자가 새삼 대단하게 보였다. 와...
무슨 책일지 궁금했던 나는 책을 읽어가며 많이 혼란스러웠다. 저자의 의도와 별개로 현실속에서는 1900년대 초반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말도 안되는 학문이 아직도 살아있고, 믿는이가 있다는것, 그리고, 대단해보였던 인물의 전 생애에 왜, 그랬어야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 등으로 말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명에 대한 사실, 그에 대한 존중에 대한 생각을 읽으며, 나는 나 나름의 질서를 통해 생명의 높낮음을 가르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좋은 책이다.
진짜 추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수정 가능성이 열려있는" 회의로 닦인 다는 것"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