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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평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난 이분을 참 좋아한다. 라디오나 TV에서 말씀하시는걸 들을때, 국제 정세를 막힘없이 날카롭게 분석하고, 의견을 내놓으시는것에 거침이 없다. 그 말에 어거지도 없고, 굴욕도 없다. 그런 자신감있는 말씀이 좋아서 였다. 그런 분이 책을 내셨다길래, 얼른 읽었다.
이전에 외교관이였던 분들의 책을 몇권 읽은 적이 있다. 읽으며 정말 답답했었는데, 왜냐고.. 정말 극한직업인것 같아서. 근데 이 책을 보면서도 답답했다. 우리나라가 하는 행위가...
나라와 나라 사이에 맺는 관계를 '외교'라는 단어를 쓴다. 참... 고상한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관계는 그냥 과장 좀 보태서 조폭세계다. 군사력 강하고 더 큰나라가 꽥!하고 소리지르면 깨갱!해야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미국이 그랬고, 중국이 그랬다. 그런 면에서보자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나라사이에 평등한 외교는 없었다. 그때는 칼들고 와서 소리질렀다면 지금은 웃으면서 뒤에 핵무기랑 돈 쌓아놓고 소리지르는 거랄까.(말 안들으면 핵으로 위협하고 돈으로 위협하는)
우리의 오랜 역사를 놓고보자면 고구려 때만해도 우리는 중국을 상위국가로 보지 않았다. 대등한 관계였고, 중국도 우리를 신하의 나라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당연합군으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면서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선까지. 임진왜란 때 명에서 도와줬다고하지만 사실상은 일본이나 명나라나 우리한테는 매한가지였다. 남의 땅에서하는 전쟁이니 우리한테 그게 뭐그리 큰 이득이였겠는가. 뭐 암튼 그렇게 명과 청을 거친 사대 외교를 했고, 일제 치하를 거쳐 북한과 전쟁, 그리고 휴전. 미국이 들어왔다. 왜 우리는 누군가의 밑에만 있어야 했던 것일까? 지정학적 영향이 컸기도했지만, 우리가 너무 우리가 가진 힘을 무시했던건 아닐까. 팍스 코리아나의 꿈을 가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를 너무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저자는 그런 우리나라에 대해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국편에 붙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고, 자체붕괴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수록 북한은 더 핵을 발전시킬 것이고, 더 강하게 나올 것이다. 정세현 장관은 그 이유를 약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약자이기 때문에 더 강한 모습을 내보일수밖에 없다고, 대북제제가 계속되고 남북관계가 단절될수록 북한은 더 핵을 만들어내고 발전시켜갈것이고,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감한다. 그것은 지난 수십년을 통해 보아왔으니까. (그럼에도 우리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부분이 진짜..답답했다)
남북관계는 여러나라의 이해관계와 맞물려있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결국 각 나라는 자신의 이득대로 움직이다. 그들의 이득에 우리가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미국이지. 그렇기에 당사자인 우리와 북한이 나서야 한다. 북한이 우리를 상대하려하지 않아도, 우리는 끊임없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해야 하고, 그래서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어야 미국도 움직일 것이고, 중국도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는 그들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의 이익으로 올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야 함을 정세현 장관은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그런 시도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뿐.)
예전 대통령후보 토론회였나 어디서였나 어떤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물었다.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고. 나는 그 질문이 너무 유치했다.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주적을 찾는 것인가? 우리에겐 주적이 없다.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면 누구하고도 대화를 해야한다. 그것이 북한이든 미국인든 중국이든 말이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주 외교, 자주 국방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군사력도, 외교력도 갖춘 지금 여전히 60년대 냉전시대를 방불케하는 대북정책은 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요즘이다. 우리는 북한보다는 강한나라지만 예의를 갖춘 나라니까. 제발 조폭처럼 굴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책 속과 너무도 다른 현실과의 괴리에 많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자주국방, 자주외교 굉장히 당연한 단어가 현실속에서 당연하지 않아 슬프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남의 손이 아니라.
추천!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의해 더 고통받는다" - 영화 강철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