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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평점 :
<에피쿠로스 쾌락주의>만큼 우리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학파가 있었을까?! 옮긴이 역시 에피쿠로스가 이야기했던 의미가 우리말에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쾌락"의 의미는 아니였다고, 그래서 잘못된 번역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에피쿠로스가 활동할 당시에도 "쾌락"이 우리가 알고 있는 "쾌락"의 의미는 아니라고 말할 정도 였으니, 어쩌면 오역이 아닐수도. 그냥 그의 말을 이해를 잘 못한거지.ㅋ 그래서 궁금했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쾌락은 대체 무엇이였을까?!
에피쿠로스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지만, 남아있는것은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저작물을 모아, 옮겨놓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것은 철학자이줄 알았던 에피쿠로스가 현 시대를 살았다면 과학자였겠구나 싶을만큼 자연학에 대한 저작물을 많이 남겼다는 것이다. 역자가 정리해놓은 당시의 철학의 계보를 읽고 있자니 그의 저작물에 이해가 가는 바이기도 했다. 탈레스에서 시작한 유물론적 철학관이 계속해서 여러 사람을 통해 다양한 분파로 나뉘며 신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것이 점차 자연학으로 설명하려는 움직임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이런 철학적 논조는 소크라테스를 전후로 자연학을 통해 증명하려했던 것들을 인간 이성, 지성을 통해 추론하려는 논리적 움직임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테네의 몰락과 각종 전쟁 등으로 혼란에 빠진 시기로 혼란기에 접어들며, 그런 철학적 흐름은 개인주의적이고 실존주의적인 철학을 필요로했고 그때 등장한 것이 에피쿠로스 였다.
에피쿠로스 서신의 시작은 헤로도토스에 보내는 것이다. 이 서신을 통해 그가 왜 자연학을 연구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연현상에 대해 면밀히 연구함으로써 우리가 불필요한 오해나 엉뚱한 곳으로 빠져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사고에 근거하지 않는 사고는 근거없는 두려움과 혼란과 괴로움을 낳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보편적이고 중요한 원리를 앎으로써, 이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 내면에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연구하는 지식은 평정심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셨던 걸까….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아타락시아 평정심을 기본으로 한다. 이 때 쾌락은 먹고 마시고, 애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으로 추론하여 선택과 회피의 근거를 찾고, 잘못된 생각을 몰아내는 것을 말한다. 그 시작은 사려깊음을 기본으로하며, 그것은 곧 이성적인 사고를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은 곧 평정심을 의미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기에 그의 삶은 곧 신과 같은 삶이며, "불멸의 선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필요의 존재와 다르지 않기 때문 p.116" 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이런 서신 속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인간의 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는 것이다. 혼의 상실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읽고있자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그것을 자연학으로 설명함으로써 그런 부분조차 인간의 지성과 이성으로써 이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과학적으로 발전된 지금의 인류보다 더 이성적이여서 놀랐다. 지금을 살고계셨다면 천상 과학자셨을듯 싶어서ㅋ
또한 다른 한편 에피쿠로스의 글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그가 말하는 것이 꼭 우리가 말했던 "카르페디엠"의 의미와 맞다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곧 우리의 미래와 맞닿아있다고 말하는 의미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 말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인간이 말하는 현재의 행복에 대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의 쾌락에 대한 사상은 대단히 도덕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어울어지는 도덕적인 삶이면서, 나의 평정심, 나의 쾌락에 보다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그토록 유행했던 사상이였는가 싶게, 그리고 현재에도 그의 사상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되돌아 보게 만드는게 싶게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 중요한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수 있을까. 방점은 현재다. 읽어볼만한 책이다. Good!
"내일을 가장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기쁜 마음으로 내일을 맞을 수 있다."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