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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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딸 이기에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가슴 어디 한군데를 쿡 찌르는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의 추천으로 읽게된 이 책은 아주 오래전에 선물을 받아놓고도 두고두고 아껴두다 이제야 읽었다. 책을 펴는 순간 첫 문장에서 가슴이 아렸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p.9


이 책은 한국인 어머니, 미국인 아버지의 2세로 태어난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이다. 미셸은 비록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2세는 아니지만, 중산층인 부모님 덕에 1년에 한번은 한국을 다녀갔고, 들어올때마다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조금씩은 배웠다. 어머니가 한국인이기에 한국의 문화를 알고 있고, 특히 한국음식에 익숙했다. 둘의 관계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가 바라는 딸이 아니라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고자하는 딸과의 대립으로 미셸은 독립을 선언하고, 그렇게 대면대면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존재하는 말그대로 애증의 관계로 들어선다. 그런 생활이 익숙해질무렵 엄마의 암 소식.

미셸은 바로 엄마에게 돌아가, 엄마의 투병을 곁에서 지킨다. 그 모든 시간들을.

어떻게든 엄마를 살려보고자, 엄마와 더 함께있는 시간을 늘려보고자 노력하는 모든 행위는, 엄마의 기적을 만들지 못했고,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드리고자 당시 자신의 곁을 지켰고, 엄마가 인정했고, 좋아했던 남자친구 피터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책을 읽으면 내내 나는, 작가가 엄마의 투병기간과, 그 이후 돌아가신 시간을 힘들지만 버텨내는 방법에 놀랐다. 지치지 않기 위해, 절망에 빠지지 않기위해 엄마와의 추억을 돌아보며,  건강했던 엄마와 그런 엄마를 사랑했던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고, 노래하고, 추억한다. 돌아가신 이후는 엄마와 나눴던 음식, 엄마가 마지막까지 잘 드셨던 잣죽을 스스로 만들어먹고, 김치를 담궈먹으며, 엄마와 함께 나눴던 한국의 문화속에서 그녀만의 애도를 표하는 장면을 보며, 그녀의 건강한 정신이 부러웠다. 물론 글로만 읽는 그녀의 애도였기에, 그녀가 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얼마나 좌절했을지, 그 슬픔의 깊이는 감히 글만으로는 헤아릴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미셸의 애도를 보며, 자식에게 엄마란 존재가 물리적으로 사라졌다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한 이별, 관계의 엔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주고간 모든 시간이 그녀 안에서 살아있으니까.


슬프다. 아마도 작가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에 그녀가 추억하는 많은 것들이 우리의 삶과 닮아있어서 더 그녀의 슬픔이 마음깊이 와닿았던것 같다. 그녀의 추억이 나와 엄마의 추억과도 많은 것들이 닿아있었기에 말이다. 그래서 나의 먼 미래(오지 않기를 바라는 미래.)를 보는 듯하는 마음에 더 쓰렸는지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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