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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평점 :
"사랑의 쓸모" 사랑에 쓸모가 있나? 사랑은 그 자체로 인간의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우리가 타인에게 갖는 긍정적인 감정의 바탕은 기본적으로 사랑을 깔고 있으니까.
다양한 사랑의 모습 중 책은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다양한 세계문학 작품을 통해 말한다. 사랑은 인간에게 무엇인지, 어떤 모습 인지, 그런 사랑은 인간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를 말한다. 남녀간의 사랑에 뭐 있겠어?! 하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남녀간의 사랑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에서 결국 돌고 돌아 처음의 사랑에게로 돌아가는 제인에어까지.
책 속 많은 사랑 중에 안나 카레리나의 사랑, 마담 보바리에서 나타내는 간통. 간통은 사랑일까?! 라는 저자의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
그들에게는 사랑이나 타인에게는 고통이되는 사랑. 하지만 스스로가 결국은 용서하지 못해 택하는 선택. 그들은 그 사랑이 옳지 않음을 알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어쩌지 못해 그 사랑을 벗어나지 못한다. 마담 보바리의 엠마는 행복을 얻기위해 남편이 아닌 다른 이와 잠자리를 갖았지만, 행복을 채우지 못했다. 안나 까레리나의 안나는 매력적인 브론스키와 만나며,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지만, 남편과의 이혼을 끝내 선택하지 못한다. 스스로 그 과정속에서 깨달은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러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감정에 갖혀, 남편에게는 부도덕한 아내가, 애인인 브론스키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의심과 집착을 보이는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하는 파멸로 치닫는다. 간통은 사랑일까?...
사랑을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당사자에게는 그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드는 감정이지만 , 제 3자의 입장에서는 참...이해하기 힘든 감정이다. 왜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는가.하는 의문을 낳게 하니까...
또 사랑은 나이마다 달라지는 무엇이기도 하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로제와 시몽사이에서 갈등하는 폴의 감정은 20대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 20대의 내가 이 책을 읽었다면, 시몽을 선택하지 못하는 폴이 이상하겠지만, 지금의 나는 폴의 선택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저자는 그것을 익숙함이라고 했다. 그 단어 그자체가 이해된다. 로제라는 선택이 어쩌면 제 3자가 보이엔 나쁜 선택일지 모르나, 오랜시간 함께 해온 연인으로 폴에게는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사랑의 모습이니까. 그 사랑의 온도가 비록 낮을 지라도 말이다. 달콤 쌉사름한 초콜렛의 사랑의 온도는 오랜 시간동안 축적되어 왔기에 그 사랑의 완성이 되었을 때 불타버릴 정도였지만...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사랑의 또다른 모습은 상대를 바라보지만, 어쩌면 나만을 바라보고 하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도 결국은 서로를 사랑했지만, 각자의 사랑에 매몰되었고, 노르웨이의 숲(나는 상실의 시대로 읽어서, 뭔가 이 제목이 낯설..)에서도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육체적 관계는 나오코에게 기즈키 대신이였으나, 결국 기즈키가 아니였기에 거기서 끝이 되어버렸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토마시의 사랑은 어떤 누구보다 가벼웠고, 테레자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사랑은 어떤 누구가 아닌 그 자신이였다,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네흘류도프는 카튜사에 대한 자책감으로 그녀에게 결혼을 청한다. 그녀가 원하는 결혼이 무엇인지조차 생각도 해보지 않고 말이다. 이토록 이기적일 수 있을까. 싶게 말이다.
사랑은 세계 인구의 수많큼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기준이나 평균을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감정이면서 이성이다. 그 무엇보다 감정이면서, 차갑게 생각해야 하는 이성이어야 한다. 상대의 배경을 따지는 이성이 아니라, 그 사랑의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게, 이성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오롯한 내 감정에만 매이는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상대를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책 속의 많은 사랑이 그 부분만큼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듯.
"사랑 속에는 항상 어떠한 광기가 있다. 그러나 광기 속에는 항상 어떠한 이성이 있다." p.88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