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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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 작년부터인가 들었던 직업. 특수청소 관련해서 책도 있었고, 얼마전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요즘 특수청소 관련 소설인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죽음이 던지는 메시지, 죽음의 의미등에 대한 책들은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죽은 이후를 산 자로써 바라보게 만드는 무엇에 관한 책은 최근에 많이 나온듯.. (아니면 내가 몰랐거나..)


<흔적을 지워드립니다>제목을 가진 이 소설은 특수청소 업체를 운영하는 사사가와와 주인공 아사이는 술집 꽃밭에서 만남으로 시작한다. 아사이는 어렸을적 함께 살았던 할머니가 돌아가셔 장례를 치르고 다시 도쿄로 올라와 술 한잔을 하러 들어간 술집에서 사사가와를 만났고, 어찌어찌 기회가 되어 그의 일을 돕게 된다. 누군가가 죽은 장소를 청소해주는 특수청소일을 말이다. 어쩌다가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유족을 배려하고, 누군가의 마지막 흔적을 그토록 귀이 여겨주는 사사가와와 가에데를 통해 누군가의 죽음이 더럽고 불결하고 무서운 것이 아닌, 그의 마지막을 , 그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주요 줄거리이다. 

나라면,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사용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할 것 같았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 이별할 준비가. 그래서 8년동안이나 남편과 헤어지지 못한 아내. 반대로 소중한 아이가 너무나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을까 모든 물건을 처분함으로써 슬픔을 봉인해버린 엄마. 너무나 오랫동안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아온 형제로 동생의 죽음에 동생의 뼛조각하나 품어주지 못한 형이지만, 동생이 남긴 것에 가슴이 흔들리는 형. 95일동안 나의 삶에 가장 큰 의미가 되어주었던 딸을 보내지 못해 어두운 곳에서만 사는 아빠.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불결하게 바라본다.  주인공 아사이도 그랬다. 그저 토악질이 나오는 장소일 뿐. 우리도 장례식장을 다녀오면 소금을 뿌려야 한다는 등, 죽은 사람의 물건을 받는게 아니라는 등과 같은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나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였다면 다르다. 그저 슬플뿐. 거기엔 불결함이나 더러움이 없다. 왜? 나는 그를 아니까. 나와 그는 한 공간에서 숨을쉬었고, 밥을 같이 먹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나의 가장 소중한 추억의 일부니까. 그런 그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 하나만을 감당하기도 힘든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죽음은 그래서 불결한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한 시공간에서 같이 호흡했던 순간을 공유한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했다.

 죽음은 남은 이에게는 다시는 어떠한 형태로든 그와 다시 함께할 시간은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래서 남은 이에게 죽음은 살았던 이와의 이별이고, 그래서 더 잊지 못하는 추억이고, 그래서 그 시간은 그토록 힘든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야지만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무엇.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죽음은 무섭고, 슬프다. 가까운 이의 죽음도 알지 못하는 이의 죽음도 곁에 두고 싶지는 않다. 둘다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

그래도 누군가의 마지막을 저렇게 따뜻하고 소중히 바라봐주는 이가 있다면, 나의 마지막도 맡길 수 있을듯...


'어디선가 새 생명의 우렁찬 울음 소리가 날 때, 또 다른 누군가의 심장이 멎는다. 매일 반복되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이치가 묘하게 현실감을 가지고 가슴에 와 닿았다.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있다는 것도. "' p.253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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