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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사라지던 밤 2 ㅣ 나비사냥 3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22년 6월
평점 :
현직 형사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 문구에 두번도 고민하지 않고 읽은 책이다. 2권짜리 책을 앉은 자리에서 꼬박 한숨에 읽어내려 갔다. 주인공 태석의 수사가 궁금해서 이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콜드케이스라 불리는 미제들은 뉴스를 통해 한번쯤 들어봤던 그런 내용이였기에 더 눈을 뗄 수 없었다. 책의 말미까지 마지막까지 혹시나. 하면서도 엥?!하는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중간 중간 드러나는 사건들에서는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 사건이였으니까. 감히 피해자들의 그리고 그 가족들의 지옥같은 현실을 이해한다 말할 수조차 없는 사건들이였기에.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게 어떤 사건이였는지를..그래서 더 끔찍했다...)
책은 작은 사건들을 하나하나를 늘어놓으며 시작하기에, 처음에는 이 소설이 단편이였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부터 그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이기 시작한다.
태석이라는 형사를 중심으로 그가 해결하지 못했던 8년전 미제 사건 미순이와 선미 사건을 다시 파헤치면서, 그가 범인이라고 잡았지만, 결국 증거를 찾지못해 풀어줘야했던 김동수의 죽음을 시작으로 미제를 파헤친다. 미순이와 선미의 범인은 정말 김동수 였을까?! 그렇다면 김동수를 죽인 범인은 진짜 임춘석일까. 유미일까. 그들은 어떻게 그를 찾았고, 그를 죽일 수 있었을까.
유가족의 복수라는 명목하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중, 주인공 태석은 미순, 선미의 죽음을 파헤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들이 꼭 살아있기를 바랬다. 그게 반전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순간의 끔찍함은 그녀들의 죽음이 어쩌면 더 나았는가하는 생각을 들게했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여져, 범인의 범죄를 묘사할때는 꽤나 상세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묘하게 이 책은 범인의 시점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범인의 정체를 숨김으로써 끝까지 추리하게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도 있었겠지만, 책의 말미의 작가의 글을 보면서 현직 형사로써 참담했던 사건 현장을 되짚으며, 그 가해자의 관점이 끔찍하고 역겨워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작가는 그 현장을 직접 보았으니까.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더는 현실에서 희망을 가질 수 없을 정도의 고통으로 무너지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가 가해자의 시점에서 쓰는 그 장면의 글이 얼마나 소름끼쳤겠는가.
복수라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만, 책을 읽으며 복수가 정말 옳지 않을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했지만, 사실 그런 사건 자체가 없었어야 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그 자체가 없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지만, 현실이였고, 그래서 더 소설이라고 믿어버리고 싶었던 책이다.
재밌었지만, 재밌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만든다.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라.
경찰분들껜 죄송하지만, 범죄가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세상이 오길 바래본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