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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국화꽃 향기" 와. 정말 유명했던 책이다. 오래전에 책으로 영화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책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읽었다. 개인적으로 책은 처음이다. 영화관에서 장진영 배우가 부엌에서 진통제를 맞지 않겠다고 고통에 몸부림 치는 장면에서 어찌나 울었는지. 책은 영화와 어떤 점이 다를지 궁금하네, 라고 생각만하다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원작 소설을 읽었다...
주인공 승우는 미주를 지하철에서 처음 만났고, 동아리 선배였고, 그녀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미주는 승우를 그저 어린 후배로만 보았고, 승우가 미주에게로 향한 사랑을 어린 후배가 선배를 동경하는 치기어린 사랑으로 대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사회의 라디오 PD로 어엿한 성인이 된 승우, 여전히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엔 변화가 없어, 길에서 만난 미주를 무작정 쫒았고,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그녀 곁에 계속해서 머문다. 라디오 사연을 통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계속해서 전하면서, 그렇게 쌓인 시간만큼, 미주역시 승우가 남자로 보이고, 둘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둘의 결실인 아이가 찾아오면서 그들에게 비극이 시작된다.
어렸을 적 영화를 볼때는 저 비극이 너무 슬펐다. 여전히 비극은 슬프다. 하지만, 정말 비극일까. 누군가를 잃는 것은 정말 슬픈일이지만, 그 사랑을 확인하는 것 역시 비극을 통해서다. 그만큼 이 사랑이 깊었다는것, 시련에 조차 흔들리지 않는 사랑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 사랑을 하는 지금이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는것, 이게 정말 비극일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감정의 최대치라는 것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특히나 사랑에서 감정의 최대치를 내보인다는 것은 나를 다 내어주는 것인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켜야 할것이 많아지기에 그러기 쉽지 않다. 늘 뭔가를 계산해야 하고, 따져야 하는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물론 개인마다 다르긴 하겠지.) 그래서 승우의 파릇한 감정이 부러웠고, 미주가 지켜야했던 사랑이 대단해보였다.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두사람이.
오래전 책을 꺼내 읽는 느낌은 빛바랜 사진첩을 다시 보는 느낌이랑 비슷하다. 다소 유치하지만, 그래도 아련히 다시 보이는 그 때의 그 감정을 다시 느끼며, 추억하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여전히 미주와 승우는 사랑스럽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