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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ㅣ 8020 이어령 명강
이어령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4월
평점 :
이어령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분의 책을 한번도 읽어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책이다.
몬드리안의 그림 배경에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개인가?”라는 질문이 쓰여진 책은 “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분이 수학자셨던가?! 하는 의문과 함께 시작한 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정량적 의미의 수를 말그대로 우리의 언어와 연결지어 그 의미와 상징성을 재탄생 시키는 사고를 말하고 있었다.
그 시작은 저자의 어린시절이다. 어머니께서 사오신 별사탕을 형과 나누는 과정속에서 조금의 손해도 보기싫었던 형제는 서로의 별사탕을 헤아려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이 싫었던 어머니는 별사탕을 정확히 헤아려 형제에게 나누어주었으나, 그 속에 들어있던 빨간색 별사탕의 개수로 형제는 싸웠고, 결국 어머니께 혼이난 형제는 어머니를 피해 밖으로 탈출해 어둑한 들판의 둑 밑에서 별사탕의 개수가 더이상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수에 의미가 없다는 말은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어떻게든 너와 나의 몫을 분명히 하겠다는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수를 이용하는 과학이란 그런것이니까. 딱 떨어지는 값을 증명하기 위한 개념이니. 수는 어떤 의미도, 어떤 입장도 가지지 않지만, 수에 의존하는 인간에게 수는 어쩌면 인간성의 몰살까지의 의미를 갖는지도 모르겠다.
그 형제가 다퉜던 2개, 5개의 별사탕의 수 중 2는 어떤 사물이나 형상을 두개로 나누는 수로 이해될 수로 낮과 밤, 선과 악 , 여름과 겨울의 대립으로 볼수도 있지만, 이것을 연결시키면 결국 아침이 가면 저녁이 오고, 여름이 가면 겨울이 오듯 그 자체의 연속성으로 이해될 수도 있는 수이다. 우리의 태극기의 중간인 태극은 빨강과 파랑으로 나뉘었다고 생각하지만, 태극의 문양은 통합된 세계를 뜻하는 의미인것을 보면, 2라는 수는 통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수이다.
5는 우리의 손가락 숫자와 같고 그래서 인간은 5를 넘기지 않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많다고 한다. 오음계, 오행, 오미, 오감 등 그리고 5는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별의 오각형과도 같다. 오각형은 별모양을 가르키지만, 인간의 형상과도 닮았다. 그래서. 카빌라에서 5는 공정을 의미하며, 대칭적 의미로 공포를 나타내기도 한다니, 책을 읽어가며, 1~10까지의 수가 달리보이는 것은 나뿐이겠는가.
책은 수와 사람을 연결하여, 우리가 그저 삶 속에서 내것과 남의것을 나누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수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더이상 수가 그 정량적 의미의 수가 아님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마치 ‘쥐’라는 대상은 우리에게 더럽고 가까이하기 꺼려지는 존재지만, 쥐라는 대상에 미키마우스라는 이름을 더하는 순간은 나의 어린 시절 가장 가까운 친구, 나와 나의 아이들이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오듯. 미키마우스의 의미 역시 미국에서 차별받던 아일랜드인을 천시하는 단어 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키는 더이상 우리에게 그런 의미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의 삶에 수는 그러해야 한다고 저자 이어령은 말하고 있다.
이어령이라는 분의 책을 처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낯익은 단어를 발견했고, 오래전에 이분의 책을 한권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 책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의 변곡점에서 그 둘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책이였던 것 같은데,
이 책 역시 딱 떨어지는 수를 통해 분할과 배제가 아니라, 인간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연속을 말하고 있다.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개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이 책을 덮는 순간 떠올랐다. 책을 읽는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강력 추천!
“즉, 셀수 없는 세계를 셀수 있는 세계로 나타내느냐. 이 숫자와 언어가 서로 오고가는 또 하나의 길. 숫자세계와 언어세계가 둘로 딱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서로 또 뒤범벅이 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찾는 것입니다.”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