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힌 자리엔
홍우림(젤리빈)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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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였던 <어둠이 걷힌 자리엔>이 소설로 나왔다. 책의 배경은 1900년대 초 경성이며, 오월중개소에는 사람이 보고 들을 수 없는 신묘한 것들을 알 수 있는 두겸이 있다. 중개소는 표면적으로는 미술품이나 골동품을 중개하는 상점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해주는 곳이다.


왜 하필 1900년대 초 경성이였을까. 우리의 가장 아프고 어지러웠던 시절. 그래서 더 인간의 마음이 혼란 그 자체였던 그 시절. 어쩌면 있었을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많은 신들도 그래서 더 힘들었을지 모르는 그 시절. 두겸은 오월 중개소를 운영한다.

 두겸은 12살때, 살던 마을에서 귀신이 들렸다는 이유로 마을사람들이 귀신잡아먹는 우물이라고 불리는 곳에 버려졌다. 친구 섭섭이는 귀신들린 칼의 저주에 의해 죽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칼을 우물에 버다. 건너편 정이누님은 도망쳤다 잡혀왔는데, 사람들은 꽃신에 귀신이 들려 그랬다고 말했다. 두겸의 어린동생은 발작을 일으켰는데, 마을 사람들은 귀신이 씌었다 말했다. 

 사실 섭섭이는 말을 더듬고 조금 느린아이라는 이유로 마을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것이였고, 정이 누나는 남편의 매일같은 폭력에 도망을 친 것 뿐이였고, 두겸의 어린동생은 그냥 발작을 일으키는 병을 앓았던것 뿐이다. 그저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것, 골칫거리들을 "귀신 들렸다"는 이유로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든것을 그 우물 속에 던져버렸던 것이다. 두겸 역시 그의 동생과 같이 귀신에 씌웠다는 이유로 우물에 던져졌다. 두겸은 그 우물 속에서 영물인 뱀 신 치조를 만났고, 그의 몸의 조그만 조각으로 인해 살아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이가 되었다.


책은 그런 두겸이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하고, 그곳에 서린 원혼을 저승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때로 어떤 원혼은 그저 들어주고, 그들을 공감해줌으로써 그 한이 풀리기도 한다. 그들도 사람이였으니까. 두겸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을 원망해 복수하는 악신이 왜 되지 않았을까. 

 어떤 이는 사람을 사랑해 사람을 위해 그들이 사는 땅의 저주를 풀어주고자 우물을 만들어주었으나, 인간은 그 우물을 이용했다. 자신들의 악을 덮고자, 치부를 감추고자 악용한 셈이다. 그래서 우물을 만든이는 모든 악을 없애고자 원혼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인간에 의해 죽을 뻔하였으나, 여전이 인간과 원혼을 돕는 두겸의 마음에 스스로 떠났다. 그에게 두겸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영원히 상처 속에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요." p. 301


맞는 말이다. 예전 드라마에서 "과거를 놔줘야 미래가 온다"는 대사를 듣고, 뭔가 촤르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두겸의 대사를 읽으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죽을만큼 힘들고, 원망스러운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 앞으로 나아가기란 참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우리는 느리고, 때로는 후퇴할 때도 있지만 긴 시간을 놓고보면 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0년전과 지금이 다르고, 20년전과 지금이 확연이 다르듯.  책은 미묘한 존재들을 통해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면을 다루면서도, 결국은 사람을 통해 다시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참 따뜻했다. 맞다. 어둠이 걷힌 자리엔 따뜻힌 빛이 스며드니까.


 웹툰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책을 보다보니, (비록 웹툰을 보진 않았지만) 뭔가 장면이 하나씩 그려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재밌었고, 두겸과 치조, 호와 경사장이 보여주는 인간의 신뢰가 정말 동화같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호가 되어 오월중개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무서우려나...)


킬링 타임용 소설로 최고!

Good Good!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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