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속도
엘리자베스 문 지음, 정소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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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추천사와 책의 띠지에 있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와 읽었다. 책을 받고 보니 유명한 작가님이고, 네뷸러상을 받은 책이라는 것을 알았고, 단번에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근미래 거의 마지막으로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회사는 그들에게 신기술로인해 자폐증이 나을 수 있으니, 치료를 권고한다. 주인공인 루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수요일에는 펜싱을 하고, 금요일에는 장을보며, 주말에는 빨래를 하는 사람이다. 그는 취미로 하는 펜싱의 클럽 멤버중 하나인 마저리를 좋아하고, 펜싱 클럽의 주체자인 톰과 루시아와 친하다. 그들은 루를 좋아하고, 루도 그러하다.

책은 루의 시점으로 쓰여졌다. 루는 패턴을 인식하고 분석함에 있어 천재적인 사람이다, 그 능력으로 회사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며, 펜싱클럽에서도 상대의 공격 및 수비 패턴을 알고 움직이기에 그 누구보다 뛰어나고, 펜싱 토너먼트에 출전을 하기도 한다. 또한 루는 타인이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읽고, 타인을 귀찮게 하거나,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타인이 루에게 무례하게 행동할 뿐이지. 


이 책을 읽고있다보면, 루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얼까?!  책속의 루는 누구보다 정상이다. 우리도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말투와 행동에 추측할 뿐이지.  그리고 그런 행동은 우리가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체득되는 것이다. 루 또한 그러했다. 오히려 정상이라고 분류된 이들이 더 이상하다!

기준이 없고, 때로는 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폭팔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언가를 숨기기도 하고, 이편 저편에 서는 등의 줏대없는 모습을 보인다. 이게 정상인가?! 그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비정상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을 훌륭하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타인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며, 하고싶은 말을 조리있게 하고, 예측이 가능한 행동을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우리가 말하는 정상 아닌가?!

 펜싱을 할때에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정해진 규칙에 의해 경기를 한다. 경기를 한다는 하나의 목표로 동일하게 움직이는 같은 사람인데, 마스크를 벗는 순간 정상과 비정상이 나뉜다. 왜그럴까?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자폐증은 루가 가진 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요인 하나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것이 맞는 일일까? 루는 그저 자폐인인것이 아니다. 그것을 포함하여 많은 것들이 루를 이루고 있고, 그런 루와 또 많은 이들이 관계를 맺어왔다. 그들은 루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루 역시 그런 그들과의 관계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생각한다.  


' "나는 나 자신이기를 좋아합니다. 자폐증은 나 자신의 한 부분입니다. 전부가 아닙니다." 나는 내 말이 사실이기를, 내가 내 진단명 이상이기를 바란다.

"그러니- 우리가 자폐증을 없애도 당신은 같은 사람일 겁니다. 그저 자폐인이 아닐 뿐이죠"' p.394

그렇다면 그들은 왜 루에게 치료를 권하는 것일까. 우리는 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세상 속에 있는 것일까? 루는 계속해서 생각한다. 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은 무엇일까.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루라는 사람인 나.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관계와 그 관계 속의 추억을 가진 그에 대해 말이다. 그의 선택은 자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에서 한 발자국 나아감에 있다는 것, 그가 펜싱을  취미에서 토너먼트 출전으로 한발자국 나아갔듯이. 그가 그의 인생에서 또 다른 변화를 통해 지금에 머물지 않기위해 선택한 결정이 내 눈에는 누구보다 멋진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그 아득한 어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신이라는 환한 빛으로. 그의 자신감이 나는 참 부러웠다. 그만큼 나는 나자신에 대해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한참 후에까지 작가가 던지는 일관된 질문이 계속해서 떠오를것 같다.

강력추천!


"그가 나를 응시하며 서 있다. 그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이윽고 "그럼, 얼굴보며 지내요"라고 말하고 돌아선다. 물론 우리는 얼굴을 보며 지낼 것이다. 같은 건물에 산다. 나는 이 말이, 그가 나와 함께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의미라면, 왜 그냥 그렇게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차로 몸을 돌리고 아파트 현관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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