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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클래식
김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중학교때인가 음악숙제가 어떤 음악회든 음악회하나를 듣고 감상문을 써내는 것이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피아노 독주회를 갔었다.
당연히 공연에 대한 예의는 몰랐고, 독주회는 지겨웠고 맨 뒤에서 나갔다 들어왔다하면서 산만하게 보다가 공연이 끝났기에 와~ 끝났다라고 나오려했더니 사람들이 일어나 앵콜을 외치는 소리에 맥이 빠졌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다. 연주자분께도 그 공연을 보러오신 분들께도 정말해서는 안될 행동들이였다. 그뒤로 지금까지 클래식이라고는 담쌓고 지내다가 문득 "오늘부터"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그 죄송스런 기억과 함께.
이 책은 문화부기자인 저자가 클래식에 대해 쓴 책이다. 클래식의 역사도 아니고 작곡가나 그들이 남긴 유산에 대한 설명만 있는 책도 아니다. 정말 "오늘부터" 클래식을 들어볼까나~?하는 나같은 완전 문외한을 위한 책이다. 음악이 울리는 장소, 음악을 만든 사람, 그리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 그리고 그 클래식이라는 음악에 대한 보편적 궁금함에 저자의 에세이같은 밝고 산뜻한 글들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이라는 음악분야가 조금 달리보였다. 현대의 연주는 청중들과 함께하는 연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점이다.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소리를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청중의 소리(존 케이지의 4분33초) 또한 음악이 될 수 있는 파격적인 연주가 이뤄지기도한다니, 사실 그 콘서트의 관객들은 많이 당황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 시도 자체가 클래식이라는 분야가 가지는 그 틀에 딱 맞는 엄격함이라는 느낌에서 그 틀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손열음이라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는 경쟁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연주를 한다는 이 당당함. 서양 음악의 중심에서 우리나라의 종묘제례악을 서양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윤이상 작곡가님. 대타로 올랐지만 기회를 잡겠다는 욕심보다 오케스트라를 배려하는 연주자로서 무대에 선 조성진님. 클래식이라는 분야에서 들리는 클래식을 잘 모르는 내게도 익숙한 이름들을 책에서 다시 읽으며, 뿌뜻했던것은 덤.
그리고 개인적으로 클래식 책을 보면서 깔깔대고 웃게될줄 몰랐는데, 저자의 표현 그대로 "지구에 너무 일찍 와서 외로웠던 에릭사티 p.122" 라는 분이 악보에 남긴 글들이였다. 보통 내가 아는 악보엔 "빠르게", "노래하듯이" 뭐 이런 글들을 선생님이 써주셨는데(어렸을때 피아노 잠깐 배우던 시절..) 이분의 악보엔 "의문을 가지고 연주할 것", "과식하지 말 것"이라는 글들이 있었다한다. 순간 무슨 느낌일까. 같이 갸우뚱되면서도 그 악보를 받아든 연주자들의 표정이.... 그리고 제일 신기했던 것은 이분이 "짜증"이라는 곡을 남겼는데 두줄짜리 악보에 '840번 반복할것 p.123'이라고 쓰여있었다니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입이 딱 벌어졌다.(더 대박인건 실제로 연주한 분이 있다는 사실......)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을때면 그림과 함께 글을 읽기에 그림이 주는 느낌을 좀더 생생하게 느낄수 있었는데 음악은 글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과 실제 음악을 들을때의 그 간극이 참 좁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책의 챕터마다 음악의 QR 코드가 있어, 한곡씩 들으며 한 챕터씩 읽어나가면서 든 느낌이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였다.
어떤 곡이든 그림이든 물론 아는만큼 들리고 보이지만, 결국 어떤 대상을 감상하는 것은 내가 알고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그것은 온전하게 그때의 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감성임을 말이다. 아직은 높은 클래식의 벽이 느껴지긴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듣는 음악은 그저 쌩!으로 듣는 음악과는 분명 달리 들린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 공연이 열린다면, 나도 콘서트 홀에서 유투브나 CD가 아니라 그 날의 음악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겨울이라면 겉옷은 꼭 로비에 맡기고 말이다.
좋은 책이다. Good!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