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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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도박장인 카지노에서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 의해 파괴된 삶은 각종 언론 매채를 통해 전해 듣게 된다. 삶을 파괴하는 이런 도박장의 존재도 아이러니하지만, 도박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듦에도 사람들은 카지노로 몰린다. 돈을 빌리기 위해 부모 손에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을 통해 본 부실 공사로 지어진 카지노와 다양한 인간상이 살아가는 자음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카지노 베이비는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정말 나에겐 어릴 적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나만 혼자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도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진 않는단 얘기다. (p.27)

카지노가 중심인 웨스트부다스 랜드, 전당포 거리와 숙소가 있는 슬립시티, 교회와 도서관이 있는 이스트지저스(지음 읍내). 도박에 빠진 부모가 전당포에 맡긴 아이 하늘이는 열 살가량 되었지만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아이이다. 전당포 주인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하늘이에겐 할머니의 딸이 엄마, 아들은 삼촌이 되었다. 출생증명서가 없고 학교입학을 위한 서류를 구비하지 못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하늘이는 친부모님이 누구인지 모르고 그렇게 자란다. 한때 탄광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탄광 노동자들의 피땀과 눈물로 채워졌던 곳에 카지노가 들어선다. 그래서 이 카지노는 지음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에 깊이 연결되어 있다. 성실히 일하던 삼촌이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이상한 행동을 하고 엄마는 뭔가 모자란 사람 같아 악착같이 성실한 할머니와 하늘이만 정상적으로 보인다.

지음이 흔들린다! 랜드가 무너진다!” 이렇게 외치고 다니던 삼촌의 말처럼 지음 이곳저곳에 문제가 생기고 공원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지속해서 발생하자 무당 박수 할아버지가 굿판을 벌인다. 이 굿판을 구경하던 하늘이는 지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게 되고 카지노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진다. 카지노 안으로 몰래 들어가는 데 성공하지만 들어간 후 몇 분 만에 카지노가 무너진다.

 

할머니의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구출된 하늘이와 지음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고 할머니가 그린 큰 그림이 무엇인지 이제 남겨진 가족들이 풀어나갈 숙제로 남겨진다.

나에게, 엄마에게, 삼촌에게, 그리고 할머니에게 주어진 질문과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냥 물을 수 있는 사람은 그냥 묻고,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답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은 온 마음으로 묻고 답해야 한다. (p.296)

 

도박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욕망은 더 추악해 보인다. 한없이 위축된 아이일 것 같은 예상을 벗어나 하늘이는 버려진 자신의 신세도 그리고 새로운 가족도 애정이 어리게 대한다. 어리지만 어쩌면 더 냉철한 시선으로 지음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생각하는 하늘이를 통해 어른들의 부족한 모습은 한없이 초라하다. 카지노와 부실 공사를 엮어 인간의 탐욕의 정점을 그려낸 카지노 베이비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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