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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집을 샀어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최하나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아이고, 강남에 집 한 채도 없는 것들이 애새끼를 키우긴 뭘 키운다고! 미친것들.
으이고 내가 강남에 집을 샀다고. 김건동 내가 강남에 집을 샀다고. 알긴 알아?" (p.292)
보통의 삶을 사는 사람 중 인생역전을 한 번이라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에 주식투자와 부동산 관련 서적도 많은 것이 아닐까? 그런 인생역전도 용감함이 필요해서인지 나는 여전히 주식도 부동산도 멀게만 느껴지지만 좀 공부는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게 된다. 『강남에 집을 샀어』라는 제목만 보면 부동산 투자의 성공 신화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났다.
10년의 고시 생활을 접고 학원 실장으로 취업을 한 김건동은 학원의 잡무를 도맡아 한다. 계약직에 월급도 적어 여전히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던 차에 유튜브로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섣불리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믿고 빌라를 구매한다. 이 첫 번째 투자가 실패해 빚만 늘어나고 학원 원장의 갑질은 더 심해지자 다시 제대로 부동산 투자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투자 설명회에 참석하고 당장 돈이 없어도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간다. 부동산 갭투자로 사기를 치는 일당에게 속아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오히려 한 채당 오백만 원이 입금되며 서류상으로 신축 빌라의 수십 채의 부동산 보유자가 되어 기쁨을 누린다. 1년이 지난 후 세입자들의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서 건동은 하우스 푸어도 아닌 하우스 빌런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만 이제는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국가고시만 십 년을 준비하다 모조리 떨어지고 급한 마음에 구한 일이 학원의 계약직 실장. 그러다가 부동산 투자의 맛을 알게 되었고 굽실거리게 했던 원장 놈에게 한 방 먹인 뒤 이제는 백수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지만 버는 돈은 하늘과 땅 차이인 현재. (p.249)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은행 대출 없이 오로지 내 능력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부를 성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를 쥐게 되면서 얻게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꿈이 부에 대한 욕망을 키우게 된다. 이 책은 부에 대한 욕망과 그 끝없는 욕망의 폭주 뒤 찾아오는 암흑을 여실히 보여준다. 돌파구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 벗어나 고급 외제 차에 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집 한 채당 오백만 원이라는 돈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꿈같은 나날들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던 건동의 결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의심했다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작가는 아마도 정당한 노력을 하지 않고 일궜던 일확천금의 성이 일순간 쉽게 무너짐을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몰락하는 건동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부동산 영끌족의 빚투 같은 사회적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현시점에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