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마시 탐정 트리오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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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는 할머니의 강원도와 경상도 방언으로 할매가 평범한 호칭이라면 할마시는 센 이미지 혹은 미울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래서 평범한 할머니라 불리기보다 존 세게 보이기 위해 할마시 탐정 트리오라는 팀을 결성해 돈도 벌고 무료한 실버타운의 생활에 활력을 찾고자 세 할머니가 뭉치고 활약하는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할마시 탐정 트리오잘 나가던 드라마 작가였던 가영 언니, 비혼에 교사 생활을 퇴직한 나숙 씨, 자식들이 외국에 나가고 약간의 인지장애가 있지만 트럭 장사로 다져진 체력을 지닌 다정 할머니, 이 셋은 각자가 가진 장점들을 살려 풍요실버타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첫 도난 사건은 절도한 사람이 없이 쉽게 해결이 되었고 의뢰받은 두 번째 사건부터는 제대로 된 탐정 역할을 한다. 80에 가까운 오 총장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게 되는데 존엄사를 준비했었고 지병과 나이를 생각하면 특별한 거 없어 보이던 그의 죽음 뒤에 가려진 비밀을 밝힌다. 몸캠피싱을 당한 박 교장의 사건 의뢰받고는 협박범을 잡고, 다세대 주택 주인인 고 여사 부부는 월세를 받아 실버타운의 생활비를 내었는데 월세를 내지 않는 악덕 세입자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어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외출한 할마시 탐정 트리오는 보이스 피싱 일당이던 이 세입자들을 잡는 데 성공한다. 실버타운 입주자들 몇 명이 실종되면서 이 실종 사건 뒤에 실버타운을 메타버스 실버타운으로 바꾸려는 세력이 있음을 알고 이들과 맞선다.

 

이렇듯 나이가 들면 과거의 직업과 상관없이 인간 본연의 모습에서 이성은 거의 퇴색하고 본능에 충실해지면서 인간다움은 하나하나 무너져 간다. (p.22)

 

실버타운에서 돈이나 명예, 가족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건강이고 아울러 내가 조금 힘들어할 때 누가 도와줄 수 있는지였다. 가족들 방문은 점점 뜸해지고, 외부의 자극 없이 하루하루 가다 보면, 내가 낙오되어도 직원이나 가끔 들를까 스스로 다른 이를 찾지 않으면 와 줄 이가 드물었다. (p.74)

 

노인을 정의하자면, 매일 똑같은 일을 해서 얻는 성과가 터무니없이 적은 사람.

곧 죽을 식물, 그건 바로 우리다. (p.147)

 

 

늙는다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아직 노년의 삶에 대해선 부모님의 모습에서만 볼 수 있지 더 자세히 부모님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노년의 삶을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할마시 트리오의 탐정은 탐정의 역할보다 노년의 삶과 생각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에 더 의미를 주고 싶다. 몸이 마음과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 상황들이 더 많을 뿐 여전히 열정과 꿈이 있는 할머니들이었다. 이들은 젊은 사람들에게 주 무대를 내어주고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된 기분으로 우울한 적도 많지만, 그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 삶의 주인공은 자신들임을 몸소 보여주며 서로 의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은 역시나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더 행복한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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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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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서 들리는 음악을 오르골에 담아 주는 오르골 가게상상만으로도 이런 신기한 오르골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항구 근처 조용한 동네에 크게 눈에 띄지도 않는 이 오르골 가게에 우연히 들른 사람들은 조금 특이한 주인의 설명을 듣고 자신만의 특별한 오르골을 구매하게 된다주인 무카이는 특별한 귀를 가지고 사람들 마음속의 음악을 듣고 오르골에 담아내는데 손님이 원하는 음악을 담아 줄 수도 있지만 주인 무카이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담아주기도 한다특별 제작이라고 해서 비용이 더 많이 들지도 않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이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청력에 문제가 있는 아들을 둔 미사키, 4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준페이밴드부 멤버 루카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세 명 모에미즈하라와 아유미사이가 좋지 않던 아버지의 제사로 귀향한 사부로피아노로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싶은 카논오랜 세월을 함께한 아내가 아프면서 여러 감정에 휩싸인 야스노리 등 각자의 오르골 속에 담긴 음악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위로받는다주인 무카이도는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타인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데 이 능력 덕분에 자신의 사랑도 이룬다.

 

"음악과 감정이 반드시 딱 맞춰지진 않아요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우연히 들은 곡이 의외로 마음속에 오래 남기도 합니다." (p.231)

 

이 오르골에 담긴 음악으로 고민원망마음의 짐은 덜게 되고 애틋함추억 그리고 사랑의 마음은 더욱 키우게 된다이 음악이 때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각자가 처한 상황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마주할 용기를 준다귀가 특별히 예민하다는 것은 어쩌면 일상생활이 불편한 저주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자신의 불편함도 타인을 위해 재능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제목은 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인데 전혀 시끄럽지 않은 오르골 가게의 이야기는 따뜻했다특별히 강렬한 감동을 주기보다는 잔잔하게 울리는 오르골 음악과 같은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금 내 마음에 흐르는 곡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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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마법
이준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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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에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며 용기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준호 작가의 은둔형 외톨이의 마법을 읽어보았다.

 

주원은 중학교 3학년 때 친한 친구 재성이가 죽자 자퇴를 하고 거의 3년 간의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유미는 공간을 바꾸는 마법을 부릴 줄 아는데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자 유미의 마법 때문에 부모님이 죽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살던 곳을 떠나 할머니가 계신 시골로 가서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주원은 재성이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듣고, 유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편지로 인해 은둔형 생활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시작한다. 이 둘은 은둔형 외톨이 모임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마주하게 된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유미와 우연히 만난 주원은 사귀게 되고 은둔형 외톨이 모임을 다시 열며 이 멤버는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서로 용기를 주고받는다. 유미는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주원에게 자신의 마법을 보여주며 둘만의 시간을 갖는데 이 둘이 함께 있던 공원이 마법에서 풀리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 유미가 지난날 겪었던 소문이 다시 퍼지고 세간의 관심이 쏠려 힘든 시기를 보낸다. 세상 밖으로 나오려던 유미에게 이 사건은 유미를 다시 위축 들게 만들지만, 사람들의 관심도 서서히 식을 것이고 며칠 뒤 성인이 되면 이 마법의 능력 또한 사라지기에 안도한다. 하지만 이제 며칠 뒷면 사라질 능력을 사람들을 돕는 데 쓰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자신에게 쏟아질 관심을 감수한다.

 

분명 여러분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외부에서 오는 압박일 수도 있고 자기 내면의 두려움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이든 이겨 낼 수 있다는 강인한 마음을 가지세요. 그리고 주변을 잘 살피세요. 여러분들을 도와줄 누군가가 주위에 있을 겁니다. 절대 그 손을 놓지 마세요. (P.293~294)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자기만의 울타리에 안주하던 주원과 유미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결심하게 되는 것 또한 누군가의 죽음이었다. 죽은 이를 생각해서라도 이젠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노력하는 이 둘의 이야기가 주가 되면서 왕따, 괴롭힘, 폭력 등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은둔 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여 어색해하고 서로 눈도 못 맞추지만, 변화를 원했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은둔 생활에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3년간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변화했고 난처한 상황에 놓인 유미를 돕기도 한다. 프롤로그가 결말을 담고 있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돌아와 프롤로그를 읽어보니 그제야 유미가 선택한 삶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결말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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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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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쥐들을 피해 아메리카로 향했던 바스테트 일행의 다음 이야기 행성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천신만고 끝에 대서양을 건넌 이들이 도착한 뉴욕도 프랑스처럼 쥐들이 점령하고 있음을 배에서 목격했던 그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의 눈을 가진 고양이 바스테트 일행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에 도착하지만, 이곳도 알 카포네라는 대장이 이끄는 쥐 떼가 지상을 점령하고 있었다. 게다가 육지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쥐들의 공격을 받은 이들 일행이 거의 다 죽는다. 바스테트와 집사인 나탈리와 연인 로망웰즈 교수 그리고 고양이 피타고라스,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 암 고양이 에스메랄다 그리고 앵무새 샹폴리옹만 겨우 살아남는다. 다행히 고층 빌딩에 머물던 사람들과 모스부호를 주고받아 집라인을 타고 배에서 빌딩으로 이동하게 되지만 이동 중에 피타고라스는 추락했고 샹폴리옹은 고층 빌딩에 있던 고양이 부코스키에게 잡아 먹힌다. 이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고층 빌딩도 쥐들의 공격으로 무너져 내려 가장 최근에 지어진 튼튼하고 높은 고층 빌딩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다시 옮겨간다. 이곳은 백발의 힐러리 클린턴이 다양한 국가, 민족, 종교와 문화 공동체인 101개 부족의 의장으로 있었다. 바이러스 <신은 과학보다 위대하다>에 대응한 안티바이러스 <과학은 신보다 위대하다>의 계발 성공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시 작동시키지만, 기존에 감염된 파일들은 다 사라져 이제 유일하게 남은 지식체계는 바스테트가 가지고 있는 ESRAE 목걸이 속의 정보와 지식이다. 그랜트 장군이 이끄는 부대와 연락이 되어 쥐를 물리치고 뉴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쥐의 반격으로 다시 위태로워진다. 설상가상 티무르까지 미국으로 넘어와 바스테트를 노리며 쥐의 위협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람을 피운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다. (1p.123~124)

 

결국 인과응보가 아닐까. 인간들 모두가 스스로를 우월한 존재로 여기지. 종 특유의 오만함이 화를 부른 건지도 몰라. (1p.235)

 

나는 이제 인간들의 문명이 와해한 이유를 좀 더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에서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한다. (2p.67)

 

인간들 유전자 깊숙한 곳에는 죽음의 충동이 새겨져 있어. 외부의 적을 향해 파괴적 본능을 표출하지 않으면 끝내는 자기 자신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게 인간들이지. (2p.209)

 

인간들은 스스로 무지함을 자각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들의 강점이지. 반면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아, 생존에 필요한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무지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은 다른 동물 종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난 생각해. 우리도 인간들처럼 배움을 통해 무지를 보완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어.(2p.265)

 

저는 앞으로 우리에게 어느 부족, 인간, 어떤 동물 종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p.287)

 

1, 2권에 이어지는 인간 문명의 존폐를 건 쥐와의 전쟁에서 고양이 바스테트의 눈부신 활약은 때로는 충동적이고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건 용감성, 대범함 그리고 인가보다 더 나은 통찰력은 놀라웠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바스테트는 끝없는 고민과 선택의 순간의 놓이고 이럴 때 엄마가 해주었던 충고를 떠올린다. 때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가도 자신만이 쥐에 맞설 수 있다는 책임감에 용기를 내고 인간 문명을 공부하고 고양이 예언가가 되기로 다짐한다. 고양이 바스테트의 눈에 비친 문명의 파괴를 자초한 인간의 파괴적 본능과 어리석음은 인간의 눈에는 비치지 않는다. 인간이 소통하지 못한 결과가 낳은 문명의 파괴를 보고 여기서 해답을 얻어 쥐와 맞설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인간의 장점이 배움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인간을 항변하는 바스테트를 통해 배움으로 얻은 지혜를 인간 모두에게 이롭게 활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해답이라 생각된다. 고양이, 문명, 행성을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끊임없이 고양의 눈을 통해 인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지금의 물질만능주의, 오만함, 인종 갈등, 종교갈등, 불평등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명의 파괴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 문명, 행성3부작이라는 긴 서사를 이끌어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필력과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인간 문명의 미래도 상상해보았고 문명과 인간 그리고 우리의 숙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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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글쓰기 -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문장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명숙 옮김 / 북바이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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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올해 초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꼭 읽어내리라 다짐하고 도전했으나 혼자만의 숙제로 점점 더 다른 책들에 밀려 결국 완독하지 못했기에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나름의 미련으로 여성과 글쓰기라는 책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와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 이 책은 자기만의 방과 여섯 편의 에세이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일기, 편지에서 뽑은 주옥같은 문장이 원문과 함께 실려있다.

 

1928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여성 칼리지에서 여성과 픽션에 대한 강연을 요청받아 작성한 글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현재 우리가 만나고 있는 자기만의 방으로 출간되었다. 페미니스트의 문학의 진수로 손꼽히는 자기만의 방은 일단 강연용 글이라고 보기엔 독특한 방식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작가의 장소이동에 동행하며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서술방식으로 일단 시선을 끈다. 또한, 글 전반에 여성이 작가로 예술성을 펼치기 위해 여가(시간), 사적인 공간(자기만의 방), 경제적 독립()이사회적, 물질적 조건이 선행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6편의 에세이에서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반박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지적으로 부족하거나 예술성이 떨어진 것이 아님을 밝힌다.

 

5 나는 불가능한 구현에 흥미를 느낀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지속될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쓰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은, 유려한 정확성을 지닌 불분명한 형태와 모습의 물결로 이루어진 자유롭게 흐르는 말들의 바다를 창조하는 것이다.

I am interested in impossible embodiments. I wish to write; I wish to write about certain things that cannot be held. I want to create a sea of freely-flowing words of no definite form and shape waves of fluent exactness. The Early Journals, 1897-1909 (p.291~292)

 

 

62 그러나 그의 입술에서는 말들이 포도주처럼 흘러나온다.

But language is wine upon his lips. Jacob's Room(Chapter 3) (p.338)

 

 

233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단순하고 순수한 남성이거나 여성인 것은 치명적입니다. 글 쓰는 사람은 남성적인 여성 혹은 여성적인 남성이어야 합니다.

It is fatal for anyone who writes to think of their sex. It is fatal to be a man or woman pure and simple; one must be woman-manly or man-womanly. A Room of One's Own (Chapter 6) (p.471)

 

 

349 글을 쓰는 것이 매일의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나는 노년의 딱딱함이 싫다. 그런데 내게서 그것이 느껴진다. 나한테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시큼한 냄새가 난다. () 데스먼드가 이스트 코커(T. S. 엘리엇의 시)를 칭찬했을 때 나는 질투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늪지를 걸으며 '나는 나다. 남을 흉내 내지 말고 내 길을 가야 한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는 것만이 내가 글을 쓰고 살아가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먹는 것을 무척 즐긴다. 내가 차려내는 것은 상상의 식사다.

 

Writing to be a daily pleasure. I detest the hardness of old age-I feel it. I rasp. I'm tart. () When Desmond praises East Coker, and I am jealous, I walk over the marsh saying, I am I: and must follow that furrow, not copy another. That is the only justification for my writing, living. How one enjoys food now: I make up imaginary meals. A Writer's Diary, 1940. 12. 29. (p.569~570)

 

 

장편 소설 출항, 밤과 낮,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세월, 막간에서 그리고 다양한 버전의 일기, 편지 모음집, 자기만의 집과 에세이에서 발췌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평범한 일상에서부터 작가로 그리고 여성으로의 많은 사색이 담겨있었다. 이런 문장들을 통해 울프가 글쓴이로서 수많은 고뇌와 사색을 했기에 우리가 그녀의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원문과 함께 발췌되었기에 번역본과 비교해 볼 수 있었고 나만의 해석으로 원작을 만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페미니스트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지금도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천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글이라 여겨진다. 울프의 문장들을 읽으며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난해한 글이라 평가받아 망설이던 울프의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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