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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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쥐들을 피해 아메리카로 향했던 바스테트 일행의 다음 이야기 행성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천신만고 끝에 대서양을 건넌 이들이 도착한 뉴욕도 프랑스처럼 쥐들이 점령하고 있음을 배에서 목격했던 그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3의 눈을 가진 고양이 바스테트 일행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에 도착하지만, 이곳도 알 카포네라는 대장이 이끄는 쥐 떼가 지상을 점령하고 있었다. 게다가 육지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쥐들의 공격을 받은 이들 일행이 거의 다 죽는다. 바스테트와 집사인 나탈리와 연인 로망웰즈 교수 그리고 고양이 피타고라스, 바스테트의 아들 안젤로, 암 고양이 에스메랄다 그리고 앵무새 샹폴리옹만 겨우 살아남는다. 다행히 고층 빌딩에 머물던 사람들과 모스부호를 주고받아 집라인을 타고 배에서 빌딩으로 이동하게 되지만 이동 중에 피타고라스는 추락했고 샹폴리옹은 고층 빌딩에 있던 고양이 부코스키에게 잡아 먹힌다. 이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고층 빌딩도 쥐들의 공격으로 무너져 내려 가장 최근에 지어진 튼튼하고 높은 고층 빌딩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다시 옮겨간다. 이곳은 백발의 힐러리 클린턴이 다양한 국가, 민족, 종교와 문화 공동체인 101개 부족의 의장으로 있었다. 바이러스 <신은 과학보다 위대하다>에 대응한 안티바이러스 <과학은 신보다 위대하다>의 계발 성공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다시 작동시키지만, 기존에 감염된 파일들은 다 사라져 이제 유일하게 남은 지식체계는 바스테트가 가지고 있는 ESRAE 목걸이 속의 정보와 지식이다. 그랜트 장군이 이끄는 부대와 연락이 되어 쥐를 물리치고 뉴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쥐의 반격으로 다시 위태로워진다. 설상가상 티무르까지 미국으로 넘어와 바스테트를 노리며 쥐의 위협은 점점 더 가까워진다.

 

문득 인간이란 존재의 문제가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인간들은 신이라는 것을 상상해 만들어 내고 그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인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대상이 바람을 피운다고 상상하고 그 사람과 헤어진다. (1p.123~124)

 

결국 인과응보가 아닐까. 인간들 모두가 스스로를 우월한 존재로 여기지. 종 특유의 오만함이 화를 부른 건지도 몰라. (1p.235)

 

나는 이제 인간들의 문명이 와해한 이유를 좀 더 분명히 알 것 같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에서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한다. (2p.67)

 

인간들 유전자 깊숙한 곳에는 죽음의 충동이 새겨져 있어. 외부의 적을 향해 파괴적 본능을 표출하지 않으면 끝내는 자기 자신을 향해 총구를 돌리는 게 인간들이지. (2p.209)

 

인간들은 스스로 무지함을 자각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들의 강점이지. 반면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아, 생존에 필요한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 무지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은 다른 동물 종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난 생각해. 우리도 인간들처럼 배움을 통해 무지를 보완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어.(2p.265)

 

저는 앞으로 우리에게 어느 부족, 인간, 어떤 동물 종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p.287)

 

1, 2권에 이어지는 인간 문명의 존폐를 건 쥐와의 전쟁에서 고양이 바스테트의 눈부신 활약은 때로는 충동적이고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건 용감성, 대범함 그리고 인가보다 더 나은 통찰력은 놀라웠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바스테트는 끝없는 고민과 선택의 순간의 놓이고 이럴 때 엄마가 해주었던 충고를 떠올린다. 때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다가도 자신만이 쥐에 맞설 수 있다는 책임감에 용기를 내고 인간 문명을 공부하고 고양이 예언가가 되기로 다짐한다. 고양이 바스테트의 눈에 비친 문명의 파괴를 자초한 인간의 파괴적 본능과 어리석음은 인간의 눈에는 비치지 않는다. 인간이 소통하지 못한 결과가 낳은 문명의 파괴를 보고 여기서 해답을 얻어 쥐와 맞설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인간의 장점이 배움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인간을 항변하는 바스테트를 통해 배움으로 얻은 지혜를 인간 모두에게 이롭게 활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해답이라 생각된다. 고양이, 문명, 행성을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끊임없이 고양의 눈을 통해 인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지금의 물질만능주의, 오만함, 인종 갈등, 종교갈등, 불평등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명의 파괴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고양이, 문명, 행성3부작이라는 긴 서사를 이끌어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필력과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인간 문명의 미래도 상상해보았고 문명과 인간 그리고 우리의 숙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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