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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문제집 ㅣ 그래 책이야 54
선시야 지음, 김수영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2년 7월
평점 :
그래 책이야 54
무서운 문제집
잇츠북어린이
어느덧 8월. 찌는듯한 더위로 힘들어지는 한여름이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에어컨, 아이스크림, 얼음, 시원한 물.
모두 맞겠지만 한여름밤의 무더위 하면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는 무서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그래서인지 잇츠북어린이 신간 그래 책이야 시리즈 54권인 <무서운 문제집>은 제목만으로 내 마음을 이끌었다.
마치 문제집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이 이야기도 그렇게 나를 끌어당겼나 보다.
표지에도 악마가 그려져 있고, 자신만만한 얼굴의 소년의 모습이 살짝 뱀파이어 같기도 한 것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이들의 우정과 배려, 자기반성과 서로 간의 이해가 있는 따뜻한 내용인 반전이 있는 창작동화이다.

표지에 실린 아이에게 물으면 대답을 한다고?
뒤표지에 서로 싸우고 있는 이 아이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 비밀이 모두 밝혀진다.

이 책은 초등 교과연계도 되어서 학교 학습하면서 연계도서로 읽어도 좋겠다.
3학년 1학기 국어 6. 일이 일어난 까닭
3학년 2학기 국어 7. 글을 읽고 소개해요
4학년 1학기 국어 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
4학년 1학기 국어 2. 내용을 간추려요

이야기의 주인공이면서 '무서운 문제집'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한영재'
영재는 수학 천재이다. 두 살 때 구구단을 외웠으며 다섯 살 때 연립방정식을 풀었다.
현재 3학년인데 막상 3학년 문제는 너무 시시하다고 한다.
수학 문제를 틀린 적이 없으며 주말에는 영재학원에 다니고 있다.
정말 이름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이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어려워한다. 그리고 싫어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어 일명 '수학 포기자'가 되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아이가 유아 때부터 수학의 개념을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교과 수학, 연산, 사고력 수학 등의 다양한 수학 문제집을 풀면서 수학 공부에 집중시키는 엄마들이 많다. 그만큼 수학은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과목이지만 어렵고 힘든 과목이기도 하다.
그런 수학을 이렇게나 잘 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라니, 영재는 정말 멋진 아이이다.
하지만 조금 더 읽다 보니 살짝 눈살이 찌푸러진다.
영재 학원 문제도 시시하단 말이에요.
고민정, 고작 6학년 선행 문제 풀면서 낑낑대냐?
저렇게 말하면 친구들이 싫어할 텐데.. 생각했는데 역시나 친구들은 자신감에 넘쳐 잘난 체하는 영재와 놀지 않는다.
친구들이 대놓고 '재수 없다', '잘난 척 좀 그만해'라고 하지만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영재.
도리어 잘난 사람이 겸손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영재의 짝인 '고야'는 일주일 전 전학 온 친구이다.
전학 온 날 소개하는데 이름이 '최고야'라서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했다.
반 아이들이 모두 영재를 피하는데 '고야'만은 영재에게 계속 다가간다.
"너도 친구가 없구나.
쳇, 나는 친구 따위 필요 없어."
고야가 따뜻하게 다가가는데도 거부하는 영재.
정말 친구가 필요 없는 걸까. 아들과 같은 3학년이라서 그런지 수학천재이지만 친구가 없는 영재가 걱정이 되었다.

마침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고야와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종이 상자와 헌 책을 손수레에 싣고 힘들게 가시는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고야는 할아버지를 도와 손수레를 밀고, 영재는 그 뒤를 따라가다가 운명처럼 한 문제집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을 위한 수학 문제집"
영재 학원 문제조차 시시하다는 수학천재 영재에게 관심을 끌만한 제목의 문제집이다.
영재는 슬그머니 그 수학 문제집을 주워 집으로 가지고 온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말이다.

영재는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문제는 단 한 문제. 열심히 풀지만 도저히 풀리지가 않는다.
영재는 아마 '내가 못 푸는 문제는 세상에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저녁을 먹고도 계속 밤 12시까지 문제를 풀었지만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문제였기에 그럴까.

결국 영재가 문제 풀기를 포기했을 때 '-정답은 30쪽에'라는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진짜 30쪽을 보니 문제의 답이 있었는데 3학년 기본 교과 개념만 알면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어이없다는 듯이 문제집을 내팽개치고 잠이 든 영재는 그날 밤 문제집의 유령 악몽을 꾼다.
"문제도 풀지 못했으면서 잠을 자면 어떡해?
그러고도 네가 천재야?"
깜짝 놀라 깨어난 영재의 책상에는 전기스탠드가 켜져 있고 문제집이 펼쳐져 있다.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운 상황.
심지어 영재가 못 푼 1번 문제에는 빗금이 그어져 있고, 2번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
무슨 일이지. 이거 마법의 문제집인가.
영재는 잠도 못 자고 2번 문제를 풀었지만, 역시나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되었다.
수학 문제 한 문제를 못 풀어 밤을 새운 것이다.

영재는 학교 가는 길에 쓰레기통에 문제집을 버렸다.
그런데 학교에 가니 문제집이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영재는 무서웠다. 반 아이들이 문제집에 틀렸다는 빗금이 있는 것을 볼까 봐 두려웠다.
쉬는 시간에 영재는 문제집을 찢어져 버렸다. 하지만 교실로 돌아오니 테이프가 붙여진 채로 문제집은 영재의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문제집의 문제는 계속되고, 답을 보면 3학년 기본 개념 문제이다. 하지만 영재는 도저히 그 문제를 풀지 못하겠다.
무서워진 영재는 문제집을 고민정의 집 우체통에 넣기도 했지만 선생님을 통해 다시 돌아온다.
그것도 '한영재꺼'라는 이름까지 쓰인 채로 말이다.
이야기만 읽었는데도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정말 소름 끼쳤을 것 같다.

문제집의 문제를 계속 틀리면서 영재의 자신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항상 자신만만했던 수학 문제 풀기도 자신이 없고, 쉽게 풀 수 있던 문제도 틀렸다.
불안해지니 다른 과목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영재의 엄마는 영재를 불안하게 보며 무슨 일인지 걱정하고, 영재는 문제집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점점 힘들어졌다.
힘들어하고 피곤해하는 영재의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안타까웠다.
문제집은 버려도 돌아오고, 찢어도 돌아오고, 심지어 끝부분을 불에 태웠는데도 다시 영재에게 돌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문제집의 저주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그렇게 힘들어하던 중 영재의 눈에 '고야'가 들어왔다.
영재와 같은 단지에 살고, 같은 반인 친구. 늘 영재의 곁을 맴돌며 영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고야'.
친구가 필요 없다는 영재에게 다가와 영재를 친구라고 해 준 고야이다.
영재는 고야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말도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고야는 영재의 말을 그대로 믿어준다.
고야는 영재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고 싶었나 보다.
영재도 자신을 믿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야는 영재에게 문제집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한다.
사람도 아니고 문제집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게 가능했다.
실제로 말을 걸자 말풍선으로 대화를 하는 문제집.
잘난척쟁이들이 문제를 못 풀고 쩔쩔매는 모습이 재미있다고 한다.
비겁하다고 하는 영재에게 문제집이 한 마디 한다.
"흥, 너도 문제 좀 잘 푼다고 친구들 무시하고 재밌어했잖아."
맞다. 영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학 문제는 너무 쉬워 시시하다고 버릇없이 말하고, 친구들을 무시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났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집을 만나 자신감을 잃은 상태이다.
문제집은 자신을 다른 수학 천재에게 넘기면 영재를 떠나겠다고 한다.
과연 영재는 문제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문제집의 저주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한편 고야는 어떻게 문제집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만약 문제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그 사람도 문제집의 저주에 걸릴 텐데, 문제집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들의 해답은 이야기를 마저 읽어보면 찾을 수 있다.

책을 살펴보기 위해 택배를 뜯어 잠시 보고 있는데 아들이 찾아왔었다.
책 제목을 보더니 관심을 보이는 아들.
'무서운 문제집'이라는 제목이 내 관심을 끈 것처럼,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들의 마음도 이끌었나 보다.
책을 잠시 보다 내려놓았더니 그사이 아들이 책을 가지고 가서 읽기 시작했다.
재미있는지 열심히 읽기 시작!
저녁밥을 먹어야 하는데도 책을 가지고 와 읽으면서 먹는다.

밥을 먹으면서도 계속된 독서는 밥을 다 먹고도 이어지다가 다 읽고서야 책을 내려놓았다.
책 속 영재가 수학천재인데 부럽냐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는 아들.
왜 그렇냐고 물어보니 너무 잘난 척이 심하다고 한다.
그렇지.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잘 한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말과 행동은 결국 자신을 외롭게 한다.
그래도 영재가 '고야'와 '민정'이를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문제집이 어려운 문제를 낸다는 황당한 사연을 믿어주는 '고야'의 모습에서 영재는 고마움과 그동안 자신이 너무 자만심에 빠져있었다는 자기반성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집의 태도를 보며 자신도 그런 모습이었던 것을 깨닫고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을 것 같다.
영재의 아빠가 늘 영재에게 하던 말이 있다.
"아빠는 문제를 잘 푸는 것보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며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초반에 나왔을 때부터 이 말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눈에 보이는 문제만 잘 풀려고 하지만 살면서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영재도 '무서운 문제집'을 만나 못 푸는 문제들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고야가 힌트를 준다
"지금부터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그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때는 늦었다 생각 말고 지금부터 생각하면 된다.
영재의 경우에는 자신감이 넘쳐서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겸손하지 못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문제를 알게 되어 반성하고 해결하였으니 앞으로는 친구들과 재미있게 야구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친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믿어주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친구와의 소중한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