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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 ㅣ 샘터어린이문고 84
홍종의 지음, 남수현 그림 / 샘터사 / 2025년 6월
평점 :
어떤 날은 모든 일이 엉망이 되는 것 같고, 오해도 쌓이고, 노력했던 일이 아무 의미 없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지현준도 그런 하루를 겪는다.
좋아하는 친구 새미와 약속이 있던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새 소리. 그 작은 생명을 살리겠다는 아빠의 마음 때문에 결국 약속에 늦고 친해지고 싶었던 새미와는 어색해진다. 새를 구한 대신 소중한 관계를 잃게 된 것 같은 그날. 그런데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바로 그날부터 시작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현준이가 안쓰러웠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용기 내어 표현한 아이. 하지만 그걸 망치게 된 상황. 아빠는 새 생각뿐인 것 같고… 현준이의 마음이, 나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점점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현준이는 누군가를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아이였다. 억울하다고 변명하기보다, 시간이 걸려도 새미가 오해를 풀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다친 생명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보내줄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어른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쪼롱이와 포롱이를 숲에 풀어주는 장면이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맞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그 생각 속에는 단순히 새를 아끼는 마음 이상이 담겨 있었다.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관계를 보내기 전에 스스로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마음. 나는 그게 단순히 새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전학을 가게 된 새미와의 이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함께 바라보는 마음. 이 모든 것이 ‘살린다’는 말 속에 함께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더 놀라웠던 건, 책 속의 ‘아가새돌봄단’이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라는 사실이었다. 버려지거나 다친 새들을 구조해 돌보고, 건강을 회복하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활동을 실제로 하고 있다니. 현준이와 새미의 이야기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더 뭉클했다. 누군가는 그렇게 작은 생명 하나하나를 돌보고 있다는 것, 아이들도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멋졌다.
『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은 단지 동물 보호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무엇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짜 가까워진다는 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세상을 살리는 일은 거창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사소한 아픔을 모른 척하지 않는 일, 오해를 참고 기다려주는 일, 그리고 아기 새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매일 먹이를 챙겨주는 일. 그런 작고 조용한 마음들이 결국 모두를 구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것들이 다른 생명들에게는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말이다. 높게 세워진 방음벽과 투명한 유리창, 늘어나는 도로와 건물들 사이에서 새들은 점점 갈 곳을 잃고, 그뿐 아니라 자주 다치기도 한다.
우리는 그저 ‘자연은 자연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욕심으로 바뀐 환경 속에서 많은 동식물들이 이전보다 훨씬 살기 어려운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책 속 아가새들처럼, 되살려야 하는 생명들을 위해 누군가 나서야 하는 상황은 어쩌면 우리가 만든 문제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다 살린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들렸다.
과연 우리는 정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심코 지나치며, 우리만의 편리만 좇고 있는 건 아닐까?
나도 언젠가 아가새돌봄단처럼 무엇이든 살려내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읽고 나면 분명, 누군가를 더 잘 안아주고, 품을 내어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