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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 -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한 단어도 쓰기 힘든 당신을 위한 문장들
황인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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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한 시기가 있다. 쉴새 없이 바쁘고, 누군가와 만남을 가져도 본질적으로 뻥 비어 갈라진 것 같을 때가.

그럴 때면 늘 소비로 채우려 했는데 그건 오히려 내 재정에도 공허함을 가져다주었다. 해결해볼 방법을 고민하다 나는 글자를 삼키기로 했다. 이것저것 관심있는 페이퍼를 읽고, 사랑하는 소설을 읽고.

그런데도 바쁘고 지칠 때가 있다. 무언가 긴 글자의 나열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는 것이 버거워 마음을 공허하게 두는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게 하나의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시.

시를 읽는 것도 좋지만 내 손으로 써서 더 좋은 점은. 내가 그 시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적어내려 가진 않겠으나, 나만의 감정으로 문장을 적을 때면 빼곡하게 마음에도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 든달까!

행복하기 위해 하는 일 중, 가장 간편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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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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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이어지는 두 여자의 기묘한 연결"


가난한 여대생 ‘이경’은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하며, 살해·자살 현장을 치운다. 어느 날, 사망한 여자의 집을 정리하던 중 이상하게 끌리는 스노볼을 챙긴다. 그리고 그날 밤,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꿈을 꾼다.


반면, 학벌·미모·재력을 모두 갖춘 ‘다운’은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이경이 되는 악몽을 꾼다. 꿈속에서 이경은 초라하고 힘겨운 삶을 살고, 피곤한 노동에 시달린다. 두 사람의 꿈이 서로의 현실이 되어가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경은 꿈을 통해 다운의 과거를,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경험한다. 그리고 어느 날, 이경은 청소 업체에서 발견한 유품들 속에서 다운의 주민등록증과 일기를 발견한다. 문제는 그 일기가 죽은 여자의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녀의 일기는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이 기록되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과 숨겨진 설계자"

꿈을 통해 서로 얽혀 가는 두 사람.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경의 꿈과 다운의 현실이 하나로 연결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추는 순간, 이 판을 설계한 존재와 그 목적이 드러난다.


📖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

처음 이 책을 펼치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제목이었다. "하품은 맛있다"—과연 어떤 의미일까? 꿈이 중요한 소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목과 어떻게 연결될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궁금증을 안고 책장을 넘겼다.


이경과 다운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결국 "포장지를 벗기면 같은 맛의 백 원짜리 초콜릿"처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꿈속에서 서로의 삶을 경험하며, 이들은 결국 각자의 인생이 다를 바 없이 외롭고 텅 비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조건들—외모, 부, 학벌—이 행복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했다.


특히 마지막에 이경이 무의식중에 다운의 머리카락을 먹는 장면이 강렬했다. 이는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이경이 더 이상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살아갈 의지를 찾았다는 상징적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처음보다 당차고 강해진 그녀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
평범한 듯하지만 기묘한 현실과 꿈의 경계
두 여자의 대비되는 삶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모든 것이 계획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의 충격
결국 진짜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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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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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건강하던 열세 살 아이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불안과 환청, 망상 속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았던 순간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 가족은 함께 삶을 쌓아가며 균형을 찾아왔다.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아들 ‘나무’가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18년간 함께 살아온 엄마 윤서의 기록이다. 저자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아들과 함께 삶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그 여정을 책으로 담아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다.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고통을 일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이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여전히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 가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을 가진 이들을 위험한 존재로 여기거나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은 치료를 받으며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다. 조현병은 적절한 약물 치료와 심리적 지원을 병행하면 증상을 조절하며 살아갈 수 있는 병이다.


이 책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조현병에 대한 단편적인 시선을 거두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현병을 앓는 이들도 감정을 느끼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단순히 ‘질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명의 온전한 개인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나무는 환청과 망상, 불안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조각난 세계를 살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해온 것이다. 저자와 아들은 유튜브 채널 ‘씨리얼’ 인터뷰에서도 이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조현병을 숨기고 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 책은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흔들리면서도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실려 있기도 하다.


"이야기에는 우리를 치유하고 계속 살게 하는 힘이 있어요. 용기를 내어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란 걸 거듭 깨닫게 될 거예요."


이 문장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현병이라는 질환 속에서 겪은 어려움과 절망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연대와 위로를 전하는 행위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립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감과 치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우리 사회가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편견을 줄여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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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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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키 두 개” – 이희영 작가의 감성 소설

때로는 한 조각의 쿠키가, 한 마디의 진심이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준다.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감성으로 사랑받는 이희영 작가가 이번에는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방학 동안 엄마의 쿠키 가게에서 일하게 된 ‘나’는 어느 날 비밀스러운 소년을 만나게 된다. 마법처럼 찾아온 이 인연은 조용하지만 깊은 파동을 일으키며, 우리에게 묻는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일, 그 자체로도 사랑이 될 수 있을까?"


🎨 몽글몽글한 감성, 투박한 듯 귀여운 그림과 함께
이야기의 감성을 한층 더해주는 것은 바로 양양 작가의 일러스트이다. 따뜻한 수채화풍의 그림은 마치 손으로 빚은 쿠키처럼 투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덕분에 인물들의 감정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고,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은 한 조각의 마음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달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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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에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2
박미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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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작가의 <두 번째 달에게>는 평행 세계에서 점프해 온 '시은'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성격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SF 소설이다. 평행 세계,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기억을 둘러싼 미스터리 요소가 섬세하게 얽혀 있어 몰입감을 높인다. 입체적인 인물의 감정선을 쫒다 보면 좋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이해되는 복잡한 감정이 생기며,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선택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두 개의 달이 뜬 세계, 기억을 잃은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수많은 의문. 가족의 기대와 억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과 선택을 반복하는 시은의 모습은 때로는 이해되지 않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평행 세계라는 설정 속에 현실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세계. 사고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 '시은'. 아빠의 노력 덕분에 회복 기간을 거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입학과 편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국립 영재 고등학교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첫날부터 시은을 시험하는 난관들이 연이어 닥친다.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뛰어난 수재인 오빠를 따라가기 위해 난관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질 수는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찾아오는 두통과 이상한 꿈이 시은을 괴롭힌다. 어딘가가 허전하다. 기억을 잃기 전의 시은 자신은 어떤 아이였을까? 그 허전함의 정체를 찾고 싶다.


다정하지만 딸이 완벽하길 바라는 아빠. 아무리 노력해도 미술에는 재능이 없는데, 아빠는 끈질기게 그것을 강요한다. 그 압박 속에서 청소년인 시은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아빠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자 한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아빠가 시은에게 꼬박꼬박 먹이는 약의 정체, 그리고 아빠의 진심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저 자식을 잘되게 하려는 부모의 사랑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는 차마 상상치 못할 거대한 비밀을 품고 있다.


평행 세계에서 온 '시은'은 이 세계에서의 '시은'인 척을 해야만 이전의 끔찍한 현실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전 세계의 진짜 '나'를 두고, 다른 세계에서 '나'가 된다면 그것이 정말 나일까? 진짜 세계의 나를 버리고 이 세계의 '최시은'이 되기로 한 나는 살아남기 위해 위험이 뻔히 보이는 무모한 선택을 하고, 거짓말도 숨 쉬듯이 한다. 해선 안될 짓을 벌이고 후회하는 주인공이 빌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는 시은의 모습이 미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SF 소설답게 다양한 설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달이 두 개인 세계라니, 처음에는 이 세계의 독특한 설정에 매료됐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과 선택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주인공이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녀가 만들어가는 삶이 진정한 '나'의 삶인지 고민하며 책장을 넘겼다. 시은의 무모한 계획과 행동에 놀랐다가, 그녀가 버텨온 두렵고 아슬아슬한 현실에 숨이 막히기도 했다. 또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압박과 기대, 그리고 이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하나의 이야기로 이렇게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이라니, 그저 감탄하게 됐다. 만약 정체성의 혼란, 가족의 기대, 그리고 치열한 생존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특히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아주 선명한 인상을 남길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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