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 - 어떤 순애의 기록
김지원(편안한제이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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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왜 이토록 고되면서도 벅찬 걸까?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는 덕질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 년간 자신을 키워온 사랑의 기록이자, 그 안에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한 사람의 성장 에세이다. 게다가 요즘 <혼모노>라는 엄청난 소설로 출판업계를 흔든 성해나 작가님의 추천작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말 그대로 ‘덕질 장인’이다. 1세대 아이돌부터 배우, 프로게이머, 일본 아이돌까지. 좋아하는 대상은 계속해서 바뀌지만,그 마음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다. 바로 ‘순애’다. 뜨겁게 몰입하고, 응원하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감정, 심지어 삶의 방향까지 흔들리는 그 모든 과정을 결코 가볍게 쓰지 않는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누구를 좋아하는가보다 그 사랑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쏟는 덕질의 세계는 어쩌면 바깥에서는 이해받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마음이 얼마나 뜨겁고 단단하며 때로는 얼마나 나를 구원하는 위로가 되는지 절절히 느껴진다. 출근이 버거운 아침, 최애의 한마디로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단순한 팬심 그 이상이다. 그것은 절망을 녹이는 사랑이고, 삶의 이유를 되새기게 만드는 애정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은 ‘최애가 바뀌어도 순애의 농도는 흐려지지 않았다’는 대목이었다. 최애를 위해 자막 없이 영상을 보겠다며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직접 포토샵을 배우고 굿즈를 만들며, 그 모든 노력이 자신의 커리어와 삶의 자산이 되었다는 사실은 좋아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끈다는 걸 강하게 증명해낸다. 세상이 무용하다고 말했던 감정들이 사실은 나를 이루는 가장 단단한 정체성이었다는 문장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좋아하는 마음이 나를 더 크게 만든다.”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마음을 조용히 끄덕이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덕질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자신의 과거를 조심스레 꺼내보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책의 진짜 미덕은 ‘덕질’이라는 말 안에 담긴 무한한 감정과 노력을 한 사람의 서사로 풀어내며, 그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를 증명해 보인다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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