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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이 신 ㅣ 햇살어린이 4
윤석중 지음, 김혜란 그림 / 현북스 / 2013년 4월
평점 :

현북스 : 햇살 어린이 : 윤석중 동화집 <짝짝이 신> 이랍니다.
글을 적으신 윤석중 선생님은 우리 동요의 아버지로 잘 알려져 있지요.
방정환 선생의 뒤를 이어 잡이 <어린이> 주간을 맡기도 하셨답니다.
2003년 별세하기까지 동시, 동요, 동극, 동화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어린이 문화단체인 색싹회를 창립하는 등 평생 동안 어린이를 위한 운동을 이끄셨다고 합니다.
「옹달샘」, 「퐁당퐁당」, 「기찻길 옆」,「똑같아요」 등을 노래로 부르지 않고 자란 어른은 아무도 없지요.
지금도 저의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동요를 만든 윤석중 선생님의
동화집 <짝짝이 신>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1부 두고 온 꽃밭과 2부 명철이와 인석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두고 온 꽃밭..어떤 이야기일지..책장을 펼치기전 곰곰 생각해 보니..
이사와 관련된 내용일 것 같았어요.
아니나 다를까..첫 문장은 이사가지 싫다는 아이의 말로 시작되네요.

판잣집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된 순이와 남이는 이삿짐 싸시는 엄마더러 불쑥
이사가기 싫다고 합니다.
아파트엔 마당도 없고, 뜰두 없기 때문에 꽃밭을 그냥 두고 가야 하는 것과
정들여 키웠던 강아지 복실이를 데려 갈 수 없다는 것이
남매가 이사가기 싫은 이유였답니다.
순이가 꽃밭을 보면서 불렀던 노랫말이랍니다.
나비야 나비야 숨어라.
흰나비는 흰 꽃에
노랑나비는 노랑 꽃에
나비 나비 범나비는 고양이 귀 뒤에 숨어라
아침저녁으로 꽃밭에 물을 주던 순이가 불러주었던 노래라는 군요.
이렇게 애틋하게 가꾼 꽃밭을 두고 이사를 가려니..
게다가 머지않아 판잣집과 꽃밭을 불도저로 밀어버린다고 하니
너무나도 끔직스러웠답니다.
빈집에 개만 덩그라니 남겨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팔아 버릴 수도 없으니 말예요.
순이엄마는 다행히 정이네 엄마하고 이야기가 잘돼서
개도 맡아 주시겠고, 꽃도 자기네 꽃밭에 얼마든지 옮겨다 심으라고 하셨다네요.
정이네에 복실이도 맡기고, 꽃도 옮겨 심어 놓고 이사를 갔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정이에게 복실이의 재롱이야기와 꽃이 활짝 피었다는 좋은 소식도 들었답니다.
어느 날 밤, 엄마 아빠가 곤히 주무시는데, 순이와 남이는 자지 않고
마루방으로 나와 그림들을 그립니다.
순이가 커단 종이에 크레파스로 쓱쓱 그린 그림은 꽃밭이었습니다.
누나 옆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서 남이가 그리고 있는 것은 개였습니다.

순이 그림에는 '두고 온 꽃밭]이라고 쓴 밑에 이사한 날짜하고 순이 이름이 적혀 있고,
바로 그 곁에 붙여 놓은 남이 그림에는, 개장 밖에 버티고 앉은 복실이 옆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개조심, 꽃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개한테 물림.' 이라고.
아파트 방 안에 꽃밭이 있고 개가 사는 것은 순이네밖에 없었습니다.
책 속에 있는 아름다운 동시와 잘 어우러진 그림 몇 장 소개할게요.

2부에서 소개되고 있는 빗속의 아이들에 나오는 시랍니다.
비가 오는 것을 반기는 아이들의 마음이랄까요.
수줍은 봄비가 내리고 있어요. 비단실 같은 이슬비랍니다.
봄비는 보슬보슬
보드라운 비
언 땅을 녹식녹신
녹여 주는 비.
봄비는 파뜩파뜩
눈을 뜨는 비.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비.
봄비는 무럭무럭
키가 크는 비.
애들이 보슬보슬
맞고 가는 비.
눈이 내리지 않고 비가 내리고 있어요. 봄비입니다.
옆 교실에서 노랫소리가 또 들려옵니다.
이슬비 색시비
부끄럼쟁이.
소리 없이 몰래
내려 오지요.
이슬비 색시비
곱고 곱지요.
빨강 꽃에 빨강 비.
파랑 잎에 파랑 비.
참..고운 노랫말에 저 또한 마음을 빼앗기네요.

우수 경칩이 지났으니 비가 올 수밖에 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과는 달리
봄이 돼서 비가 오는게 아니라 비가 오니 봄인 줄 알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명철이는
꽃잎에 맺혀 있는 빗방울을 보고
'꽃에 괸 물방울들이 누구 눈물일까?'라는 생각을 가지는 아이랍니다.
꽃들이 너무도 고마워서 눈물이 날만도 하다고 생각하는 아이.
빨랫줄 타기를 하는 빗방울들을 보면서
'같은 빗방울이지만, 서로 싸워 서로 없어지기도 하고, 서로 웃어 아름다운 꽃을 피워 주기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아이랍니다.
이처럼 명철이의 눈과 마음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전해주고 계신 윤석중 선생님의 동화집!
참 좋은 만남이 되었습니다.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동시를 적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동요로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떤 시인도 흉내 낼 수 없는 율격과
어린이의 언어로 써진 동요에는 천진난만한 정서가 가득하여 빼어나게 아름답습니다.
(서문중에서)
서문의 글처럼..동화책을 읽는 내내 깊은 공감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답니다.
5월 어린이날..사랑하는 자녀와
어린이의 언어로 써진 동요가 가득한 <짝짝이 신>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