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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도전하는 칸트
노르베르트 힌스케 지음, 이엽 외 옮김 / 이학사 / 2004년 3월
평점 :
힌스케의 <현대에 도전하는 칸트>(이학사, 2004)를 다 읽다. 정말 철학책을 읽고서 가슴이 얼얼해지는 경험도 참 오랜만이다.
지금까지 칸트에 대해서 딱딱하고 재미 없고 천편일률적인 책만 읽었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물론 독자들이 칸트 철학에 대하여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이 소개하는 내용은 우리가 흔히 지겹다고 알고 있는 그 사람의 어렵다고 알고 있는 그 내용이 아니다. 독일의 칸트 전문가의 한 사람인 힌스케는 지금까지 최근에 발간되기 시작한 칸트 유고 및 학생들의 강의노트들을 기반으로 해서, 그리고 당시 독일의 논리학파와 계몽주의자들과의 관련성을 추적하여, 그동안 우리에게 낯설던 칸트의 사상을 펼쳐 보인다.
저자는 제1장에서 사교계의 총아였던 젊은 강사 칸트가 엄격한 규율에 사로잡힌 철학교수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칸트 자신의 놀라운 자기 통제가 있었음을 암시하면서 책을 연다.
제2장과 제3장은 칸트의 계몽주의에 관한 글이다. 개인적으로 이 글들을 읽으면서, 독일의 계몽주의에 대해서 배우는 바가 많았다. 저자에 따르면 유력한 반론에도 불구하고 칸트는 계몽주의의 적자이다. 왜냐하면 그는 총체적 오류의 불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진리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보편적 인간 이성일뿐이므로, 개별 인간 이성은 필연적으로 오류에 사로 잡혀 있으나, 동시에 인간의 이성이 보편 이성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이상 전적인 오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 잘못된 판단은 진리를 포함한다. 여기에서 칸트는 토론의 상대방에게 겸허할 것을 요구하며, 자신의 주장을 상대방의 비판에 비추어 검증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칸트의 계몽의 전제인 성숙성의 개념을 법률적 성숙(성년)과 관련하여 그리고 현대의 성황과 관련하여 흥미롭게 설명되고 있다.
제4장과 제5장에서 저자는 유고 및 강의노트에서 나타나는 사상을 바탕으로 칸트의 실천론을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칸트는 실천을 Geschick, Klugheit, Weisheit로 나눈다고 한다(역자는 각각 기량, 수완, 지혜라고 번역하나 앞의 두 용어가 완전히 적절한 것인지는 조금 의문이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칸트의 일반학문, 인간학, 도덕철학이 각각 근거를 얻고 있음이 서술되면서, 각각의 영역의 독자성과 가치관계가 논급되고 또 이후의 <도덕형이상학의 기초>와 <실천이성비판>과의 연관성이 설명된다. 여기서 저자는 정치의 영역에서 이 세 실천의 분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설명하는데, 그 찬반의 문제를 떠나 극히 흥미를 자아낸다.
이 책은 단순히 칸트 철학의 개요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이, 칸트의 철학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물음과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놓는 순간, 칸트의 물음을 회피할 수 없다는 느낌에 숙연한 생각이 든다.
힌스케의 제자인 두 분 전공자들이 번역한 번역문은 쉽게 이해되면서도 매끄럽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