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들추어 보는 사람이라면, 책의 조달과 관련해 두 가지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 사거나 아니면 빌리거나. 그런데 빌리는 일은, 알음알음 지인에게 부탁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소장 범위와 호의에 한계가 있기에, 결국 자신의 필요에 맞는 도서관에 의지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또한 책을 사는 일은 비용 지출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신간 도서는 품절과 절판을 피하기 어려우므로, 어느 순간에는 헌책방에 다니는 습관을 들이기도 한다. 책과 엮여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두 가지 방법을 나름의 조합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뭘 주문하러 인터넷 책방에 들어갔더니, <책이라면 팔 만큼>이라는 일본 만화책이 추천되었다. 제목에 혹하여 내용 소개를 보니, 헌책방 주인이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오랜 세월 헌책방에 들락날락 했던 사람으로 호기심을 피할 수 없어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자 바로 이어서 <세금으로 산 책>이라는 다른 일본 만화책이 추천되었는데, 이번에는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도서관 사서들이 주인공이다. 마찬가지로 장바구니에 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원래 사려던 책과 함께 바로 주문하였다.


<책이라면 팔 만큼>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폐업하는 헌책방을 인수해 운영하는 헌책방 시월당의 주인장 이야기이다. 이 사람 그리고 여기에 출입하는 손님들이 주인공이 되어 서로 독립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세금으로 산 책>은 원래 호기심 많고 책을 좋아하였지만 환경 탓으로 비행 청소년이 된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공공도서관과 엮이고 거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사서들과 함께 겪는 일을 역시 독립한 에피소드로 이어간다.  


두 책 모두 책장을 넘기며 접하는 이야기들이 나의 과거 어느 순간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 어려운 헌책방 주인 어르신, 책방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다른 손님, 지금은 없어진 그 공간, 다른 이용자가 파손한 책, 잘못 분류되어 찾을 수 없는 책,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는 도서관 대출 카드... 당연히 똑같은 일화는 없지만, 어떤 장면과 분위기는 어렵지 않게 머리 속에 무엇인가를 환기한다. 세 권의 만화책을 보는 저녁 시간,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의 생각에 잠겨 기분이 묘했다. 물론 나는 도서관보다는 헌책방에 가까웠던 사람이라, <세금으로 산 책>보다는 <책이라면 팔 만큼>이 더 재미있었다. 


이 만화책의 이야기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갈지는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 후속 권들이 나오면 당분간은 더 사볼 것 같다. 아마 그때에도 잠시 옛날 생각에 잠기겠지... 물론 언젠가 시들해지는 시점이 올 것이다. 부디 그 이전에 연재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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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면 팔 만큼 1
코지마 아오 지음, 장혜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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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헌책방 들락날락 했던 사람이라면 여러 추억에 사로잡히게 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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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Bar 라임라이트 1
이케다 후미하루 지음, 주진언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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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999년쯤 유학 가기 전 대학원 다닐 때 일이다. 어느 만화방에 갔다가 <BAR 來夢來人>이라는 일본 만화를 접했다. 정식 발매되지 않은, 해적판 번역본으로 기억한다. 내용은 "來夢來人"이라는 바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중심이 된다. 거기서는 신비한 분위기의 여성 바텐더 사라가 사연이 있는 손님에게 상황에 맞는 신비한 미지의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데, 이를 마시면 곧 그 손님의 소원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 다만 그렇게 변화된 사태의 결말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해피 엔딩으로도 끝나기도 하지만, 대개 성격의 단점과 욕망이 상호작용하여 나쁜 결과나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약간 <펫 숍 오브 호러> 비슷한 느낌?). 행정고시 합격한 한 젊은이가 사기를 당했으나 이곳 칵테일의 도움을 받고 문제를 해결한 다음, 잠시 임용을 미루고 "사람을 알기 위해" 이 바에서 견습으로 일하면서 그의 관점에서 줄거리가 진행된다. 그는 나중에 유명한 마스터 바텐더가 된다. 이러한 줄거리와 병행해서 각 회에서는 유명한  칵테일 한 가지가 소개되고는 한다. 


당시 만화방에 앉아 해적판을 서너 권 정도 본 것 같다. 아마 그 정도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후 곧 유학을 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이 만화를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귀국 후 계기는 알 수 없지만 우연히 이 만화책 생각이 났다. 알아보니,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보았던 해적판은 구할 길이 없었고, 그 사이 정식 발매 판본이 있었으나 이미 절판된 상태였다. 다만 정발판 표지로부터 "來夢來人"의 음독이 "라임라이트"(ライムライト)임을 알게 되었다. 한자의 뜻도 분위기와 잘 어울렸지만, 그 독음도 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 헌책방이 활발히 운영되던 시기도 아니었기에, 할 수 없이 일본에 원서를 주문해 받아 끝까지 읽었다. 나중에는 좀 시시하게 끝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다. 대개 그 이름도 모르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만화지만 젊은 시절 추억과 결부되어 그런지 나는 이 책이 좋았다. 


얼마 전에 정말 우연히 이 책이 다시 떠올라 검색해 보니 어느 인터넷 헌책방에서 정발판 전권 깨끗한 책을 매우 싸게 팔고 있어 구입했다. 이 만화는 아마도 언젠가 한 번 쯤은 다시 볼 것 같아서. 그리고 어쨌거나 나는 우리 말로 된 책이 읽기 편하다. 그리고 재주는 없지만 진토닉이라도 한 잔 만들어 함께 하겠다. 일본 책은 적절히 처분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이 기증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전에 어떤 분께 들은 바로는, 법학도서관 김도창 선생님 기증 장서 중에 무협지들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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