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터치 수업 비법 - 하이테크를 넘은, 디지털 교육변화를 대비한 PBL 비법서
김선수 지음 / 에듀니티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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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 AIDT, 에듀테크…

요즘 교사로 산다는 건 “도구는 쏟아지는데, 정작 수업은 더 어렵게 느껴지는” 시간을 통과하는 일인 것 같아요.

저는 『하이테크를 넘은 하이터치 수업비법』을 읽으면서,

“교사의 자리는 여전히 여기구나, 다만 역할과 질문이 달라졌을 뿐이구나.”

라는 확신을 다시 한 번 얻게 됐습니다.

이 책은 AI 디지털교과서 시대에

어떻게 기술을 쓰느냐보다

“어떤 학생을 위해, 어떤 가치로, 어떤 문화를 만드는 수업을 할 것인가”를 끝까지 물어보게 하는 수업 안내서입니다.


1. 이 책이 말하는 핵심 한 줄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생은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서 시작한다.”

수업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완벽한 수업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교사와 학생이 행복에서 출발해 ‘나다운 수업’을 찾아가는 과정이 수업이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이 책은 “혁신 수업을 하라”고 압박하는 책이 아니라,

“선생님이 원래 꿈꾸던 선생님다움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고 손 내미는 책에 가깝습니다.


2. 4부 구성 – 학기 초·중·말·방학까지, 교사의 1년을 따라가는 구조

책의 큰 틀은 아주 직관적입니다.

  1. 학기 시작할 때 펼쳐 볼 5가지 비법

    • “그래서 선생님은 뭐부터 하실 거예요?”

    • “배움도 배워야 하나요?”

    • “그라운드를 재편한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 “호텔도 아닌데 체크인과 체크아웃이 있나요?”

    • “왜 교사도 그라운드룰이 있어야 하죠?”

  2. 학기 중에 펼쳐 볼 5가지 비법

    • 포기 박람회, 학습 로드맵, 이해관계자맵 등

    • ‘중간에 접어버리는 수업’이 아니라 ‘끝까지 가보는 수업’을 위한 장치들

  3. 학기 마무리할 때 펼쳐 볼 5가지 비법

    • “왜 시작할 때 질문을 끝날 때 하세요?”

    • “장면이 아니라 패턴을 보라고요?” 등

    • 한 학기를 단순 에피소드가 아니라 ‘패턴’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들

  4. 방학 기간 펼쳐 볼 5가지 비법

    • “별별 기획서면 정말 다 되나요?”

    • “어떻게 수업에서 교사가 빠질 수 있죠?” 등

    • ‘연수/업무/준비’ 사이에서 헤매는 방학을,

    • 다음 학기를 여는 기획의 시간으로 바꿔 주는 장들입니다.

교사의 1년을 그대로 따라가며,

각 시기에 “진짜 필요한 질문과 활동”을 꽉 채워 넣은 구조라

어디를 펼쳐도 바로 내 수업과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3. 하이테크보다 중요한 것, 결국 ‘하이터치’

책의 부제는 “디지털 교육변화를 대비한 PBL 비법서”입니다.

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이 책이 말하는 건 PBL 기술만이 아닙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 인터넷과 AI가 지식을 제공하는 시대,

    • 교사가 알려주는 지식은 더 이상 ‘압도적인 우위’가 아니다.

    • 중요한 건 ‘무엇을 가르쳤냐’가 아니라

    • 학생과 교사가 함께 ‘어떻게 배웠냐’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책은

AI 디지털교과서를 “지식 공급자”로 두고,

교사는 ‘관계를 설계하고, 질문을 던지고,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세웁니다.

읽다 보면,

“AI가 수업을 대체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AI 덕분에 나는 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로 바뀌게 됩니다.


4. 당장 내 수업에 가져올 수 있는 ‘활동 프로토콜’ 창고

이 책이 특히 반가운 이유는,

좋은 말만 가득한 이론서가 아니라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활동 프로토콜’이 빼곡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인상 깊었던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하면:

  1. 비전 나누기 – 학기 첫 시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세우는 비전

    • “수업은 교사의 비전을 실현하는 시간이 아니라,

    • 학생과 교사 모두의 비전을 이루는 시간”이라는 전제를 놓고 시작합니다.

    • 학생 각자가 한 문장 비전을 쓰고, 기억에 남는 친구의 비전을 적어 보는 활동은

    • ‘이 반에서 무엇을 함께 꿈꾸고 싶은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합니다.

  2. 체크인 & 체크아웃 – 감정과 하루를 열고 닫는 짧은 의식

    • 이미지 카드로 오늘의 감정 날씨를 고르고,

    • 그 이유를 3문장 이상 쓰게 한 뒤 서로 나누는 체크인.

    • 수업의 끝에서는 “오늘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등을 나누는 체크아웃.

    • 수업이 ‘지식 전달 시간’이 아니라

    • 하루를 함께 여닫는 ‘관계의 단위 시간’이 되게 하는 장치입니다.

  3. 포기 박람회 – 실패가 아니라 ‘포기’를 마주하는 수업

    • 학생들이 스스로 포기했던 경험을 육하원칙에 맞게 적고,

    • 모둠별로 나눈 뒤 “가장 아쉬운 포기”를 뽑아 보는 활동.

    • “성공 경험 발표”는 익숙하지만,

    • ‘포기 경험’을 안전하게 나누는 수업은 흔치 않기에

    • 관계와 회복탄력성을 함께 키울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4. 업무·학습 우선순위 매트릭스 – 해야 할 일 ‘버리기’ 연습

    • 시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2×2 매트릭스를 채우고,

    • “하지 않아야 할 일”부터 골라내는 연습.

    • 학생에게는 “지금 당장 내 공부에서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습관/과제”를 보게 하는

    • 메타인지 활동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5. 페르소나·이해관계자맵 – ‘학생 한 명’을 향해 수업을 설계하기

    • 그냥 ‘학생들’이 아니라,

    • 선생님의 수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현실적인 학생 하나를 떠올려

    • 그 학생을 위한 수업을 설계하는 활동.

    • 수업을 둘러싼 학부모, 동료 교사, 관리자 등을 그려보는 이해관계자맵을 통해

    • “내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진짜 환경은 무엇인가”를 함께 정리합니다.

각 활동에는

질문 예시, 활동지 구성, 교사가 해야 할 설명까지 다 들어 있어

교사 연수용, 전문적 학습공동체(PCL) 교재로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5. 읽다 보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책

추천사를 쓴 교수들은 이 책을 두고

“우리나라 교육 변화와 혁신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AIDT 시대를 준비하는 교사들의 실천적 나침반”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읽어 보면, 이 책은

    • 수업 기술만 이야기하지 않고

      • “나는 왜 수업을 하는가, 내 수업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묻고,

    • “끝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는 문장을 통해

      • 지금까지의 시도들을 실패가 아닌 ‘도전의 이력’으로 다시 보게 만들고,

    • 방학, 학기 마무리, 다음 학기 기획까지

      • 교사의 삶 전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엮어 줍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해야지”보다

“나도 내 행복에서 시작하는 수업을 다시 설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듭니다.


6. 이런 선생님께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이런 선생님께 특히 잘 맞습니다.

    • AI 디지털교과서, 에듀테크 도입이 부담스럽지만

      • “그래도 학생 중심 수업은 하고 싶다”고 느끼는 분

    • PBL,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지만

      • 매 학기마다 ‘처음부터 다시’ 헤매는 느낌이 드는 분

    • 교사연수나 교사모임에서

      • 바로 함께 해볼 만한 활동지를 찾고 있는 분

    • “내 수업, 이게 맞나…?”라는 질문을

      • 머릿속에서만 되뇌고 있는 분

이 책은

“더 바쁘고 힘들게 만드는 혁신서”가 아니라,

나와 학생을 동시에 숨 쉬게 하는 수업 안내서에 가깝습니다.

한두 활동만 뽑아 써도 학기가 달라지고,

천천히 한 장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이테크를 넘은 하이터치 수업’을

나만의 언어로 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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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 - 칼릴 지브란에서 에크하르트 톨레까지 우리의 생각을 깨운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30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오강남 옮김 / 센시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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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고전’이기 때문에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반복해서 읽고, 그 위에 생각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책들. 그래서 고전이라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신뢰, 하나의 지혜가 된다.

하지만 고전은 동시에 우리를 가장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계와는 너무 다른 전제가 깔려 있거나, 시대·문화적 배경을 모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은 지식을 넘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묵직한 통찰을 담고 있기에 여전히 읽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50권의 영성 고전을 한 자리에 모은 책

〈이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은 그런 고전들을 한 번에 조망하게 해 주는 책이다.

각각의 원전을 다 읽어내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고전을 한 권씩 마주 앉아 읽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에 가깝다.

종교나 특정 신학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인류의 지혜의 보고’라고 부를 만한 고전들을 골라, 인간 정신의 진화를 한 흐름 안에서 보여 주려 한다. 덕분에 각 책이 따로 놀지 않고, “인간 의식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가”라는 큰 축 안에서 정리된다.

여섯 가지 질문으로 나뉜 고전 여행

책은 여러 갈래의 주제로 고전들을 엮어낸다. 제가 읽으며 느낀 흐름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대략 이런 질문들로 나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물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막연한 영성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깨우는 일이 무엇인지, 기존의 인식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 준다. 의식적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 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게 해 주는 책들이 이 영역에 묶여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알아가는 이야기

꾸준한 자기 훈련과 마음을 다한 실천이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신선함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마음챙김’과 ‘자기 인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는 책들이 이 주제에 속한다.

신을 만나고, 우주를 이해하려는 시도들

각자가 믿는 신념과 세계관을 통해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고전들이다. 특정 종교의 교리 설명이 아니라, 인간이 신과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려 애써 왔는지 그 여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

깨달음에 이르려는 사람들의 선택

기존의 가치와 안락함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의 여정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들.

그들의 경험을 통해 ‘완전한 자아’가 무엇인지, 잠재력을 실현한다는 것이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조금씩 감을 잡게 된다.

신에게 이르는 길을 묻는 책들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라는 질문이 중심에 있다.

세대를 거쳐 나누어져 온 삶과 존재에 대한 대화,

신과 인간 사이의 거리,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를 담은 고전들이 이 주제에 모인다.

물질을 넘어선 인간의 의식

마지막은 물질 세계 너머를 향하는 인간 의식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다.

신비적 체험, 직관적 통찰, 그리고 ‘진정한 진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 읽다 보면 ‘내가 알고 있던 나’의 경계가 조금 느슨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여섯 갈래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50권의 책이 단순한 리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초드론이 말하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연습’

책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초드론’과 관련된 대목이었다.

초드론은 우리가 은연중에 “사물과 감정이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삶에서 변화의 기운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안해진다.

불교에서 “변화하더라도 느긋하라”고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화를 없애려 애쓰는 대신, 변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우리 생각의 일부로 만드는 것.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지금 붙잡고 있는 확실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늘 확실성을 갈망한다. 불확실성은 우리를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 두려움의 한가운데로 조금씩 들어갈 때 오히려 성장의 길이 열린다고. 감정의 무게와 강도를 피하지 않고 온전히 느끼는 경험은 처음에는 끔찍하게 불편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해방감에 가까운 감정을 선물해 줄 수도 있다고.

무서움·두려움·슬픔을 느끼는 순간에도

그 감정 때문에 무모하게 행동하거나, 반대로 억지로 눌러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만큼 성장의 여지를 확보하는 셈이다.

이 책은 그런 감정 다루기, 마음을 여는 연습이 구체적인 고전 속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가능한지를 차분히 보여 준다.

고전의 무게를 ‘가볍게’, 그러나 ‘얕지 않게’

이 책이 좋았던 점은, 50권의 고전을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다루면서도

독자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길을 내 준다는 것이다.

  • 이미 읽어 본 책은, 저자의 시선과 해석을 통해 내가 놓쳤던 지점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 주고

  • 아직 읽지 못한 책은, 두꺼운 원전을 펼쳐 들기 전에 부담을 줄여 주는 마중물이 되어 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고전’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얕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각 고전이 품고 있는 핵심 통찰을 날카롭게 짚어 주기 때문에, “언젠가 꼭 읽어야지” 하고 마음속에만 넣어 두었던 책들을 실제로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런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다

  • 영성·철학 고전이 궁금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

  • 한 권의 고전을 깊게 읽기 전, 큰 숲을 먼저 보고 싶은 분

  • 요즘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내면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싶은 분

  • 종교를 떠나, 인간 의식의 성장과 변화에 관심이 있는 분

책은 독자를 더 고요하고, 더 새롭고, 더 큰 ‘나’와 마주하도록 이끈다.

50권의 영성 고전을 한눈에 조망하는 경험

결국 내면의 풍요로움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열쇠가 되어 준다.

생각을 깨운 명저들은 다 이유가 있다.

〈이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은, 그 이유를 충분히 느끼며 고전 읽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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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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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변하지 않습니다. 필사는 그걸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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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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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에게 이 세 이름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윤동주, 백석, 이상. 격랑의 시대를 저마다의 감수성과 언어로 건너온 이들은 삶 자체로 감동을 주었고, 남긴 문장으로 지금도 우리를 흔듭니다. 시집과 평전, 연구서는 많았지만, 정작 이들의 산문을 차분히 만나며 필사까지 해볼 기회는 흔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기획—시인이 남긴 산문을 ‘베껴 쓰며 읽게 하는’ 구성—이 반갑고도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책은 왼쪽 페이지에 세 시인의 산문을, 오른쪽 페이지에 넉넉한 필사 공간을 배치했습니다. 시가 여백과 호흡의 예술이라면, 산문은 생각의 흐름과 논리의 결을 보여줍니다. 완결된 문장들이 가지런히 놓인 왼쪽을 읽고, 오른쪽에서 그 문장을 따라 쓰다 보면, 독서는 머리에서 손으로, 다시 가슴으로 이동합니다. 글을 ‘이해했다’는 느낌이 ‘체화했다’는 감각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필사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체화의 시간입니다.

우측 하단에 놓인 ‘필수 추천 문장’은 또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금쪽같은 문장들이 작은 깃발처럼 꽂혀 있어, 오늘의 키워드나 좌우명으로 삼기 좋습니다. 포스트잇에 옮겨 책상 모서리에 붙여두면, 하루의 리듬을 정돈해주는 주문처럼 작동합니다. 문장을 고르고, 베껴 쓰고, 소리 내어 한 번 더 읽으면 그날의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세 시인의 산문을 ‘함께’ 읽는 경험도 특별합니다. 윤동주에게서는 맑고 단단한 성찰의 톤이, 백석에게서는 생활의 온기와 말맛이, 이상에게서는 낯익은 세계를 낯설게 보는 시선이 드러납니다. 서로 다른 결의 문장을 연속해서 필사하다 보면, 내 손글씨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깁니다. 문장의 길이와 호흡이 바뀌고, 쉼표와 마침표를 더 신중히 고르게 됩니다. 필사는 문장을 닮아가려는 몸의 배움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독자를 서둘게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필사는 빠르게 읽는 독서와는 정반대의 기술입니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 머무는 동안 그 시대의 공기와 작가의 숨이 스며듭니다. 그래서 필사는 성찰의 도구이자 마음 돌봄의 루틴이 됩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도 10분만 투자해 한 단락을 베껴 쓰면, 내면의 속도가 한 단 내려앉는 것을 체감합니다.

활용법도 간단합니다. (1) 왼쪽 산문을 소리 내어 한 번 읽고, (2) 오른쪽에 같은 속도로 필사한 뒤, (3) 하단의 추천 문장을 오늘의 문장으로 삼아 짧게 메모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음 날 첫 줄은 전날의 마지막 문장에서 이어 써 보세요. 문장과 문장이 이어질수록, 나와 텍스트의 거리가 가까워집니다. 학생과 함께라면 받아쓰기처럼 속도를 재기보다, 의미 단위마다 멈추어 질문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화자는 무엇을 아꼈을까?”, “이 비유는 어떤 장면을 보여주지?” 같은 질문이 필사의 밀도를 높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구체적인 실천’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단순한 명문장 컬렉션이 아니라, 손을 움직여 사유를 깊게 만드는 작법서에 가깝습니다. 읽기를 쓰기로, 감상을 사유로, 인용을 자기 언어로 옮겨가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그래서 문학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도, 오랫동안 문학 곁에 있었던 독자에게도 모두 유효합니다. 필사의 매력은 수준이나 해석의 정답에 있지 않고, 머무름반복 자체에 있으니까요.

결국 이 책은 ‘시대의 언어’를 오늘의 나에게로 데려오는 통로입니다. 윤동주·백석·이상이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모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에 깃든 시선과 윤리를 내 일상으로 번역해보려는 시도입니다. 한 장, 또 한 장 넘길수록 문학은 먼 전시물이 아니라 내 필체로 새겨진 오늘의 기록이 됩니다. 필사를 좋아하는 분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 수업이나 독서모임에서 텍스트를 깊이 다루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기쁘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당신에게 문장에 오래 머무를 권리를 선물합니다.

이런 분께 특히 추천

  • 글의 리듬을 몸으로 익히고 싶은 초보·경험자 작가

  • 수업·독서모임에서 ‘느리게 읽기’를 실천하고 싶은 교사·학부모

  • 명문장을 일상 루틴으로 들이고 싶은 바쁜 직장인

활용 팁

  • 하루 10분, 한 단락만이라도 꾸준히: ‘짧고 깊게’가 핵심입니다.

  • 필사 후 한 줄 메모: 오늘의 단어·이미지·감정을 30자 이내로 기록하세요.

  • 주 1회 낭독: 소리로 확인하는 리듬은 글의 결을 또렷하게 합니다.

세 시인의 이름을 한꺼번에 불러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다져집니다. 이 책은 그 이름들 사이를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가장 좋은 방식—필사—으로 길을 내주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의 속도를 낮추고, 한 문장씩 손끝으로 옮겨 적는 일뿐입니다. 문학은 그렇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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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다 2025-09-0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 서평,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만화와 함께 수능 고전 시가 - 2022 개정 교육과정 만화와 함께 수능 시리즈
조아란 지음, 눈마 그림 / 스터디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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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이 고전시가를 어려워하는 진짜 이유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고전시가 작품을 펼치게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은 “선생님, 무슨 뜻이에요?”입니다. 낯선 옛말과 한자어, 시대적 배경이 엉켜 내용 파악이 막히고, 내용이 안 보이니 뒤이어 나오는 수사법·표현 기법·갈래 특징도 더 이상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외워서 푼다”는 전략으로 밀리지만, 이 방식은 작품이 조금만 변형되어도 취약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늘 “내용부터 마음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내용 장벽’을 앞에서 깨주는 도구입니다.


2. 첫인상: “한 편당 한 장면?” → “아니, 한 구절당 한 컷!”

처음엔 흔한 참고서처럼 작품 요지를 만화 한두 장면으로 정리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펼쳐보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작품의 구절 하나하나를 따라 컷이 구성되어, 시적 장면과 원문이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됩니다. 아래쪽에 원문과 현대어 풀이가 병기되어 있어 “이 문장이 이런 상황을 그린 거구나!”라는 연결 고리가 즉시 생깁니다. 고전시가의 난해함을 낮추기 위해 만화적 장치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출판 정보 설명이 정확히 체감되는 지점입니다.


3. 만화 → 원문 → 표현 기법…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3단 학습 흐름

구절별 만화로 전체 내용을 직관적으로 붙잡은 뒤, 곧바로 작품 원문 전체를 다시 읽으며 어휘·표현을 확인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갈래별 특징, 핵심 개념, 시험 포인트가 정리되고, 이해 여부를 가볍게 점검할 수 있는 O, X 형태의 출제 예감 퀴즈가 붙습니다. 즉, ‘이해 → 정독 → 개념 확인 → 즉시 점검’의 루프가 책 안에서 닫히는 구조라 반복 학습이 자연스럽게 굴러갑니다.


4. 진입장벽을 낮추는 시각적 번역

출판 정보를 보면 이 책의 기획 의도가 분명합니다. 난해한 고전시가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화와 함께 학습에 필요한 작품들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장면” 시각화가 주는 효과는 큽니다. 학생이 의미를 잡는 순간 정서·상징·수사법으로 질문을 확장할 여유가 생기고, 고전시가가 “암기 과목”에서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바뀝니다. 동일한 취지를 교보문고 쪽 소개도 강조하고 있어(“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만화와 함께…”), 기획 방향이 일관되게 전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현장 감각이 살아 있는 이유: 공립고 국어교사이자 수능 강의 경험

저자 조아란 선생님은 교보문고 인물 소개에 “현재 공립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력 덕분인지 작품 배열, 해설 깊이, 문제 난이도가 ‘실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지점’을 잘 짚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6.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교실·자습 겸용 학습 루틴 제안

아래 순환 루틴을 학생과 함께 꾸준히 적용해 보세요.

  1. 컷 훑기(예열) – 작품을 처음 접할 때 만화 컷만 빠르게 넘기며 전체 정서를 잡습니다.

  2. 원문 맞춰 읽기(기본기) – 컷 아래에 실린 원문·현대어 풀이를 대조하며 구절별 의미를 입으로 읽어 봅니다.

  3. 표현 기법 체크(시험 포인트) – 설명란의 갈래 특징, 수사법, 정서 변화를 노트에 옮겨 적습니다.

  4. O, X 퀴즈로 확인(즉시 피드백) – 단원 말미의 출제 예감 O, X 문제를 풀어 이해가 헷갈리는 지점을 즉시 체크합니다.

  5. 유형 확장(심화) – 수능 기출 또는 학평 문제와 연결해 ‘이 표현이 실제 문항에서는 어떻게 묻히는가’를 비교합니다. (교재+기출 연계는 교사 커스텀 항목.)

7. 이런 학생에게 특히 추천

  • “고전시가부터 막혀요” — 내용 이해 단계에서 포기했던 학생. 만화 컷이 심리적 장벽을 크게 낮춰 줍니다.

  • 필수 작품을 한 권에 정리하고 싶은 수험생 — 85편 전범위 수록으로 교과서-기출 사이 빈 구간을 메우기 좋습니다.

  • 내신+수능 겸비 참고서를 찾는 고3·N수생 — 개념, 작품 해설, 즉시 확인용 퀴즈 구성이 시험 준비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8. 사용해 보니 느낀 장단점

좋았던 점

  • 구절대응 만화 덕분에 작품 ‘내용 지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 원문·풀이·표현 기법이 연속 배치되어 수업 동선이 짧다.

  • 필수 85편과 2022 개정 교육과정 반영으로 최신 대비가 가능하다.

아쉬운 점(사용 팁으로 극복 가능)

  • 컷 구성 때문에 책이 다소 두텁고 휴대성이 떨어질 수 있다 → 단권 휴대용으로 ‘표현 기법 미니 요약노트’를 만들어 병행하면 좋다.

  • 작품별 심화 주석은 핵심 중심이라, 수업에서 배경사를 깊게 다루려면 별도 자료를 보충하자. (교사용 운영 팁.)


고전시가의 두터운 언어 장벽을 “컷-컷” 열어주는 친절한 입문서.

만화로 먼저 이야기의 흐름을 잡고, 곧바로 원문과 표현 기법을 연결해 시험 대비까지 이어지는 보기 드문 구성입니다. 고전시가 앞에서 주저앉던 학생들에게 “한 번 읽어볼까?”라는 마음을 실어 줄 단단한 징검다리. 저는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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