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성과 유머가 넘친다. 재미있게 읽었다. 보기보다 분량이 많았다. 도서동아리 지정 도서라 모임 전날 밤을 새워 읽었다. 동아리에서 원작을 영화한 동명의 영화를 보니 책은 안 읽어 와도 된다고 했지만, 끝까지 다 읽고 갔다. 원작을 영화로 만든 건 항상 실망스러웠다. 스토리도 엉성하고. 또 영화 작법과 소설의 텔링은 다르니까.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니 대중적인 영화라 예상했다. 그래서 책을 꼭 읽고 가려 했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그만한 뭔가가 있으리라 여겼다.

   역시 괜찮았다. 러시아 소설이나 유럽소설처럼 진지하고 깊이 있는 탐구는 없었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진지함과 미국 30대 여성의 자기 탐구는 있었다. 서양문화의 한계를 동양에서 찾으려는 서양문명의 시도 또한 볼 수 있었다. 이혼한 미국인 30대 여성의 자기 길찾기는 그 나이대, 지적인 백인 중산층, 이혼이나 결별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는 충분히 스며드는 여지가 많았다. 남자한테 기대지 말고 혼자 서라. 그러면 새로운 로맨스는 또 올 것이고 물질도 얻을 것이고 잃어버린 성공도 돌아올 것이다. 여성으로 제대로 서면 부와 풍요로움과 성도 다시 풍성해질 거라는 환타지를 이 소설은 확실히 준다.

   하지만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단지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내면의 신을 만나는 과정이 자신을 만나는 여정임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내면의 신은 무엇일까? 섹스일까, 배우자일까, 물질의 풍요로움인가. 엘리자베스가 결국 만나게 되는 건 새로운 남자다. 일년 반 동안 섹스하지 않고 견디고 버티며 결국 자기와 가장 잘 맞는 남자를 만났고, 그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여자로 끝을 맺어 아쉬움이 남았다.

   풍부한 유머가 돋보인다. 거기다 비유법 사용이 적절하고 뛰어나다. 설렁설렁 가는 것같은데도 지성도 풍부하다. 깊이 있는 사고력이 드러나진 않지만 풍부하게 사고한다. 그건 많은 독서에 있다는 걸 알았다. 아주 다양하고 풍요롭게 책을 읽은 것같다. 새벽 5시 반에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을 읽은 내가 해야 할 일을 발견했다. 책을 많이 읽는다. 특히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어야겠다. 그런 의지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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