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日1食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1日1食 시리즈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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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된 동기는 바로 저자의 사진 때문이었다. 50대 후반으로 알고 있는 저자가 사진에 30대처럼 보인 순간 나도 모르게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정보에는 여러 가지 매료되는 점이 많다. 지구에 등장한 이래로 인류는 춥고 배고프게 살아왔으니 지금의 포식문화는 자연스런 방식이 아니라는 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그 순간 장수유전자가 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해방처럼 다가왔다.

어릴 적 밥투정하다 굶으면 엄마는 ‘이 한 끼 못 먹으면 영원히 한 끼 잃어버린다’며 한 끼 굶으면 인류 종말이라도 올 것처럼 표현했다. 그래서 세 끼 식사는 당위처럼 늘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어야 되고, 사람은 세 끼 밥심으로 산다’는 명제는 ‘자나 깨나 불조심’ 표어처럼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래서 한 끼를 거르고 난 다음 끼니에는 음식을 맹렬하게 흡입했고, 더부룩한 배가 부담스러웠지만 끼니를 채웠다는 심리적 보상으로 터질 것같은 위장의 고통을 간단히 무시했다.

세 끼 식사는 집단의식같다. 태어날 때부터 세 끼를 먹었고, 그 세 끼가 당연한 줄 알고 여태까지 살았다. 주부들은 하루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준비한다. 가족들한테 아침해 먹이고 돌아서서 밥하고 또 밥하면서 세 끼를 꼬박 만들어냈다. 그런데 하루 한 끼 먹고도 살 수 있다니, 더구나 굶주리고 배고플 때 장수유전자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니, 1일 1식은 하루 세 끼의 패러다임을 뒤집었다는 데서 음식의 집단의식과 개인 식습관의 혁명이다.

1일 1식 체험에 성공한 알라딘 리뷰를 읽고 용기를 얻어 나도 시도했다. 처음에는 어지럽고 힘이 없어 곧 쓰러질 것같았다. 늘 섭취하던 분량의 음식물이 안 들어오니 눈도 침침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물이 줄어든 만큼 먹는 데로 가던 에너지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대신 책이나 사색, 기도, 명상으로 시간과 에너지가 확장됐다. 놀라운 건 음식물이 부족해 곧 쓰러질 것같던 몸이 서서히 줄어든 음식에 적응했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동시에 살이 빠져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포식으로 향하는 탐심이 줄어들었다. 먹는 걸 좋아하고 요리하는 것도 무척 좋아하다보니 항상 관심이 맛있는 것에 가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먹는 음식들은 대개 조절하지 못해 넘치도록 먹었다. 위장은 죽겠다고 아우성쳤지만 항상 더 먹지 못해 아쉬웠다. 요즘 식사 횟수를 줄이고 음식량도 줄이고 있다. 1일 1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니 세 끼 식사에 매달려 먹던 강박적인 식사에서 자유로워졌다. 적절히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면서 먹고 싶을 때 먹다 보니 ‘먹는 것이 주인’이었던 데서 이제는 ‘내가 먹는 것의 주인’으로 방향 전환을 했다.

하지만 포식문화에 오랫동안 적응해 있던 터라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그렇다고 먹지 못한 것이 결핍으로 오지는 않는다. 먹는 건 선택이니까. 결핍에는 보상이 따르지만 한 끼를 먹든, 두 끼를 먹든 먹는 것의 주인으로 내가 결정하는 건 보상이 필요 없는 선택의 문제이니 어쨌든 자유롭다.

한 끼 못 먹으면 한 끼를 영원히 잃어버린다는 끼니의 강박은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던 세대의 강박이다. 전쟁과 기아로 근근이 연명하며 삶조차 잃어버리던 세대에게 세 끼 식사는 생존 수단이며 가족이 결속되는 집단의식이었다.하지만 먹을 것이 넉넉해진 세대에게 하루 세 끼는 강박이 되었다. 끼니 강박이 포식을 낳았고, 지금 여기 포식의 세대에는 또 포식의 강박이 있다. 비만과 다이어트는 포식문화가 낳은 강박이다.

그리고 1일 1식도 비만과 다이어트와 같은 포식문화의 강박이다. 1일 1식은 젊음과 장수의 강박으로 향한다. 그것은 포식문화가 선택한 또 다른 탈출구이다. 음식은 마음껏 먹을 수 있지만 그걸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 젊어지고 싶고 오래 살고 싶은 욕구는 포식문화로 해결되지 못한다. 그래서 한 끼만 먹으라고 권한다. 앞 세대가 생존과 유대로 형성해온 하루 세 끼의 집단의식을 뒤집어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말한다. 1일 1식은 유전자와 젊음과 장수와 인류의 혹독한 역사를 이론처럼 깔고 있지만 그것 또한 다이어트 강박처럼 포식문화의 또다른 변종이며, 젊어지고 싶고 오래 살고 싶은 욕구가 낳은 충격요법일 뿐이다.  

이제는 젊음과 장수의 강박마저 생겼다. 스스로 먹을 걸 찾아 온 산을 헤매지 않아도 되는 인류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먹을거리 앞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성장만 해오던 자본주의가 몸집이 불어 더 이상 못 자라겠다고 주저앉아 헤매는 것처럼 말이다. 그 안에서 미약한 개인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1일 1식이 주는 젊음과 장수 유전자를 강박적으로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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