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ㅣ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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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이클립스 / 모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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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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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참 억울한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고, 이치에 맞게 행동했는데도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곤 하죠.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참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며 무력감에 빠지는 분들에게 이 책은 명쾌한 해답을 주는데요. 우리가 지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도, 진심이 모자라서도 아닙니다. 단지 갈등과 경쟁이라는 현실의 감정의 눈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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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읽는 사람이 살아남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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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정면충돌을 피하고 애초에 유리한 판을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논리로 상대를 굴복시키거나, 끝까지 부딪혀 이겨내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손자병법부터 노이만의 게임이론, 셸링의 초점 전략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위대한 전략가들은 한결 같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진정한 승리는 상대를 피 흘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가 움직이도록 구조를 짜놓는 데 있다는 것이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물러서지 않고 합의에 이르는 방법, 상대가 내 수를 읽고 있어도 결코 질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법 등 책이 제시하는 통찰은 삶의 모든 갈등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손자는 말한다. 최고의 장수는 싸우기 전에 이미 이겨놓은 장수다. 적이 약해진 후에 치는 장수다. 쉽게 이기는 장수다. 쉽게 이기면 드라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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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를 믿기보다 협력의 시스템을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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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는 큰 상처는 대부분 타인의 선의에 기대었을 때 발생합니다. 배신이 합리적인 이기적인 세상에서 무조건적인 믿음은 종종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곤 하죠. 책에서는 좋은 관계와 협력이라는 것은 사람의 착한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신보다 협력이 나에게 더 이득이 된다는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질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인간 본성의 룰을 이해할 때, 비로소 불필요한 원망 없이 삶의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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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 인간의 선한 본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갖춰질 때 자연발생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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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바깥으로 나가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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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전략을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문제와 나 자신을 분리하고 한 걸음 물러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갈등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감정에 매몰되어 전체의 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분노나 서운함, 승부욕에 휩싸여 무작정 부딪히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지금 내가 서 있는 판의 구조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죠. 저자가 마키아벨리의 위대함을 권력 밖으로 밀려난 후의 시선에서 찾았듯, 우리 역시 얽혀있는 문제의 바깥으로 스스로를 꺼내어 판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야를 길러야 합니다. 그렇게 한 수를 더 깊이 읽어낼 수 있다면, 인생에서 불필요하게 겪어야 할 싸움을 덜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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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가 위대한 이유는 천재여서가 아니다. 추방당한 공무원이었기 때문이다. 권력의 안에 있을 때는 작동 원리가 보이지 않는다. 밖으로 쫓겨난 후에야 구조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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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갑고 우아하게 삶의 주도권을 쥐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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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교양 #이클립스 #전략서 #인문학추천 #마키아벨리 #손자병법 #게임이론 #관계의심리학 #책리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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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 중국 첨단 지능화의 허와 실, 그리고 한국의 대응 전략
권석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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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권석준 /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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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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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쏟아지는 글로벌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자주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AI 반도체 슈퍼 사이클,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미중 패권 갈등 같은 이야기들이죠. 평범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이거나 나와는 거리가 먼 복잡한 기술 용어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을 주식 시장의 테마나 국제 뉴스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거대한 지각 변동을 놓치는 것과 같다고 보여지더라고요. 반도체는 이제 부품을 넘어서 전 세계 자본, 권력, 안보의 흐름을 좌우하는 무기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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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세계 질서의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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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핵심 장비의 수출을 통제한다는 소식이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행보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 가운데는 항상 중국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기사들만 보면 그들의 진정한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견제 속에서 어떻게 생존망을 구축하고 있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삼은 자급화 전략과 국가적 차원의 중첩된 투자 경쟁이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결합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지형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한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정보 조각들이 하나의 선명한 지도로 맞춰지더라고요.

중국 반도체 및 인공 지능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점점 강도를 높이는 주요한 이유에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는 기술이라는 특징, 그리고 그러한 전용이 점점 노골적이 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의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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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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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읽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양극단에 치우친 감정적인 시선입니다. 중국의 첨단 기술 굴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이것과 비슷한데요. 한쪽에서는 엄청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추격 속도에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의 제재와 기술 자립의 한계점을 들어 곧 무너질 거품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막대한 투자가 낳은 중복 투자와 수익성 악화, 혁신의 구조적 한계라는 팩트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청사진 이면에 숨겨진 공급망의 내재화 수준과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짚어낼 수 있어야만 흔들리지 않는 안목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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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반도체 기술의 내재화와 공급망 자급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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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미래와 우리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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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운 책을 읽고 나면 거대한 기술 패권 속에서 대한민국과 평범한 일반인은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생깁니다. 과거의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영광에만 기대어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설계와 제조, 패키징은 물론 에너지와 인프라까지 모든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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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을 넘어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결정짓는 기정학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경제 뉴스를 읽을 때 오늘 하루의 이슈로 넘기기보다, 이 거대한 변화가 향후 10년 간의 자본 흐름과 우리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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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을 추구하며 국가 안보 가치를 재정립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인공 지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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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일 렵게만 느껴지던 반도체와 경제 뉴스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차분하게 이해해 보고 싶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안내가 되어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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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글래디에이터의 세계
스티븐 위즈덤 지음, 문성호 옮김, 앵거스 맥브라이드 일러스트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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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글래디에이터의 세계

스티븐 위즈덤 / AK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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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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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피와 땀, 처절한 생존 투쟁이 난무하던 미드 <스파르타쿠스>나 명작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밤새워 봤던 기억, 있으신가요? 저 역시 그들의 거친 숨소리와 압도적인 액션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강렬한 여운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고대 로마 글래디에이터의 세계>를 읽으며 그때 느꼈던 전율이 다시금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봣던 잔혹하고도 매력적인 세계가 단순히 상상력이 아니라 얼마나 정교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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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의 진짜 역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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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스파르타쿠스>를 보셨다면 반란을 일으킨 검투사들의 처절한 서사에 가슴이 뜨거워지셨을 겁니다. 이 책은 기원전 73년, 바로 그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비롯해 검투사라는 직업의 기원과 징집 과정을 상세히 다룹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죄인들이 어떻게 '죽으러 가는 자'로서 투기장에 서게 되었는지, 그들이 겪어야 했던 운명의 굴레를 읽다 보며 영상에서 느꼈던 감동 그 이상의 역사적 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마 세계의 투기 팬은 병사들 같은 신속하고 낭비가 없는 죽음 따윈 보고 싶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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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고 압도적인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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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다양한 무기들을 휘두르며 서로의 목숨을 노리던 검투사들의 액션 씬이 기억났는데요. 이 책은 트라키아, 어인, 투망 등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검투사들의 장비와 전술을 낱낱이 해부합니다. 화려한 투구부터 천과 금속으로 만든 방어구까지, 영화 미술팀의 극비 고증 자료를 훔쳐보는 것 같은 정교한 일러스트가 압권이었습니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 속 검투사가 어떤 종류였는지, 그들의 무기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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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최고급 검투사에게 순은제 방어구를 지급했고, 네로 황제 직속 검투사는 호박으로 만든 조각을 장식한 것을 착용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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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장 밖 그들의 진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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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투기장 밖, 즉 검투사 양성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사회생활과 암투였습니다. 이 책은 치열한 훈련 과정은 물론이고 검투사들의 주거 형태와 일상생활, 양성소의 조직 형태까지 상세히 보여줍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그들의 고단한 일상과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따라가다 보면 픽션보다 더 리얼한 진짜 검투사들의 삶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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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들은 끊임없이 죽음과 등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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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매일 화와 미드가 주었던 시각적 쾌감을 넘어 고대 로마 콜로세움의 모래바람과 땀 냄새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낸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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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ㅣ 세계문화전집 1
헤르만 헤세.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홍선기 옮김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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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전하며: 헤르만 헤세 x 빈센트 반 고흐

헤르만 헤세, 빈센트 반 고흐 / 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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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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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거장들이 남긴 찬란한 명작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처절하고 서투른 고백이 더 큰 위로로 다가올 떄가 있는데요. 이 책은 대문호 헤르만 헤세와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라는 두 천재를 나란히 비추며, 그들이 세상과 불화하며 견뎌내야 했던 진짜 삶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두 사람은 모두 신학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 세상의 잣대에 맞추지 못해 쫓겨났고, 깊은 마음의 병을 앓았습니다. 이 책은 상처 입은 두 영혼이 어떻게 결핍을 연료 삼아 빛을 그려냈는지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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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를 증명하고 싶었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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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천재들은 처음부터 확신에 차 있었을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책장 곳곳에 담긴 그들의 편지와 일기 속에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연약한 한 인간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간절한 문장 앞에서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허물어집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헤세의 23살 자전 소설과 고흐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날것의 편지들은 그들이 얼마나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타인과의 연결을 갈망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합니다.

되는대로 떠오르는 걸 쓰고 있어. 네가 나를 쓸모없는 인간 말고 다른 무엇가로 봐줄 수 있다면 정말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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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속에서 피어난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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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이해를 구하면서도, 그들은 결코 세상의 얕은 기준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밀어내는 세상의 냉소와 조롱에 맞서 철저히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여러 문장들은 깊은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채와 언어를 벼려낸 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말 같습니다. 고립 속에서 예술을 향한 집념을 잃지 않았던 두 사람의 태도는 타인의 시선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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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면, 그건 내가 혼자이기 때문이고 어리석은 자들, 무력한 자들, 냉소적인 자들, 바보 같고 멍청한 조롱꾼들을 혐오하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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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갈아 넣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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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가진 장점은 텍스트의 깊이를 받쳐주는 시각자료에 있는데요. 책에 수록된 반 고흐의 유화와 드로잉, 헤세의 미공개 수채화들은 하나같이 눈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작품을 옆에 나란히 놓인 친필 편지 속에는 당장 쓸 물감조차 없어 괴로워하고, 밤을 새워가며 자신을 갉아먹었던 치열한 싸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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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예술의 비밀이다. 예술가는 재료와의 싸움 속에서 자신을 갈아 넣는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에는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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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화와 거장의 숨결이 담긴 편지들을 읽고 나니 마음 한구석에 무엇인가 피어오릅니다. 바쁘고 외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 나는 누구에게 어떤 안부를 전하며 살아갈까요? 시각적인 즐거움과 문학적인 깊이를 동시에 주는 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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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미술사 : 르네상스의 천재들 ㅣ 후려치는 미술사
박신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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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미술사: 르네상스의 천재들

박신영 /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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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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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영상과 이미지 속에서 살다보면 문득 시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피로감이 몰려올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들 대신, 오래도록 변치 않고 내면을 울리는 깊은 아름다움을 갈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 눈과 마음이 지칠 때면 종종 오래된 고전 미술의 세계로 눈을 돌리곤 합니다. 머리로 시대를 분석하기 보다는 그저 한 점의 그림이 내뿜는 감정에 오롯이 기대고 싶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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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을 깨고 나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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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어떤 장면을 포착하거나 누군가의 모습을 남기려 할 때 대상이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완벽한 구도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은 늘 그렇게 정면만을 향하고 있지 않죠. 저는 조토가 그린 그림 속 제자들의 뒷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일으며 먹먹함을 느꼈는데요. 때로는 누군가의 굽은 등이나 묵묵히 돌아선 뒷모습이 수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실한 검정을 전달하니까요. 정면만을 고집하던 견고한 시각적 틀을 깨고 과감히 인물의 등을 보여준 조토의 선택은, 그저 붓질의 방식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진짜 숨 쉬는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은 사건이었습니다.

르네상스 3대 천재들의 '선조'는 누구라고 해야 할까요? 바로 양치기 소년이었던 조토 디 본도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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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서 더 깊이 위안이 되는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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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온하고 이성적인 어른의 가면을 쓰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이나 끝없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날도 있죠. 마사초가 그린 아담과 이브의 모습은 신성하고 우아하게 쫓겨나는 비련의 주인공이 아니라, 세상이 무너진 듯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우는 그들의 모습이 가장 바닥에 떨어진 날의 우리 얼굴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고상한 신화적 포장지를 벗어던지고 인간의 가장 적나라하고 처절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이 그림은 완벽하지 않고 때론 찌질해 보이는 나의 우울과 슬픔을 오히려 보듬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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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기구한 운명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인권이나 환경 운동가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틈만 나면 페인트나 수프 같은 것들을 그녀의 얼굴에 뿌려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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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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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거나 남들이 하지 않은 시도를 할 때 당장 근사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익숙한 미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세상에 내보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여저입니다. 보티첼리가 르네상스의 흐름 속에서도 무려 200년이라는 지난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리스 신화를 직접 화폭에 담아냈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새로운 시선이 온전히 피어나기까지 그가 겪었을 내면의 망설임과 결단이 고스란히 전해졌거든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춘 기성품 같은 취향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예술을 통해 배워야 할 가장 아름다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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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는 피렌체 전체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부가 늘어났음에도 소박하게 옷을 입고 먹으며 사람들이 보기에 전혀 사치를 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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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예술이란 내 삶의 경험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기에, 이 책을 덮고나면 딱딱한 미술사 지식이 아닌 나 자신과 세상을 더 깊게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갖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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