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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최정화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1월
평점 :
없는 사람
최정화
책의 띠지에서 보이는 격월간 문학잡지 <Axt>에서 첫 연재소설로 출간 된 작품 <없는
사람>
<없는 사람>은 Axt에서는 '도트'라는 제목으로 연재가 되었던 소설이다.
Axt에서 도트를 읽어봤을 때에는 흡입력이 굉장히 뛰어났던 소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무오라는 인물이 유독 눈에 들어왔더랬다. 왠지 정이 가고 눈길이 가는 캐릭터랄까.
집에 Axt의 창간호가 있어서 도트의 부분을 찍어보았다.
소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없던 따옴표가 소설에서는 생긴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쌍용자동차의 정리 해고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무오라는 인물이 도트를 따라다니며 노조를 와해 시키려는 임무를 자신도 모르게 가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처음엔 그저 돈이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점점 깨닫게 되는 과정이 너무나도 현실감있게 그려졌다.
사실 일반인들은 노조라고 하면 TV에 가끔 나와서 단식투쟁을 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 오지 않는 사람들이라 생각할
뿐
그들이 진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바로 옆에서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무오도 처음에 사실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화면을 통해 다시 보는 시위대의
모습은 어쩐지 초라해 보였다. 머리 위해서 퍼덕이던 거대한 깃발도 볼품없는 천조각을오 보일 뿐이었다. 멋들어지게 휘갈겨 쓴 글자들도 비뚤배뚤
어설펐다. 사방을 메운 노동자들의 무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겨우 손바닥만 했다. 단호하게 주장을 펼치던 도트의 연설은 연신 불어대는 바람
소리에 섞여 시끄러운 잡담처럼 들렸다.
위엄과 분노가 차단된 구호는
귀에 거슬리는 소음일 뿐이었다.
-70p
노조원들과 함께 하면 할 수록 무오는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돈 때문에 하던 일이었지만
이제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는 무오의 마음이 가슴깊이 저려온다.
그저 도트를 따라다니기만 했던 무오에게 도트는 큰 인물로 다가오게 된다.
시꺼먼 강물이 먹빛을 띠고
꾸물거리며 흘러갔다. 마치 여러마리의 지렁이들이 몸을 비비적거리며 꼬이고 뒤채며 서로의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강물은 어둠 속에서 가끔
달빛을 반사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갔다. 무오의 마음속에서도 그처럼 어둡고 짙고 검은 구정물이 꾸역꾸역 흘러가는 것 같았다. 입을 열면 당장이라도
그 검은 물이 왈칵 쏟아져나올 것 같아
무오는 턱이 아프도록 이를
악물었다.
-185p
이렇게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파헤치는 소설은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한국 사회를 알고 있는, 한국사람이 읽어야 그 감정과 연민들, 부조리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정의가 무엇일까? 자신이 곧게 믿고 있는 것이 모두 정의일까?
그렇다면 이부가 믿는 것도 정의이고, 도트나 무오가 믿는 것도 정의일까...
우리 사회의 서글프고 안타까운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 <없는 사람>을 올해가 가기전에 만난것이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