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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안개 정원 ㅣ 퓨처클래식 5
탄 트완 엥 지음, 공경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평점 :
해질무렵
안개정원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간직한 기억과 망각의
조각들
탄 트완 엥
제목처럼 안개에 쌓인듯 뿌옇게 보이는 여자의 뒷모습.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등의 문신...
아련한 첫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이
책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함께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작품인 '해질무렵 안개정원'은 일본 식민지로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말레이시아
작가이지만 그들 나라의 인물보다
중국, 일본의 인물이 더 많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물은 시원했고 이끼와 광물 맛이 났다. 비와 안개 맛도
풍겼다. 국자를 제자리에 놓으려고 허리를 굽히다가, 수면을 지나 생울타리에 뚫린 틈에 눈이 갔다. 그 틈으로 멀리 있는 호젓한 상봉우리가
보였다. 그런 광경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뭇잎들에 완벽하게 에워싸인 그 풍경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멈춰버렸다. 내 안의 고요가 다
빠져나가자 나는 똑바로 섰다.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97p
끔찍한 전쟁의 비극을 담담한 문체로 보여줌과 동시에
말레이시아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일본식 정원에 대한 배경을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써놓았다. 글자를
보면 마치 풍경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계절을 각각 색이 다른 섬세하고 투명한 비단 조각이라고 생각해봐.
개별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조각 가장자리가 겹치기만 해도 특별한 뭔가가 연출되지, 한 계절의 끝과 다른 계절의 끝이 겹치면 그 좁은 시간의 조각이
그렇게 변하는 거야"
-543p
일본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며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다. 그렇지만 일본이 사과를 한다면 조금이라도용서를 해줄 수도 있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이 책이 멘부커상에서 수상을 했다면
일본이 과연 어떻게 나왔을지 상상을 해본다. 오히려 그들은 이 책이
수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인간이기 때문에 사랑이 피어난다. 사랑과
용서... 이것이 있기에 이런 문학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