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격 시작시인선 192
윤중목 지음 / 천년의시작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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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격

윤중목


요즘 유행어에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라는 단어가 있다. 이 시집의 맨 처음에 나오는 밥격이 바로 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보는 것 같다. 숫자 0이 많이 올라갈수록 비싼 밥이지만 뱃속에 들어가면 같은 음식이고 소화가 되면 나오는 것은 배설물일 뿐이다. 시인의 어릴 적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 있다. 작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시를 보면 신용불량자 신세이고 연체금 독촉장과 가압류 통지서가 붙어있는 것을 보여주는 시도 있다. 지독한 가난을 시로 풀어낸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가난은 시가 될 수 있는데 부는 시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시는 궁핍해야 더 잘써지는 것일까? 사랑도 궁핍해야 더 잘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삶은 궁핍할 수록 힘든 법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난은 되물림 되기 쉬운 것 같다. 리어카를 끌었던 할아버지도 으악새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도 시를 쓰던 저자도 신불자가 되어버렸다. 사람의 인격에는 등급이 없지만 그 사람이 먹는 밥에는 등급이 있다. 한우도 좋은 등급일 수록 가격이 비싸지듯 사람도 좋은 대학을 나올 수록 연봉이라는 등급이 올라간다.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시를 읽으면서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어둠의 나락에 빠져드는 것 같다.


화자는 부럼을 깨며 가난을 가져가라고 외친다. 더위를 가져가라고 외치라는 부인의 말은 무시한 채 말이다. 돈이 있어야 건강하고 돈이 있어야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것이라고 그때의 화자는 생각한 것이 아닐까.


혼자 사는 삶이 점점 익숙해지고, 서점에서는 나를 위한 힐링이나 외로움, 미움을 견뎌내는 법을 담은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가난과 외로움을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깊어가는 겨울에 밥격을 읽어보는 것도 나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 일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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