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선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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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시는 무릇 소리내어 읽어야 하는 맛이 있다. 소설은 머리속으로 상상하며 빠르게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지만 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 번 읽어보고, 또 다시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구절은 머리 속에 기억했다가 나중에 다시 시집을 펴보는 재미가 있다.

류시화 시인의 책은 읽어봤지만 시집을 읽어본 것은 처음인데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 안에 삶에 지친 그의 모습이 비추다가도 사랑에 빠진 모습, 자연을 벗삼아 시에서 보여주는 그 것이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류시화 시인은 등단하고 나서 10년 만에 시집을 냈다고 한다. 몇 년에 한번 씩 시집을 내는 관례와는 달리

10여년 만에 한 권씩 내는 그의 시집은 더욱 값진 것 같다.

책으로 써낸 시보다도 더 많은 시를 머리 속에 가지고 있다고 하는 류시화 시인.

그 머리 안에 들어가 있는 모든 시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류시화 시인이 낸 3권의 시집에서 독자가 사랑하고 시인이 선정한 작품들을 시선집에 엮었다.

맨 처음 '길 위에서의 생각' 부터 '모로 돌아누우며 귓속에 담긴 별들 쏟아 내다' 까지 주옥 같은 시만 모여있다.

별이 가슴에 들어와 시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감성을 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벌레의 별


...

까만 벌레의 눈에 별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나는

벌레를 방 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어느새 별들은 사라지고

벌레의 눈에 방 안의 전등불만 비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벌레를 풀숲으로 데려다주었다

별들이 일제히 벌레의 몸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했다


빛을 내는 벌레를 잡아서 가져갔지만 자연을 벗어난 벌레는 그 빛을 잃었다.

자연에서만 빛을 내는 벌레를 볼 수 있다.

매일 전등불 밑에서 살고 있는 나는 자연과 얼마나 친할까...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서 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다보면

자연이라는 것을 아예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도시인에게 자연이란 길가에 있는 가로수가 다 일 뿐...



 




류시화 시인의 시에서는 별을 많이 볼 수 있다. 하늘에 빛나는 별 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 있는 별일 수도 있다.

별처럼 빛을 내는 벌레일 수도 있다.

어렸을 때 별을 보며 반짝반짝 예쁘다라고 생각만 했던 나에게

별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라고 말하는 시인의 감성을 따라가려면 한참은 먼 것 같다.



 



낙타를 소재로 삼은 시를 보며 시인의 감성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웃기게 생긴 동물이 낙타일수도 있는데 낙타의 혹이 무거운 생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삶과 낙타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껴보았다.





 



류시화 시인의 시선집을 보며 그의 시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류시화 시인의 초기 시에는 시간, 장소, 인물이 추상화 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별, 구름, 벌레 같은 사물이 등장하고 공간이 등장한다.

나중에는 아내, 어머니도 등장하게 되는데 시인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들이 점점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류시화 시인의 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의 뒷부분에 있는 이문재 시인의 글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저자 본인의 시선집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지만 그가 썼던 시들을 고르고 골라서

이렇게 시선집으로 읽게 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의 시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를 마음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 시집이 언제 나올지 기대감에 부풀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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