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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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겪었던 옛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내가 겪어보지 못 했던 것들을 한번 쯤은 겪어봤던 것처럼 저에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입 안에 넣고 굴려 먹던 달콤한 누깔사탕 이야기를 읽어보니 내가 꼭 그 옆에서 있었던 것 마냥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매미가 울면 가을이 오기 마련인데 한 젊은 노숙자와 늙은 노숙자의 이야기가 낙엽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의 한 모습처럼 전달되었습니다. 젊은 노숙자와 늙은 노숙자는 항상 붙어다녔다고 합니다. 죽은 매미를 손에 올려놓고 하염없이 쳐다보던 젊은 노숙자는 늙은 노숙자에게 잠깐 다녀와야 겠다고 말을 합니다. 그 젊은 노숙자가 가방을 들고 간 곳은 한강대교 였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이 폭발했던 그 한강쳘교 입니다. 그 폭발로 인해 500여명의 피란민들이 사망하여 물 속에 가라앉은 그 곳이었습니다.

젊은 청년은 가방에서 죽은 매미를 꺼내 한강으로 날려버렸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 때 죽은 매미도 운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저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느리게 오는 편지에는 저자가 겪었던 일들이나 짧은 시, 단편 소설들도 볼 수 있지만 특이하게도 도토리묵밥 레시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도토리묵을 쑤기로 하고 레시피까지 만들었습니다. 레시피가 꼭 하나의 시 같았습니다. 나무주걱으로 젓는 도토리가루를 시건방지다고 표현합니다. 꼭 풀럭풀럭 콧방귀를 뀐다고 설명하는데 상상해보니 그 모습이 정말 우스웠습니다. 정치판과 도토리묵을 쑤는 것을 비교하는 저자는 한쪽으로만 저어야 하는 묵을 배신하여 날아다니는 철새정치인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조선노비열전을 읽어본 이야기를 쓴 것을 보고 꼭 한번 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의 노비는 태어난 아이를 버리거나 목을 졸라 죽이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대부 양반의 종노릇이 너무 고통스러웠다는 거겠지요. 그러나 지금도 그런 노비의 삶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아직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전 AS를 해주지 않는다며 직원에게 무릎을 꿇게 만든 아줌마도 있다죠. 참 어이가 없는 일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런 갑을 관계가 언제쯤이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저자와 함께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올 때까지 같이 꿈을 꾸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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