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픽션이란 말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 또는 역사적 사실과는 차별되는 모든 문학적 구성물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여기 용이 있다>는 픽션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는 한줄로 끝나는 글부터 몇 페이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113개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는 책입니다. 작가의 상상과 풍자로 엮여있는 113편의 거대한 퍼즐을 내가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책을 읽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글이란 짧으면 짧을 수록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라서 시집을 읽기도 하고 단편소설을 즐겨 읽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 용이 있다' 만큼 좋은 책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가 반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또 무엇인가 뜻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짧은 글 하나도 두세번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단편들 중에서 이해하기 쉬웠던 글도 있었도 몇 번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되는 글도 있었습니다. 작가는 처음에 머리글에서 순서대로 읽다보면 이야기들의 미로속에서 길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도 이 책에는 엄연히 입구와 출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짓게 된 중세 지도의 주의 표시처럼 책도 작가의 의도와 신중함을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상에 깊었던 이야기중 하나는 중간 크기 시체를 처리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글이었는데 그 방법은 바로 가까운 공항에서 적어도 세번은 해외를 경유해야 갈 수 있는 목적지로 아무 항공사나 골라서 소화물로 부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시체는 알아서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가방이 사라진 댓가로 이익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외국 항공사들은 수화물이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수화물을 잘 챙기지도 않을 뿐더러, 누군가 훔쳐가도 잘 모르고, 심지어는 항공사 직원들이 물건을 몰래 훔치기도 한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제 3세계의 나라들 말이죠.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특이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을 보니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수화물을 시체 처리 방법으로 생각하다니 말입니다. 왜 이 책이 만다라체 상을 수상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