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은 내게 20세기 역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였고 소련과 미국의 체제 경쟁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이 또 냉전 시대라니 선뜻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내가 알고 있던 세계는 더 이상 평화로운 일방통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러시아와 유럽의 군사적 긴장, 기술과 자원을 둘러싼 전선까지, 뉴스 속 이야기로 넘기던 사건들이 실은 커다란 지각 변동의 한 조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냉전은 과거형이 아니었다. 지금 더 복잡하고 치밀한 형태로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 부분은 한반도의 위치에 대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가 그저 미중 사이에서 눈치 보며 줄타기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저자는 한반도도 제2차 냉전의 중앙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 중국과 밀착했고 우리는 미국과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는 중이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우리의 위치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있는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