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피터 홀린스 지음, 공민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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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외향성이 표준인 사회의 불편함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 있을 때 종종 외로움이 밀려온다는 점이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에너지가 소진되고 쉬고 싶어서 혼자를 택하는데도 이내 텅 빈 감정이 나를 휘감는다. 외롭지 않으려고 사람을 만나면 또 지치고 이 모순된 감정 속에서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이 책은 그 답답한 감정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로움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SNS만 봐도 말 잘하는 사람,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대세다. 회식 자리나 팀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나는 듣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의견이 정리되곤 했다. 이런 나를 두고 너무 조용하다거나 말 좀 해봐 하는 말을 들을 때면 억지로 말을 했지만 결코 자연스러운 감정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런 내향인의 고충을 아주 섬세하게 짚어낸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향인은 관찰하고 해석하는 데 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세상이 요구하는 외향적 기준에 내 성향을 끼워 맞출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내향적 인간이 아니라 '생각 많은 인간'일지도

책에서는 성격을 외향-내향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성격은 유동적이며 스펙트럼 속에서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나 역시 누군가과 싶은 대화를 나눌 땐 에너지를 얻고,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즐겁다. 그러나 다수와의 얕은 대화나 표면적인 관계를 금방 피로해진다. 그런 경험은 나는 어떤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성격의 틀에 가두는 대신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를 얻고 잃는지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자기 성찰이 한층 깊어지는 것 같다.

내향인에게 꼭 필요한 삶의 안내서

우리는 소통을 외적인 말과 표현으로만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조용한 사람들의 내면에는 깊은 사유와 감정이 흐른다. 나는 말을 아끼는 편히지만 그만큼 남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천천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마음속에서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오랫동안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는 사람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 깊었다. 조용하다는 건 단점이 아니라 깊은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자산임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감정을 위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내향인이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하면서도 사회와 관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도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모임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지친 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혼자 있는 시간을 죄책감 없이 누리는 법 등이다. 더는 억지로 외향인인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은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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