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유영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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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생이 시답지 않아서

삶이 시답지 않아도 사람은 시답게 살아야 사람답게 산다

유영만

요즘 통 시를 읽지 않았는데 추운 겨울날 읽는 시는 그 깊이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요즘 내 마음 상태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특히 30번째 시 '당신은 우리 시대의 역설을 역설하는 항거입니다'를 읽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메신저 친구는 늘어나지만 마음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인생을 이야기하는 친구는 줄어듭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퇴근길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지하철에서 안읽은 카톡 리스트를 보는데 많은 카톡 중에서 답장하고 싶었던 것은 전혀 없었다. 카톡 친구 목록은 많지만 퇴근 후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 보니 몇 명 되지 않았다.

"이기고 지는 게임의 법칙과 기술은 배웠지만 침묵으로 가려진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는 치유는 배운 적이 없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주말에도 일하면서도 옆자리 동료가 힘들어할 때는 어색하게 자리를 피했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일에 서툴어진 것일까.

유영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찾아준다. 단순히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시적 언어로 담아내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게 도와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현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희망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해준다. 가을 낙엽 하나에서도 시를 발견하고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의 표정에서도 이야기를 읽어내는 법을 알려준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따뜻하게 말을 건네주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지난 번 친구들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SNS를 구경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기는 했지만 진정한 마주침은 없었던 것 같다. 유영만 교수의 시처럼 만나자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정작 만나고 싶은 사람은 줄어드는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게 해준다. 매일 보던 것들이 시적 언어를 통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만들어준다. 이제 휴대폰을 잠시 내려두고 창밖을 바라보거나 동네 골목을 산책하면서 다시 다가오는 봄도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해준 것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서서 주변을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친구에게 시집을 한 권 건내주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정한 소통의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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