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의 정원
아나톨 프랑스 지음, 이민주 옮김 / B612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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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의 정원'은 '펭귄의 섬'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나톨 프랑스의 명상록이다.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명상록이라는 장르는 처음 읽어보는 것이라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수필이나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의 장르였다. 1800년대에 살았다는 아나톨 프랑스의 세계관은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무려 200년 전의 사람이지만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게 성찰하는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이 든다.

아나톨 프랑스는 인생이 시험장이 아니라 거대한 도자기를 굽는 터와 같다고 말한다. 어떤 그릇은 비싸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지고 어떤 그릇은 제대로 만들어지지도 못하고 깨어지기도 한다. 또 어떤 그릇은 평범한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말도 안되거나 역겨운 용도로 쓰이게 된다. 인간의 모습이나 인생과 그릇이 많이 닮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나톨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이후에 프랑스의 다양한 변화와 함께 인생을 살았고 그것에 대한 내용은 책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나는 프랑스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 못하지만 역자가 각주에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은 과학, 수학, 미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에 대해 아나톨 프랑스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과학과 기적이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숫자로 나타나는 수학과 예술을 말하는 미학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햄릿, 신곡, 일리아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비평을 받았는지 아나톨의 생각을 따라가보면 흥미롭다. 17세기에는 호메로스가 서사시의 원칙을 지켰다며 칭송 했지만 2백년이 지난 지금은 호메로스가 야만적이라는 점이라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만 있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구상에 악이 사라져 버리면 모두 좋아질까? 아나톨 프랑스는 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악이 없으면 선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면 헌신와 희생을 할 필요도 없고 추함이 없다면 아름다움도 없는 것이다. 고통과 악이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더욱 아름다운 걸지도 모른다. 에피쿠로스의 정원에 있는 모든 문단과 문장은 하나라도 놓치면 안될 정도로 주옥 같은 내용이 많이 있었다. 여성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깨어있는 지식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에피쿠로스의 정원'에서 산책을 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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