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무진기행'을 접하고 "무진"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서 한참을 찾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하얀 기억입니다만, 꼭 한번 가보고 싶어서......

 

급격한 산업화로 인하여 빚어진 부조화와 사회병리현상을 허무주의적 시각으로 풀어낸 김승옥의 대표작으로 먼 기억 속의 소설을 다시 끌고와서 옛시절을 그려봅니다. 무진기행은 느낌과 냄새의 소설입니다. 먼저 안개를 '이승에 한이 있어 여귀가 뿜에서 놓은 ......, 제약회사에 다니면(모든 약이 있으므로) 잘 죽지 않으리라는....., 아득한 기억의 통금 싸이렌(1982년 1월 5일 해제) 등 아련한 추억과 함께 요즘 세대 젊은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을 것입니다. 세대차를 지나 격세지감입니다.

 

같이 수록한 단편소설 중 '생명연습'은 과부가 된 엄마의 불륜과 엄마를 죽이고자 하는 삼남매의 음모가 가득하고, '건(乾)'은 빨치산의 시체를 보고도 별로 무섭지 않았던 무덤덤한 시대의 아픔을, '역사(力士)'는 동대문 인근 하숙집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도시에서 살다 돌아온 누이의 말없음과 말없는 누이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애처러움이, '확인해본 열다섯개의 고정관념'에서의 구멍난 양말과 '이()' 이야기는 낮설게 다가왔고, '싸게 사들이기'는 옛날 헌책방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였으며, '차나 한잔'에서는 신문 만화가의 일상과 고뇌를, '서울 1964년 겨울'은 서울이란 섬에서 둥둥 떠다니는 고독한 세남자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들놀이'는 갑질하는 사장 밑에서 놀아나는 기업체 사원들의 애환을, '염소는 힘이 세다'는 전후 가장이 없는 3대의 애잔한 생활사를, '야행'에서는 인간내부의 깊은 욕망을 훔쳐보듯 묘사하고 있으며, '그와 나'는 대학을 막 진학한 두청년을 비교하며 가식에 대한 비판을, '서울의 달빛0章'은 도대체 줄거리를 잡을 수 없는 아득함으로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고,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는 글쓰며 먹고사는 작가의 애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대디 2017-09-18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은 순천을 말합니다, 물론 아시겠지만. 그곳에서 1년여를 근무했었는데, 벌써 10년전 이야기네요.

oldboy 2017-09-19 08:0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전라도 어디쯤 일거라고 짐작만 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