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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ㅣ 트리플 28
김남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평점 :
세 편의 단편이 묶인 소설집 <<파주>>.
애매하게 남은 일요일 늦은 오후시간을 어찌 보낼까 고민하다가 두께만으로 골라들었습니다.
김남숙, 이름 석자에서,
연륜있는 작가를 연상했는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연륜 어쩌고 한 저의 편견,
죄송합니다, 작가님...
📚
정호와 파주의 한 편의점 2층 월세방에 살고 있는데,
정호의 군대시절 후임이었던 현철이 찾아옵니다.
정호에게 당한 것을 복수하겠다며, 포켓몬고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리숙한 모습의 현철이 말합니다.
나는 정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싶지만, 정호는 벌벌 떨면서도 아무 것도 아니라며 센 척을 합니다. 혐오스럽게.
K와의 이별 후, 도피하듯 일을 그만두고 아무도 모를 법한 곳으로 떠난 나는, 기억을 묻고 가벼워지고자 합니다. 그와의 기억이 떠오르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술을 들이붓습니다. 우연히도 예전 문화센터 수업을 들었던 원석을 만나게 됩니다. 그 외진 곳에서. 기억들이 대가리를 쳐들고,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에 다시 도피해버리고 맙니다.
외주사무실에서 막내작가로 일하는 나, 작가라기보다는 잡일을 도맡은 처지입니다.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인 생활, 작가들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점점 몸이 거대해지고, 두피가 너무 가렵습니다. 그런 나에게 왜 참느냐고 말하는 그. 빚을 갚아야 해서라고 말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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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속 나를 둘러싼 인간들은
하나같이 비루합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시시하고 못나서
싸워내지 못하고,
그저 참아내거나 피하거나 실실 웃어버리고 맙니다.
그런 나에게,
시시하지만 복수를 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맞서는 길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너무 번거롭고 무겁기에
그냥 알아서 해결하겠노라
계속 시시하고, 회피하며, 실실 웃고 견딥니다.
.
삶이 너무나 무겁고 힘들어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숨만 쉬고 살 수는 없나,
모든 것이 귀찮게 느껴지고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
어디론가 숨어버릴 수는 없나.
지금보다 어린 시절에는 그랬던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그 시절 아픔이, 좌절이, 방황이 떠올라서
세포 하나하나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음을
조금은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되는 법인가 봅니다.
.
젊은 작가님들의 글을 만날 수 있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김남숙 작가님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