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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 ㅣ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6월
평점 :
1973년 9월 피노체트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칠레.
동성애자인 루카는 우연히 카를로스라는 대학생을 알게 된다.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그의 정중한 태도와 미모에 마음을 빼앗긴 루카,
카를로스가 잠깐만 맡아달라고 하는 수상한 박스들을
아름다운 자수를 놓은 천으로 장식하여 집안 곳곳에 가구처럼 배치해 두고,
과제를 한다며 몰려오는 카를로스의 친구들에게 다락방을 내어주기도 한다.
늙고 추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주지 않을 카를로스를
그 어떤 유행가 가사보다 더 사랑하면서
그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어져버린다.
피노체트는 긴 주말이면 별장으로 가서
그를 반대하는 세력의 소음을 잊고 지내려고 노력한다.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부인과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잠시 시름을 덜어보고자 한다.
어느날, 애국전선 청년들이 피노체트를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피노체트는 더욱 더 삼엄한 경비 속에 국민들의 숨통을 죄어 들어간다.
루카는 이 연극이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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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말미에 태어난 나는,
대한민국 격동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을 애써 떠올려보면,
티비 뉴스에 나오던 반들반들한 대머리,
기차역 앞 광장 시위로 매캐하게 번지던 최루탄가스,
호돌이와 올림픽,
보신탕 가게 이전,
보통사람,
반공영화와 포스터,
간혹 내려오곤 하던 간첩들.......
그러다가
갑자기 정권이 바뀌고,
미국 팝가수들이 내한하고,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북한 관광을 하게 되고,
일본영화가 개봉하기 시작하고,
대학생의 시위가 줄어들었다.
칠레도 비슷한 시기를 거쳤던 모양이다.
선거로 선출되었던 사회주의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폭격을 맞아 죽고 난 후
집권한 피노체트는 여느 독재자와 다르지 않았고,
헬기에 반대세력을 태워 떨어뜨려 죽였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인터넷 밈이 되어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 세상에 나는 살아가고 있다.
내 나라 역사도 정확히 모르는 판에,
칠레의 역사를 알 턱이 있었겠냐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그닥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페드로 레메벨은 칠레의 예술가이자 작가이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우며 활동했다고 한다.
군사정권시절, 어떤 탄압을 당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그 시절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고,
나서서 활동했던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당신 같은 사람들 덕택에 우리가 이렇게 이 시대에 호사를 누리며 산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