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문제들 - 전면 개역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박영태 옮김 / 이학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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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의 문제들》을 읽기 전에는 철학이라고 하면 늘 거창하고 정답이 없는 어려운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1장부터 15장까지 차근차근 따라가 보니, 철학은 대단한 정답을 맞히는 학문이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믿고 있던 것들을 잠시 멈춰 서서 의심해 보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장에 나온 탁자 이야기였어요. 매일 눈으로 보고 만지는 탁자조차 빛이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우리가 아는 건 진짜 탁자 그 자체가 아니라 눈에 비친 모습뿐이라는 대목이 꽤 신선했죠. 또, 내가 진짜로 ‘아는 것’과 그냥 ‘그렇다고 굳게 믿는 것’은 다르다는 13장의 내용도 인상 깊었어요. 내가 확신한다고 해서 그게 다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조금 더 겸손해지기도 했답니다.
​책을 끝까지 읽었지만 여전히 아리송하고 완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부분들도 남아 있어요. 하지만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어도 전혀 아쉽지 않아요. 복잡한 생각 속에서 머리를 한 번 식히고, 세상을 조금 더 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주@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우주철학방 #이학사 #버트런드러셀 #철학의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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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 하이드리오타피아, 유골 항아리 매장에 관하여
토머스 브라운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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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린 커피, 24시간 뒤 사라질 스토리, 남들의 '갓생' 피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매일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을까요?
​단 3초의 릴스를 연출하느라 진짜 내 여유를 놓치고, '오운완' 인증샷과 '좋아요' 숫자에 조바심내며, 필터 속 완벽한 나와 이불 속 지친 나 사이에서 소진되는 날들.
​남들에게 보여줄 짧은 순간을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 우리에게, 17세기의 의사이자 사상가 토머스 브라운은 땅속에서 발굴된 고대 유골 항아리를 보며 서늘한 질문을 던집니다.
​"시간은 자비 없이 모든 것을 삼키나니, 피라미드조차 거대한 헛된 영광에 불과하며, 돌 위에 이름을 새기려는 것만큼 허황된 욕망은 없다."
​《하이드리오타피아》는 언젠가 한 줌의 재로 남을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잊히는 존재인지를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문장으로 풀어낸 철학 에세이입니다.
​우리가 피드 위에서 증명하려 애쓰는 기록과 명예, 남들의 시선은 거대한 시간의 먼지 속에서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속적인 집착과 조바심에서 벗어나, 사라질 것들에 마음을 쓰기보다 진짜 '나의 오늘'을 고요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남들과 비교하느라 지친 밤, 차분하게 나만의 속도를 되찾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하이드리오타피아 #토머스브라운 #고전독서 #독서후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추천 #다크아카데미아 #인문학책추천 #죽음과불멸 #갓생살기 #완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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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 사유하는 인간
린지 스톤브리지 지음, 손성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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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은
꽤나 자주 들어보았지만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난해할 것이라는 지레짐작과 중압감 때문에
선뜻 다가서지 못했었는데,
한 인물의 치열했던 삶의 궤적을 짚어가는 이번 책을 통해 비로소 아렌트라는 철학자의 세계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맴도는 구절이 많은데,
특히 아렌트가 제자들에게 가르쳤다는
"자신만의 사유를 펼치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하세요"라는 대목은,
철학이 골방 속 거창한 지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발을 딛는 깊은 공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사회적 폭력과 억압이
개인의 사유와 자발성을 한꺼번에 압착해 버렸을 때, 아렌트가 가장 절통해했던 것은
비극 그 자체보다도 대참사 이후에도
마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하던 일을 무감각하게 계속해 나가던 사람들의 태도였다고 한다.

내가 믿던 바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타인이 정해준 판단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순응은,
눈앞의 생생한 폭력 못지않게
우리를 도덕적으로 타락시킬 수 있다.

사회적 테두리 밖에서 '어두운 배경 속 어두운 형태'로 버텨내야 했던 외로운 존재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사유란 특별한 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적인 보통의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 삶과 생각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섣불리 넘겨주지 않는 일상의 작고 단단한 질문이야말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홀로 갇힌 생각이 아닌,
서로 다른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등하게 반대하고 자유롭게 항의할 수 있는 '적절한 정치적 공간'의 가치를 되짚는 아렌트의 시선은, 타인과의 연결이 점차 무뎌져 가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것 같다.

시대를 온몸으로 직면했던 한 인간의 삶을 함께 따라가다 보니, '지금 나는 과연 스스로 제대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다정하면서도 묵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아렌트를 처음 만나는 입문자에게도 사유가 지닌 참된 온기를 다채롭게 전해주는 뜻깊은 독서였다.

마침 수전손택 책을 구입했는데
말미에 수전손택이 여러번 거론되어 기뻤다.

★ 우주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한나아렌트사유하는인간 #우주클럽_철학방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서평 #완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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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 ㅣ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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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 피노체트가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칠레.


동성애자인 루카는 우연히 카를로스라는 대학생을 알게 된다.

자신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그의 정중한 태도와 미모에 마음을 빼앗긴 루카,
카를로스가 잠깐만 맡아달라고 하는 수상한 박스들을
아름다운 자수를 놓은 천으로 장식하여 집안 곳곳에 가구처럼 배치해 두고,
과제를 한다며 몰려오는 카를로스의 친구들에게 다락방을 내어주기도 한다.

늙고 추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해 주지 않을 카를로스를
그 어떤 유행가 가사보다 더 사랑하면서
그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어져버린다.


피노체트는 긴 주말이면 별장으로 가서
그를 반대하는 세력의 소음을 잊고 지내려고 노력한다.
앵무새처럼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부인과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잠시 시름을 덜어보고자 한다.


어느날, 애국전선 청년들이 피노체트를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피노체트는 더욱 더 삼엄한 경비 속에 국민들의 숨통을 죄어 들어간다.


루카는 이 연극이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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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말미에 태어난 나는,
대한민국 격동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을 애써 떠올려보면,
티비 뉴스에 나오던 반들반들한 대머리,
기차역 앞 광장 시위로 매캐하게 번지던 최루탄가스,
호돌이와 올림픽,
보신탕 가게 이전,
보통사람,
반공영화와 포스터,
간혹 내려오곤 하던 간첩들.......


그러다가
갑자기 정권이 바뀌고,
미국 팝가수들이 내한하고,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고,
북한 관광을 하게 되고,
일본영화가 개봉하기 시작하고,
대학생의 시위가 줄어들었다.


칠레도 비슷한 시기를 거쳤던 모양이다.
선거로 선출되었던 사회주의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폭격을 맞아 죽고 난 후
집권한 피노체트는 여느 독재자와 다르지 않았고,
헬기에 반대세력을 태워 떨어뜨려 죽였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인터넷 밈이 되어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 세상에 나는 살아가고 있다.


내 나라 역사도 정확히 모르는 판에,
칠레의 역사를 알 턱이 있었겠냐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그닥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페드로 레메벨은 칠레의 예술가이자 작가이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우며 활동했다고 한다.
군사정권시절, 어떤 탄압을 당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지만,
그 시절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고,
나서서 활동했던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당신 같은 사람들 덕택에 우리가 이렇게 이 시대에 호사를 누리며 산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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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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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_천명관 #창비 #천명관신작 #가제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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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읽고
책 한 권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감탄하고 짜릿할 수 있는 경험을 과연 살면서 몇번이나 해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했었다.

이야기꾼.

그 이상 그 이하 어떤 수식구도 필요없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신작이 곧 나온다.
난 먼저 읽고 싶다.
널리 전파하고 싶다.
그래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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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한국,
이런저런 연유로 앵벌이가 된 아이들의
참혹한 하루가 그려진다.
아버지라고 불리는 양목사와
그의 똘마니 아미가 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한다.

동이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아코디언을 연주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연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고통은 다 잊을 수 있다.

길바닥 삶과 판자촌의 삶은 지옥 같지만
어느날 한줄기 광명이 찾아든다.

보스가 사라진 판자촌,
아이들은 자기들 나름의 질서를 잡아가고
나름의 자유와 행복을 맛본다.

그리고
분노할 힘과 꿈을 가지게 된다.

이들은 더 이상
예전의 아이들이 아니다.

.

역시 이야기꾼답다.
책장이 주르륵 넘어간다.

좋은 책 먼저 읽어보는 것보다 행복한 게 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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