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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상인과 기술공들의 직업 세계 - 왕과 사대부의 기록 뒤에 숨겨진 500년 경제의 진짜 주인들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저자인 박영규 작가님의 책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조선의 상인과 기술공에 대해 어떻게 쓰셨을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성리학이 국가 이념이었던 조선.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농업을 장려하고 상업을 억제했다고 배웠는데 신분 질서가 낮았던 상인과 기술공들의 직업 세계를 한 번쯤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보부상, 객주, 목수, 단청장 등 이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신분에, 어떤 위치였을까?
영화나 드라마, 문학 작품을 통해 조선 시대 상인과 장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을 접하기는 했지만 실제 그들의 신분 위계나 사회적 인식, 정부와의 관계 등이 명확하게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영화나 드라마, 교과서에서도 몰랐던 조선 경제의 진짜 주인공들을 자세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상인은 이익을 좇아 이동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고 여겨 안정적 세원 확보가 가능한 농민을 보호한다는 논리로 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칩니다.
조선의 상업 세계는 표면적으로는 농업 중심 사회의 그늘에 가려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직업군이 존재하고 체계적이고 역동적인 활동으로 조선을 지탱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한양의 시전, 지방의 장시, 국가 공인 상점인 육의전, 허가받지 않은 상점이나 노점 상인인 난전, 5일 장의 순환 장시, 보따리를 메고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 등 다양한 직업군과 조선 상업상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정조는 난전 자체를 단죄하지 않고 '금난전권'을 철폐하고 누구나 장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시전은 자신들이 공납, 가격 안정, 세수에 기여했다며 특권 유지를 호소했지만 정조는 독점권을 박탈하고 시장을 개방합니다.
장은 단순한 거래소가 아니라 정보가 오가고 광대패 및 남사당패가 볼거리와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등 작은 축제의 장으로 설명합니다.
개성의 송상, 의주의 만상, 한강의 경강상인, 동래의 내상,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선의 시장을 만들고 연결하는 상인들입니다.
지방 장시의 실질적 경제 행정가였던 객주. 그들은 물건을 대신 팔아주고 객상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때로는 세금까지 대납했습니다. 또, 시장 한 켠에는 돈을 빌려주고 어음을 교환하던 전객과 전당업자 등 신분상 천민에 가까웠지만 자금 순환의 핵심이었습니다.
여성들도 조용히 시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는데 남편이나 아버지의 이름으로 전방을 운영하거나 물건을 배달하고 판매를 도왔습니다.
조선의 초기 보부상은 지역과 지역을 잇는 물류의 매개자 역할을 하였고 18세기 중엽 이후 조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자치적 상인조합 형태가 됩니다.
보부상의 최고 책임자는 도반수로 각 도의 대표직이고, 보부상의 규율을 보면 서두에 단군과 관우를 숭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94년 동학군이 봉기하자 정부는 지방의 보부상단을 동학군을 진압하는 지원군으로 동원했습니다.
각 지역의 거상과 물류 흐름, 조선의 객주, 여각주, 운송 전문가, 전객, 전당업자,고리대상, 주모와 객주모, 박물상과 잡상인, 저자마님, 통역상과 역관 등 상업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군이 나옵니다.
조선의 기술자, 장인은 존경받아 마땅하나 신분적으로 천민에 속하고, 신분은 세습됩니다.
조선의 기술자들은 궁궐과 관청에 소속된 기술자로 국가의 소유물이었습니다. 숙련 목수, 석수, 주조장, 도색장, 활자장 같은 전문 기술자들은 뛰어난 솜씨를 가져도 '천한 노비'라는 법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장인이 도망가더라도 가족을 대신 노역에 쓰거나 벌이 대물림되고 장인의 자식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기술을 배우는데 기술의 전승은 노동의 전승이자 곧 신분의 세습이었습니다.
조선의 건축은 기술이자 정치였습니다.
대목장은 건설 현장에서 우두머리이지만 동시에 천민으로, 실수하면 형벌을 받아 책임이 무거웠습니다.
단청에 관심이 있어, 단청장 부분을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단청의 색은 마음대로 칠할 수 없고 건물의 색상은 법으로 정해졌고, 문양 또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단청장은 정해진 규율 속에서 단청을 창조해야 하는 기술자이자 예술가라 할 수 있습니다.
관청의 기술공들뿐만 아니라 옹기장, 방짜유기장, 대장장이, 염색장과 직조장, 재봉장과 장수장, 제지장과 필방장 등 민간의 장인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조선팔도의 기술이 장을 통해 물물교환이 되어 움직였고, 전국의 장터와 마을로 지역 경제가 거대한 망처럼 연결되었습니다.
상인과 기술공은 조선의 가장 밑바닥으로 그들의 신분은 대부분 천민과 평민에 속했지만 실제로는 국가 경제의 동맥을 이루었습니다. 조선 후기로 오면서 상업의 비중은 커지고 상인의 신분은 상승되고 경제 권력화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농본주의에 가려져 천시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조선 시대의 상업과 기술.
신분 위계상 맨 하단에 위치했으나 실제 필요와 비중이 높았던 조선 상인과 기술공들의 직업 세계를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조선 시대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조선 상업사와 기술공들에 대한 흔적을 한자리에 모은 기록으로 조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