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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박태원 지음, 이상 그림 / 소전서가 / 2023년 10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살롱 드 경성(김인혜)'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통해 1920~1930년대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몽파르나스의 허름한 카페와 술집에서 '에콜 드 파리'를 형성했던 것처럼 1930년대 경성 다방도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모이는 아지트였고, 소설가 박태원과 시인 이상이 다방 제비에서 처음 만나 절친이 된 걸 알게 되었었습니다.
또, 박태원이 <조선 중앙일보>에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연재했을 때 이상이 삽화를 그렸고, 두 사람 모두 미술에 놀라운 재능이 있었던 문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박태원은 딸과 함께 영화관에 다녔고,
그 딸의 아들이 바로,,,
ㅡㅡ 세계적인 영화감독, 봉준호 감독님!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가 박태원이었습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읽고 싶었는데 소전서가 서평단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상의 삽화 29점이 최초 수록된 책이어서 좋았습니다.
박태원과 이상,
두 모더니스트의 글과 그림으로 만나는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이 새롭고 감각적으로 펼쳐집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박태원, 소전서가)'
큰 줄거리 없지만 어디로 흘러갈 지 모르는 소설은 구보씨의 눈을 따라, 걸음을 함께 하며 경성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1930년대 경성, 구보씨의 걸음을 담아 봉준호 감독님께 영화로 만들어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양장본 책으로 손마닥만 크기, 표지에 반은 펼쳐진 우산과 반은 접혀진 우산, 이상의 삽화를 포함한 책의 디자인이 감각적입니다.
소설가 구보 씨가 목적도 없이 단장과 노트를 들고 집을 나서 경성의 공간들을 누비며 겪은 일과를 그렸습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구보씨의 기억과 마음상태가 나옵니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소설가로 일본 유학 배경이 있는 등 주인공 구보는 소설가 박태원 본인의 이야기를 써놓은 듯 닮았습니다.(소설가 박태원의 호가 '구보')
1930년대 경성의 일상적 풍경들이 나오는데 종로 네거리, 백화점, 전차, 다방, 남대문, 경성역, 황금정, 광화문 등을 지나고,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다방에서 만난 친구는 시인 이상을 연상케 합니다.
소설은 총 30화로 구성, 각 화마다 이상의 삽화가 나옵니다.
소설을 읽고 이상의 삽화가 내용에 어떤 부분을 콜라주 형식으로 그렸는지 어떤 장면을 포착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문장의 첫머리에서 "어머니는", "구보는",,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편집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대담> 코너를 읽어보니 연재본(소설 원본)에서 박태원에 의해 각 회를 시작할 때 시작 부분을 큰 글씨로 굵게 표시하여 배치하였다고 합니다.
박태원은 언어의 시각성을 활용한 구상으로 활자 크기나 배치 방향 등으로 언어가 가질 수 있는 시각성을 문학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강하게 고민하였다고 합니다.
이상의 삽화는 이해하기 쉽지 않고 오히려 수수께끼 같은 그림이었는데 <대담> 코너를 읽고 이해한 삽화도 있었습니다.
이상 삽화 중에는 상체 부분이 생략된 그림이 있다는 부분을 읽고서야 아래 그림(왼쪽)이 이해되었습니다. (다리 사이에 우산이 보임)
소설이 가지는 독특한 분위기와 스타일과 이상의 그림이 흥미롭게 조응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 소설을 읽기시작하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으로 쓴 <댈러웨이 부인>이 연상되었는데 <대담>을 통해 이 소설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의식의 흐름 기법에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박태원과 이상을 연구해 온 전문가가 참여한 <대담>에 모더니즘 문학과 작품에 대한 해석, 박태원과 이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전서가 서평단 모집할 때 의식의 흐름 P서평단, P적인 구보씨의 하루에 대해 보여주었습니다.
갑자기 걸음을 걷기로 하는 구보씨,
바른발이 공교롭게도 왼편으로 쏠렸기 때문이라는 등 이유도 목적도 계획도 없어 보입니다.
ㅡ P적 사고로 행동하는 구보씨. P성향이기에 P서평단에 지원하고, 공감하며 읽으면서도 구보씨가 살았던 시대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계획을 세울 수 없었던, P일 수밖에 없었던 시대,
직장을 가질 수도 없고 관직에 나갈 수도 없었던 일제강점기의 지식인 <구보 씨>의 답답한 하루에서 한 인간의 고뇌와 시대의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영향을 받았지만 제임스 조이스는 아일랜드 자유국의 수립 가능성이 시작한 무렵에 출간된 소설이었지만 <구보 씨>는 훨씬 더 혹독한 정치적 억압과 검열이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을 그대로가 아니라 검열을 피해, 검열을 염두에 둔 글을 쓸 수밖에 없었고 작가는 자유롭게 상상할 수도,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쓸 수도 없었던 시대라는 걸 <대담> 코너를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밥 잘 먹고 잘자는 데 '신경쇠약'이라는 등 모순된 소설속 상황이 검열 때문일 수도 있다는 <대담> 부분을 읽고, 이 소설을 다시 꼼꼼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민지 예술가였던 두 사람 박태원과 이상,
두 친구가 함께 연재한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삽화와 대담이 있는 소전서가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좋은 소설을 쓰시오.」
벗은 진정으로 말하고,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참말 좋은 소설을 쓰리라. 번(숙직이나 당직) 드는 순사가 모멸을 가져 그를 훑어보았어도, 그는 거의 그것에서 불쾌를 느끼는 일도 없이, 오직 그 생각에 조그만 한 개의 행복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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