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부족함이 만들어 내는 선택과 행동의 비밀
센딜 멀레이너선.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빌리버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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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을까? 왜 빈곤한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것일까?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분리될 수 없다. 왜냐하면 빈부 격차가 교육격차를 만들고 교육격차가 다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교육격차는 사람들의 정치의식의 격차로 이어지며 이는 종종 하층계급이 자신의 이해에 반하는 정치적 선택을 하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해보자. 도대체 결핍 즉 무언가 부족할 때 사람들은 대체 어떤 어려움을 겪기에 이런 행동을 하고 그 결과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단 말인가? 바로 여기에 힌트를 주는 책이 있다. 최근 번역된 행동경제학자인 센딜 멀레이선과 인지심리학자인 엘다 샤퍼의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이다.

인간은 무언가 부족할 때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시간일 수도 있다. 결핍 상태에서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집중은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저자들은 이를 ‘터널링’으로 설명한다. 이는 ‘터널안으로 들어가면 멀리서 빛을 발하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 사물은 보이지 않는 터널 시야 현상’을 근거로 만든 단어이다. 터널링에 놓인 사람은 사물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달리게 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어렵게 된다.

 

결핍은 사람들을 터널안으로 끌어들이고 대역폭 즉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판단을 내리며 앞서 세웠던 계획을 고수하고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을 축소 시킨다. 저자들은 학교 옆에 기찻길이 위치하여 소음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기차 소음에 직접 노출된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은 덜 노출된 교실에서 수업하는 학생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 저자들은 기차 소음을 변수로 들었지만 어디 변수가 이뿐이겠는가?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가족 간 관계가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학습격차는 기차 소음 이상의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가정폭력과 빈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각종 스트레스로 학업성취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 것, 가난한 집안의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으로 부유한 집안의 대학생 보다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같은 이유이다.

 

결핍은 인지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핍은 유동성 지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가져온다. 인지 능력은 결코 유전적으로 고정된 능력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한다. 저자들은 유동성 지능 측정 도구 중 하나인 ‘레이븐 누진 행렬 검사’를 통해 유동성 지능이 빈부 격차나 수면격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피실험자의 재정결핍과 수면결핍이 지능에 부정적인 결과를 영향을 미쳤다.

결핍은 실행 제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 눈앞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을 두고 선택해야 할 때 빈자는 부자에 비하여 눈앞의 문제에 매몰되게 된다. 저자들은 이를 “빈곤 자체가 정신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표현한다. 결핍은 긴 안목을 가지고 미래 이익을 위해 현재의 이익을 보류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는 경제적 빈곤에 그치는 문제일까? 눈앞에 이익에 매몰된다는 것은 경제행위에만 해당 되지 않는다. 생계를 위협받거나 근근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어렵다. 저자들은 이렇게 단언한다. “결핍은 우리를 멍청이로 만들고 우리를 보다 더 충동적으로 만든다.” 매우 슬프지만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것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한 정당과 정치인들의 달콤한 거짓말에, 혐오적인 선동에 휘둘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들은 결핍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환경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빈곤은 빈곤한 사람의 행동에서 원인을 찾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맞다. 그 수많은 자기 계발서와 실업자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것은 환경이 아닌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낡은 발상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항공기 조정사의 반복된 실수가 조정사의 훈련 부족이 아니라 조종 좌석의 설계 자체가 문제였던 사례를 예로 들면서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결핍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대역폭’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저자들은 ‘투잡(two job)을 뛰어야 생계를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아이 둘을 가진 싱글맘에게 만일 정부가 공적 보육을 제공한다면 돈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데이케어 프로그램 운영 시설과 친정 어머니에게 맡기고 데리러 오는 시간을 절약하여 대역폭 즉 실행 제어 능력이 커질 수 있음’을 사례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집세와 식비, 교육, 의료비는 필수 가계 예산으로 이 모든 것이 사람들의 대역폭에 영향을 미친다면 교육, 보육, 보건, 금융을 별개로 보아서는 안되며, 어떤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을 어떻게 제공하는가 그리고 보다 나은 환경을 어떻게 설계하는가’가 중요함을 지적하였다.

 

한편 저자들은 결핍의 덫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느슨함’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수술 건수에 비해 수술실이 부족한 병원에서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것은 놀랍게도 수술실 하나를 비워두는 것이었다. 왜인가? 병원에서 수술은 예정된 수술과 예정되지 않는 수술로 나뉘는데 수술실을 예정된 수술을 하는데 다 써버리게 되면, 예정되지 않는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실을 재배정 해야 하기에 의사들은 시간부족에 내몰리게 되고 심지어 과실 사고도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수술실 하나를 통째로 비워두고 나니 긴급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병원 경영에만 적용되는 방법이 아니다. 만일 당신이 조금의 쉴 틈 조차 없이 빽빽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경우에 내몰리다면 아주 작은 변수에도 다음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그 결과 하루 혹은 한주 혹은 한달 전체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게 된다.

 

느슨함이 주는 교훈은 어린이·청소년의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의 어린이·청소년들의 행복도가 국제적 비교평가에서 낮게 나타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상에서 느슨함 즉 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내 주장에 대해 “적지 않은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데 무슨 더 이상의 느슨함을 주어야 하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잡는 학생들이 아니라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에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린이·청소년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보다 입시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입시경쟁교육은 학생들에게 쉴 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마치 빈 수술실이 없는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처럼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안의 다람쥐처럼 돌면서 허덕인다. 그들에게는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인지와 정서의 통합적 발달, 지·덕·체의 균형적 발달은 커녕 오히려 결핍 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인지 기능, 실행제어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느슨함이 허용되지 않는 결핍 상황에서 그들은 가장 손쉬운 선택 즉 눈앞의 스마트폰을 붙들게 된다.

 

저자들이 말했듯 결핍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 느슨함이 허용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교육적 관점에서 본다면 결핍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학교-지역사회-국가 모두가 나서야 한다.

오는 6월에는 지방자치선거가 치뤄진다. 선거철이 되면 교육감 후보들은 너 나할 것 없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지자체장 후보들은 주민 복지 확대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결핍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터널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개인적 수준- 가정 수준- 지역 공동체적 수준- 국가적 수준을 연결하여 심도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일 우리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사람들이 결핍의 덫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과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구안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교육과 복지는 물론 조직 운영 등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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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교육자치혁명 : 혁신교육의 성찰과 전망
한만중 외 지음 / 살림터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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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되고 나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는 선거를 전후로 해서 정책 제안의 성격을 갖는 책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 교육감 주민직선제가 전면화되면서 교육자치를 주제로 한 책들이 선거시기 마다 나왔다. 이번 지방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한 권의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AI 시대 교육자치 혁명: 혁신교육의 성찰과 전망』 이 그것이다. 필자가 무려 19명이나 되고 필자 중에는 교육감 후보로 선거에 참여한 분들도 있고 교육감으로 당선된 분도 있다. 너무 다양한 영역의 글들인지라 이를 모두 다룰 수 없기에 인상 깊은 세 편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성열관·이준희의 「혁신학교와 교육의 변화 및 과제」이다. 저자들은 혁신학교가 가져온 교육의 변화를 1) 교육의 공공성 2) 역량 중심 교육과 전인적 성장 및 발달 추구 3) 교육과정·수업의 변화 4) 소통·참여에 기반한 민주적 학교 운영 5) 지역사회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6) 교사 학습공동체 활성화로 전문성 신장 7) 행정업무 중심에서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 체제로 변화 8) 교사의 자율과 책임, 신뢰와 협력을 중시하는 공동체주의 지향을 들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완성된 것이 아니기에, 혁신학교는 한계와 과제를 모두 안고 있다. 저자들은 혁신학교의 한계로 1) 성과 입증의 어려움 2) 지속가능성의 문제 3) 대학입시 등 기존 제도와 정합성 4) 혁신학교 상의 추상성과 개별 학교 자료에 의존한 혁신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 혁신학교의 일반와 혁신학교의 표준화를 제시하였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일반화의 핵심은 1) ‘평가혁신’을 중심으로 혁신교육 일반화 정책 강구 및 수행 2) 무작위 수업 표집 등으로 혁신교육 일반화 정도에 대한 질 판단 등이다. 저자들은 혁신학교의 역사가 15년을 넘기고 있는 시점이기에 일정한 표준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표준은 획일과 다른 것으로 ‘공통 원칙과 전략을 기본으로 사용하되 다양성을 열어 놓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제안은 향후 혁신학교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참조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은 신선호의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학생 마음건강 위기 지원: 현황과 과제」 이다. 저자는 위기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현실은 일상의 외주화와 교육의 사법화로 학교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처했으며, 게다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시도교육청 별로 관련 정책이 파편화되어 있음을 비판한다. 저자는 회복탄력적인 학교 생턔계를 위하여 관점의 재설계를 제안하는데 구체적으로 1) 위기 개입에서 보편적 마음 성장으로 전환 2) 대상 집단을 고위험군에서 모든 학생으로 3) 분절적 프로그램에서 통합적 시스템으로 4) 외부전문가 의존에서 학교주도로 5) 치료가 필요한 문제에서 핵심 역량으로 6) 교사의 역할을 의뢰자에서 핵심 돌봄 제공자로의 전환을 주장한다.

저지는 마음건강 위기 지원을 위한 핵심과제들도 제시하였다. 일상의 외주화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게이트 키핑’ 전략으로 1) 통합지원팀 권한 강화 및 학교 위원회 재편 2) 정기적인 사례관리 회의 운영 3) 데이터 기반의 보편적 선별 검사 실시를 주장한다. 한편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안전망인 ‘게이트 쉐어링’ 전략으로 1) 지역단위 통합지원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2) 지역사회 멘토링 프로그램 활성화 3) 외부기관 합동 사례회의 정례화를 제시한다. 또한 보편적 역량으로 마음건강 교육을 강조하는데 1) 사회정서교육의 교육과정 전면 도입 2) 디지털 시민의식 통합 3)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교육을 제안한다. 여기에 지원자인 교사를 위한 돌봄 정책으로 1) 교사 역량 강화 및 전문적 지원 체계 구축 2) 교사 마음 회복 안식년 제도 도입 및 법제화 3) 교사의 권한 보호 및 강화를 실행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올해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의 공약에서 정서 및 마음건강 지원이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후유증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고민의 반영일 것이다. 저자의 제안처럼 마음건강 위기 지원은 관점과 체계 그리고 방식 모두에서 전환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 교육청만이 아니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시민사회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 즉 AI시대 교육자치혁명에 가장 조응하는 글은 장용수의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위기와 대응전략」을 소개한다. 저자는 현재 AI 관련 현재 교육 정책이 심층적이고 철학적인 고민보다는 기능적 효용성에 매몰된 기술 만능주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특히 생성형 AI 사용 빈도가 많아질수록 사고의 외주화가 심화됨을 각종 데이터와 연구 사례를 통해서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성과의 착시 현상이다. AI 도구에 의존하여 만들어낸 단기적 산출물은 보기에도 좋고 정답률로 높지만 학습자의 인지능력 특히 기억력, 문제해결 전략, 전이 능력 등은 오히려 약화되는 현상을 만든다. 둘째, 비판적 사고의 붕괴이다. 비판적 사고를 위해서는 지식의 습득,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 추론적 능력이 중요한데 AI에게 과의존하면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된다. 더욱 우려될 만한 것은 연령대별 실험에서 성인들보다 청소년들이 더 비판적 사고능력이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셋째 AI를 사용하게 되면 뇌 세포간 연결성 저하, 전두엽 활동의 축소 등 메타인지적 해리, 기억력의 약화 등 신경과학적 수준에서도 그 위험성이 확인되었다.

저자는 AI시대에는 교육은 인지과학에 근거하여 보다 정교한 설계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째, 인지적 마찰(Cognitive Fricition)이다. 사람이 정보를 처리하거나 작업을 할 때 겪는 저항이나 어려움을 뜻하는 인지적 마찰은 매우 중요하다. AI에 의존하면 인지적 게으름이나 인지적 부채를 초래하게 되기에 의도적으로 학습자를 위해 인지적 마찰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바람직한 어려움이다. 학습자가 어려움을 겪게 설계한다.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통해 장기기억과 지식의 전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셋째, 생산적 실패의 경험이다. 학습자가 정답을 배우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실패를 경험하는 것인데 이는 첫 단계에서는 가이드 없이 문제해결에 도전하고 두 번째 단계에게는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핵심원리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결과 단순한 설명 후에 반복 연습을 하는 것 보다 더 깊은 이해를 낳게 된다. 넷째, 마찰적인 AI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어려움을 AI인터스페이스 설계에 적용하는 것으로 학습자가 AI결과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인지적 마찰을 유도하기 위한 수업 전략도 제안하고 있는데 그 방법론들은 향후 현장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보다 많은 임상적 경험의 축적을 통해 그 실효성이 검증되는 경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 9회 지방자치선거 교육감 당선자들의 공약들은 그야말로 AI 정책의 범람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약이 AI를 교육적을 활용하겠다는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AI사용이 학습자의 사고의 외주화와 비판적 사고능력을 약화시킬 것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과 실효성을 가진 활용전략을 제시하는데 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이런 점에서 AI 교육정책은 인지과학적 측면의 고려는 물론이고 인지와 정서의 통합적인 발달이라는관점에서 다 신중하고 보다 세밀한 교수-학습 전략의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AI 시대 교육자치 혁명: 혁신교육의 성찰과 전망』은 선거를 앞두고 발간된 것이라 그런지 다소 미흡함도 발견된다. 교육이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학교와 마을의 협력을 위한 교육생태계인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요성을 고려 할 때 이에 대한 성찰과 그 발전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욱 중요하게 지방교육자치의 목적이 주민들의 참여, 행정의 민주화, 지역균형발전, 사회의 민주화라는 점에서 분권과 자치를 실현하는 경로인 거버넌스(협치)에 대한 내용도 매우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2010년 이후 도도히 확산 되고 있는 혁신교육의 흐름을 이해하고 향후 실천을 모색하는데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론 없는 실천은 맹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정책 제안서의 성격을 갖는 도서들이 보다 널리 읽혀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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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3 - 한국편 1 ㅣ 교육사상 강좌 3
강순원 외 지음, 유성상 엮음,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기획 / 살림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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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한국 사회 안에는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 일본의 한반도 강점, 해방 이후 외세의 개입과 분단이 만든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남한의 경우 해방 이후 미군정체제가 3년이나 지속되었고, 일제에 부역했던 세력들의 청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 결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을 등장시켰다. 이는 학문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서양의 이론을 수입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게 되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은 마치 국수주의처럼 오인되기도 하였다.

교육사상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국의 유명한 교육사상가들에 대한 소개와 연구는 왕성하게 이루어졌으나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식민지시대와 독재시대에 이에 맞섰던 교육사상가들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였다. 이런 점에서 『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한국편 1』의 출간은 매우 의미가 깊다.

안창호, 차리미사, 리만규, 방정환, 함석헌, 오천석, 이오덕, 성내운, 이규환, 김정환 총 10명의 삶과 사상을 소개한 이 책은 현재의 한국 사회가 외세의 침략과 독재에 맞선 항거의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왜냐하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교육사상가들이 단순한 사상가들이 아니라 현실에 참여하고 개입한 실천가들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하여 노력한 이들이다. 또한 이들 가운데 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론적 실천 또한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안 모색의 과정이었고 이는 후대에도 귀감을 주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안창호, 방정환 같은 분도 있지만 교육학 전공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분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것이고,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독립운동가로서 안창호의 삶에만 익숙한 분들에게 교육사상가로 안창호의 사상을 접하는 것은 낯선 것이 될 것이다. 또한 교육학자로만 알려진 분들이 당시 부정의한 사회와 불의한 권력에 맞섰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낯선 것 같지만 실상은 독재정권 시절 실천적 지식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매우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의 교육사상사를 다루는 것은 서양의 교육사상을 한국에서 어떻게 재전유되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들 상당수가 외국의 사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으려면 이론과 실천이 결합되어야 한다. 당장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술적인 것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비판적 사고와 성찰적 사유능력을 갖추는 것이 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사상가의 삶과 사상 3: 한국편 1』은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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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너머 핀란드 교육 - 핀란드 교육자와의 대화
이혁규.야리 라보넨 지음 / 살림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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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북유럽의 작은 나라인 핀란드가 좋은 성적을 얻어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PISA 상위권에 있는 국가 중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 같은 경쟁적 교육시스템이 아닌 북유럽 국가에서 PISA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고, 이는 핀란드는 물론 인접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체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교사들이 단체로 해외연수를 가기도 하고,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들도 탐방을 하기도 하였다. 핀란드 교육 탐방기는 책자로 만들어져 널리 읽혀지기도 하였는데 대표적인 도서가 2010년에 발간된 『핀란드 교육혁명』이다.

필자도 핀란드를 두 번 방문한 경험이 있고, 탐방 전 후로 핀란드 교육 관련 도서나 탐방 보고서들을 탐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극히 짧은 탐방 기간 동안 핀란드의 교사, 교육행정가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도 없었거니와 관련 도서와 보고서들도 외부자의 시선이 가지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소문 너머 핀란드 교육』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핀란드 교육 당사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철학, 교육체제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개의 방식이 묻고 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 특별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우선 핀란드 교사들의 전문성은 어떻게 확보되고 있는가이다. 교사들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을 높게 만들 것인가? 한국은 그동안 교사들을 줄 세우는 교원평가제도를 무려 16년이나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교사들과 일부 깨어 있는 학부모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 되었고 그 결과 다행히 내년 즉 2027년 우수교원과 비우수교원을 나누는 식의 교원평가는 실시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교사에 대한 공식적인 장학이나 평가시스템이 없다. 국가평가센터가 있지만 한국과 같은 교원평가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의 전문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즉 “교사를 단순한 수업 실행자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와 학교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개발자로 인식”하고, 학교차원의 프로젝트로 “다전문가 협력을 지향하는 학교 공동체로의 발전, 범교과 역량의 학습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학교 공동체 설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요하게 “지역 교육과정 개발을 통해 교사와 교장에게 학교 공동체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교사의 전문적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물론 핀란드라고 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OECD가 주관하는 교원 및 교장 대상 설문조사인 TALIS 2024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핀란드 교사들은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과거보다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으며, 젋은 교사층을 중심으로 ‘직무 소진과 교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는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기대의 범위가 크게 확정되어 교사의 역할과 상이 ‘수업 설계자이자 생활 지도자이며 정서적 조력자’로 변화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핀란드만이 아닌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노동조합의 역할이다. 핀란드의 교원노조인 OAJ는 교원 10명 중 9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 교사만이 아니라, 교대생, 은퇴 교사도 포함하여 약 12만명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노동조합조직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전체 노동자의 약 70%가 노조에 가입해 있다. 핀란드를 포함한 북유럽에서 노동조합 가입은 이념적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기본적 권리이자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가입률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국가와 노동조합의 관계가 협력적 관계 모델로 발전하는 동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핀란드에서는 노동조합이 사회 제도의 일부로서 공동선을 위한 협력의 주체이며, OAJ는 교사의 전문성과 교육의 질을 함께 높여가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OAJ는 ‘국가, 지자체, 교육 관련 기관들과 단체 협약을 교섭 체결하는 노동조합으로의 기본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연구 기반 교사 교육을 옹호하고, 전문성 기준 개발, 교사 연수와 멘토링, 이민자 교육 정책, 근무환경 개선, 교육과정 논의 등에 정책 파트너로 기능’한다.

이는 한국의 교원노조가 처한 상황과 대비된다. 한국은 반공을 기치로 한 권위주의적 정권이 연이어 집권한 결과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내려 있다. 초기에는 노동조합을 빨갱이 집단으로 매도하였으나, 1987년 이후에는 이기적인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는 프레임으로 이동하였다. 실제로 최근에는 조합원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민주노조운동은 그 정체성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있다. 과연 한국이 핀란드처럼 노동조합의 조직율을 높이고, 노동조합이 국가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또 조합원만의 이익을 넘어 공동선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현재의 핀란드 교육체제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간과해 왔던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협력적 교육 거버넌스이다. 이 책에서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를 소개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가 교육행정은 두 단계로 구분되는데 ‘첫 단계인 교육부는 법률을 준비하고 개정하며, 국가의 교육재정 지원을 총괄하고, 둘째 단계인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차원의 교육개발기관으로 유아교육에서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국가 교육과정과 자격 기준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교사·산업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명령과 통제가 아니라 공동 설계를 핵심 원리로 삼아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만드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육과정의 개발로 대략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는데 국가는 전체적인 방향과 큰 틀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은 자치권을 가진 지방정부를 통해 구체화 되는 경로’를 가진다. 핀란드는 고도로 분권화된 교육체제로 지방정부와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데 그 결과 한국과는 달리 ‘학급당 학생 수에 대한 강제 규제가 없고 지방정부의 특성을 고려해 학급 규모를 결정’한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교원 전문성 개발을 위한 연수지원으로 연수 운영을 주로 공모(open call)방식’으로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앙정부의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산업계가 함께 교육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심축’으로 ‘핵심 업무 대부분은 현장과의 상시적 소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의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공개적으로 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그런데 현실의 국가교육위원회 운영은 핀란드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현장과의 소통 부족하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초등학생 하교 시간 연장 논란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국가교육위원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교육재정교부금 개정을 교사, 학생, 학부모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교육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대체 이런 중요한 의제를 두고 국가교육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더니 바로 이런 꼴이 아닌가 싶다.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교원의 높은 전문성, 교원노조의 높은 위상과 역할, 협력적 교육거버넌스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한국과 같은 악무한의 경쟁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한 교사가 한국과 핀란드의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는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치열한 시험이나 경쟁 문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시험이 있고, 부모님들은 이와 관련하여 교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여기와는 다릅니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에서는 많은 면에서 관계가 더 친근합니다.”

최근 교사에게 온갖 갑질을 하는 괴물 부모들의 이야기가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에피소드 소재로 다루어졌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것을 그 학부모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이다. 원래부터 괴물 부모는 없을 것이다. 치열한 시험과 경쟁 문화가 괴물 부모들을 만들었음에도 국가는 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가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를 함에도 정작 대학서열체제, 입시경쟁교육이 없는 핀란드, 노동자가 존중받는 핀란드, 연대와 협력이 문화로 자리 잡힌 핀란드를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 수박 겉만 핥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발간된 『소문 너무 핀란드 교육』은 우리에게 보다 깊은 탐구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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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교육에 던지는 엉뚱하고 당연한 질문 - 헌법에 숨겨진 교육의 자주성에 관한 오해와 진실
채희태 지음 / 살림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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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교육에 던지는 엉뚱하고 당연한 질문』을 읽고

 

김태정 (사)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이사

 

헌법 31조 4항의 내용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이다. 이는 교육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고, 아마 대부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교육의 자주성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사람들이 대체로 당연하게 여기는 주제라면 답변들도 거의 비슷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도서 『교육에 던지는 엉뚱하고 당연한 질문』에서 저자는 교육의 자주성에 대해 탐구한다. 동시에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 나아가 교육자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자신을 교육전문가로 칭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상식이나 통념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는가?

 

저자는 먼저 ‘세계 40여 국가의 헌법 중에서 교육의 자주성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함’을 확인시킨다. 다른 나라들은 ‘교육의 자주성’을 대신하여 다양한 용어를 썼는데 ‘독일은 학문의 자유, 일본은 부당한 지배 금지, 미국과 독일은 교육의 지역 분권, 북유럽 국가들은 교육 평등, 프랑스는 학생 중심으로 각국의 역사적 맥락에 맞는 단어를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헌법 31조 4항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보여준다. 자주성이라는 단어는 지배적 통념과는 달리 1948년 7월에 공포된 「제헌헌법」에는 없었고, 1949년 12월 공포된 「교육법」을 통해 명문화되는데 여기서는 ‘교육의 자주성의 주체를 명확하게 국가와 지방공공단체’로 특정하였음을 보여준다. 이후 1961년 5월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헌법 개정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교육연합회 등이 요구했던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 요구를 헌법에 포함’시키는데 이를 두고 저자는 당시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했던 군사정권이 교육계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중요한 것은 1949년 교육법과는 달리 군사정권 시절 개정된 헌법에는 ‘교육의 자주성의 주체도 목적도 사라진 채 선언만 남았다’는 점이다. 한편 교육의 전문성은 박정희의 사망 이후 1980년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헌법을 다시 개정하면서 대한교육연합회 등의 요구를 받은 것으로 결국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은 군사 정권의 취약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타협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교육의 자주성이 ‘적층적 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안에는 독립, 자치, 특권이라는 결이 동시에 들어 있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이는 헌법 재판소의 판결에서도 나타나는데, 특히 교육의 자주성에서 그 주체는 누구인가에 대해 일관성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저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찬반논리에서 등장한 논쟁,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논쟁, 국정교과서 논쟁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모순된 내용으로 점철되었음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 논쟁들에서 나타난 패턴인데 저자는 이를 1) 교육의 자주성은 권력에 대한 저항의 언어로 출발했지만 저항이 성공하게되면 저항의 주체가 권력자가 되는 경향이 있으며, 2) 교육의 자주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주체가 실질적 수혜자가 되는 경향이 있으며, 3) 이 과정에서 정작 학생들은 주체가 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책의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한계를 지적한다. 즉 ‘교육의 자주성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도구가 되고, 교육의 전문성은 교육전문가집단의 배타적 권한으로 해석되면서 지역 주민, 학부모의 참여를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저자는 ‘교육전문가와 관료에 의한 교육자치가 아니라 시민들이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치교육으로 전환’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주체의 재구성이라는 문제의식으로 확장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헌법 31조 1항을 상기시키는데 그것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헌법의 구조 자체가 교육의 주체를 ‘교육받는 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교육의 전문성과 교원의 지위는 하위 차원의 조항이기에, 교사 또는 교육전문가를 교육의 자주성의 주체로 설정하는 것은 오류가 있음을 지적한다. 즉 교사도, 학부모도, 지역공동체도 모두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지원자이자 주체라는 것이다.

 

『교육에 던지는 엉뚱하고 당연한 질문』의 저자의 주장은 ‘교육은 교육전문가인 교사만이 할 수 있다거나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낡고 오래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듣기에는 여전히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 청소년의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에 더 이상 갇혀 있을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인류에게 미증유의 사건이 될 인공지능의 시대에 걸 맞는 근본적인 성찰과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만든 신조어인 엉당질(엉뚱하고 당연한 질문)은 교육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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